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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부산남구신문>기사
“문현동 안동네가 거리벽화로 확 달라졌어요”
자원봉사자들 벽화 40여 점 완성
도시 중앙에 있는 산기슭의 돌산마을을 찾았다. 10번 마을버스가 지나가는 곳, 어지럽게 얽힌 전봇대의 전선과 함께 아슬아슬한 비탈길이 이어진다. 합판과 슬레이트 등으로 지어진 건물 250여 채가 성냥갑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다.낡은 지붕 너머로 보이는 근처의 새로 지은 아파트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속칭 ‘문현동 안동네’로 알려진 부산 남구 문현동 산 23의1번지. 문현동에서 전포동으로 연결되는 진남로 좌측 갈마산 기슭 고지대에 있는 이곳은 세월이 멈춘 곳이다. 그런데 최근 이 마을에는 최근 기적 같은 변화가 일었다. 쓰러질 것처럼 낡고 칙칙한 담벼락에 활짝 꽃이 피었기 때문이다. 힘들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밝은 미래의 꿈을 표현한 벽화가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었다.
부산시와 대한주택공사 부산시건축사회가 틀을 만들고,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 담에 벽화를 그려 넣으며 구슬땀을 뚝뚝 흘린 결과다. 이번 벽화 그리기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은 총지휘를 맡은 부산 동서대 시각디자인학과 강사인 이건희(45·여)씨를 비롯해 부산경남거리미술동호회, 벽화자원봉사단, 가온누리자원봉사단 회원, 동서대, 부산예술대, 부산예술고 학생 등이다.
동서대 디자인학부 대학원생들이 3월과 4월에 벽화 디자인 시안을 마련했고 몇 차례 수정을 거쳐 선정된 것을 이들 자원봉사자들이 한번에 60명가량씩 그림으로 옮겼다. 지금까지 5차례에 걸쳐 총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원봉사자로 참가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꼬박 11시간 동안 현장을 살피고 벽에 밑그림을 그리고 페인트를 섞어 원하는 색상을 만들어 붓으로 칠했다.
이렇게 해서 그려진 벽화가 40여 점. 낡은 외벽들이 어느새 미술관이 되었다. 자동차와 열기구, 바닷속의 아름다운 풍경, 자전거와 고양이, 해맑은 아이들의 뛰노는 모습 등이 그림 속으로 들어갔다. 자원봉사자들의 순수하고 뜨거운 열정이 침체된 마을분위기에 활력을 넣어준 것이다. 이 단장은 “문현동 이름은 ‘문 너머’라는 뜻을 갖고 있고 과거부터 부산의 ‘사립문’ 역할을 하던 곳이어서 ‘문 너머에 있는 희망’을 주제로 벽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주민들은 처음에는 쓸데없는 짓을 한다 생각하며 신통찮은 반응이었는데 마을 분위기가 점점 화사해지자 직접 참여하며 호응하기 시작했다. 마을 아이들이 벽화를 디자인하기도 하고 두어 점은 주민이 직접 그리기도 했다.
부산의 달동네 중 하나인 동구 안창마을에 이보다 앞서 거리벽화가 그려졌으나 이는 정부의 예산을 지원받은 일종의 문화사업 형태였고 순수하게 자원봉사자들의 노력만으로 이뤄진 벽화 그리기는 문현동 안동네가 처음이다. 규모도 이곳이 훨씬 크다. 마을의 따뜻한 그림들로 이 동네 아이들은 더욱 밝아졌고 꿈과 희망이 생겨났다. 모두 그림처럼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살았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김정화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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