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광화문에 촛불을 들면 밤거리가 환하다. 주위 가로등과 건물에서 흘러나오는 불빛과 어우러져 더 빛을 발하고 유리창마다 반사해 한층 많은 사람이 모인 것처럼 부풀린다. 때맞춰 하늘의 별이 뜨면 달과 함께 온통 천지가 군중으로 보인다. 수많은 사람의 들썩이는 진동까지 느껴진다. 거기다 함성을 내면 그 웅성거림이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웅장하고 거대해 보인다.
미군 전차에 사망한 어린 두 학생을 추모하면서 일 년 내 미군과 미국을 성토하는 촛불시위가 열렸다. 거대한 아시아 대륙에서 유일하게 달랑달랑 반토막 남은 한국의 공산화를 막아준 미국 중심의 유엔군이다. 밤마다 저리 촛불을 들고 야단이니 미안하다. 백악관 대통령이 여러 번 사과하고 수습하겠다는 위로의 말을 전했다.
참을 만한데도 아랑곳없이 민망할 정도로 미군 철수를 외쳐댔다. 한번 미워하면 턱없이 며느리 발뒤꿈치가 반들거리는 것도 싫다며 탓한다. 그러다 호주산은 가만두고 미국 수입 쇠고기만을 거들먹이며 광우병이 있다고 호들갑이다. 병에 걸리기라도 하면 큰일인 것처럼 날 새면 난리를 피워댔다. 맨땅을 치고 허공에 대고 외쳐댄다. 정말 그런 무서운 병이 있기라도 한가 겁먹기 시작했다.
병에 걸린 적 없는 데도 있다고 세우는 별스러운 언론이 있다. 성장과 기존 권위, 질서를 중시하는 보수는 지쳐가고, 기존 질서를 개혁하고자 하는 변화에 적극적인 진보는 자꾸 해라해라 부추기니 칼날 서슬이 퍼렇다. 해지면 촛불이요 해 뜨면 현수막을 앞세워 거리 행진이다. 밤낮으로 보이는 게 아우성치는 모습이다. 신문과 방송이 맞장구치며 앞장서서 외친다. 다수 정치인이 밀어붙인 해괴한 편향된 언론 제도이다.
전차와 광우병에 이어 세월호 사건과 이태원 압사 사고로 다시 촛불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며 야단법석이다. 단원고 2학년이 인천을 출발 제주도로 수학여행 가다가 풍랑에 휩쓸려 침몰한 일이다. 대통령은 그 시간 뭘 했느냐며 성토했다. 난데없는 최 여인 국정농단으로 옮겨져 연일 청와대를 갉아대며 깔쭉깔쭉 헐뜯기 시작했다. 하찮은 일도 자주 말하면 그런가 믿어진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
연말 귀신 놀이 하다가 좁은 골목에 미끄러지면서 잇달아 쓰러진 사건이다. 없는 것도 있다고 우기는데 눈에 보이는 세월호와 이태원 일은 얼씨구 잘 생겼다. 얼마나 골려 먹기 좋은 일인가 통곡하는 유가족의 슬픔 따위는 뒷전이다. 함께 매일 거리로 뛰쳐나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신물 나도록 외쳤다.
한번 물고 늘어지면 끈질기다. 맹견이 물면 안 놔 주듯이 자라가 물면 목이 잘려도 끄떡없이 그대로 있듯이 보인다. 너는 아프고 나는 쾌재를 부른다. 왜 그리 물불을 가리지 않고 하나 했더니 그리하여 국민의 마음을 비뚤어지게 모은 것이다. 맨날 대통령궁을 못살게 하여 바보로 만들어갔다. 그것은 총선과 대선에서 그대로 어김없이 나타났다.
보수 붉은빛은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져 내리고, 진보 푸른 빛은 등 다락같이 올라섰다. 21대 300명 의원 중 170명이 넘는 거대 야당이다. 대선도 큰 차이로 여지없이 밀리고 말았다. 진보의 당선을 눈으로 지켜봐야 했다. 이런 것이 그 무서운 촛불시위의 영향이다. 같잖은 맹랑한 일이 큰일을 뒤집어놨다. 거짓 선동이 이리 무서운 결과이다.
지난날 보수 독재정권으로 시작해서 군사정권이 들어서고 무능하게 오래도록 이어져 내려온다는 억압받던 진보 정치인의 지적이다. 그래서 세 번 정권을 물려받았다. 두 번째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고 검찰 조사받다가 스스로 자살을 택했다. 이에 분노한 측근 정치인들이 탈환을 시도해서 세 번째 청와대를 차지하게 됐다.
무서운 복수극이 펼쳐졌다. 두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고 뒤따라 많은 정치인이 법정에 서야 했다. 구속 사유와 재판은 갖다 붙이면 다 걸려들었다. 앞의 두 분 김과 노 대통령은 그런대로 무난히 넘어갔으나 세 번째 대통령은 달랐다. 묻어두지 않고 파헤쳐서 자살에 이르게 한 것이 충격이었나 보다. 보수 정치인을 박대하기 시작했다. 그리하면 잘하든 못하든 앙갚음은 고드랫돌 넘어가듯 품앗이 돌아오듯 계속 이어지게 되는 것을 모르는가.
참았어야 할 일이 자꾸 더해졌다. 의원 수가 많아 여러 가지 법을 만들어 내 세상을 엮어놨다. 한 수십 년은 이어가리라 믿는 사람이 많았다. 각 부처 기관장과 언론, 법원, 경찰, 군사의 장을 장악해서 철통같은 장벽을 쌓았다. 전염병이 돌아 후하게 나랏돈을 풀어 인심을 베풀었다.
재임 기간 나랏빚이 수백조나 불어났으니 놀라운 엄청난 액수이다. 5만 원권을 10톤 트럭에 실으면 500억이라니 수백 대에 실어 날라야 하는 산더미 국고이다. 그 많은 돈이 모두 어디로 흘러갔을까. 방역으로 쓰였을 거라 믿었다. 여러 해 펑펑 나눠주고 헤프게 쓴 게 1천억 조금 넘는단다. 400조 행방과는 거리 멀다.
진보의 세 분 정치에서 무엇보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공산권과 관계가 좋았다. 모두 평양을 찾아가고 백두산을 두 부부가 손잡고 오르는 등 화기애애했다. 살기등등한 전쟁 분위기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남북이 언제 이리 평화로웠을까. 시민들이 꽃송이를 들고 남한 대통령을 환영하는 모습은 참 고맙고 아름다워 보였다. 그때 남북군사 휴전을 종전선언으로 바꿨으면 했는가 보다. 가는 곳마다 말하는 것을 보면 그런 느낌이 든다.
세계를 다니며 정상을 만날 때마다 종전선언을 해 달라 부탁이다. 특히 유엔 상임 이사국 정상에게 호소했다. 가는 곳마다 시답잖은 대답을 듣는 것 같다. 왜 그리 매달릴까. 삼팔선의 각 도로를 차단하는 시설을 허물었다. 맘만 먹으면 남한으로 군사를 질풍같이 몰아 내려올 수 있는 길목이다.
그러면 다시 유엔군이 신속하게 들어온다. 유엔 상임위의 허락 없이 여전하게 군사 활동을 할 수 있다. 북한 인민군을 막강한 유엔군으로 물리칠 수 있다. 잠시 휴전인 정전협정이기 때문이다. 그걸 북한이 잘 알아 종전선언을 부탁한 것으로 믿어진다. 그렇게 되면 유엔군 사령부도 해체되어 물러나야 한다. 상주하던 전방 전투부대 미군과 전국 각처에 주둔한 유엔군인 미 해군, 공군, 해병도 철수해야 한다.
거기에 깨춤 출 수 있나. 전쟁을 벌이면 남한의 아까운 선진 문화가 잿더미로 변할 수 있다. 그걸 어떻게 가꿨는데 마구 짓밟나. 어림없는 일이다. 고스란히 남한을 흡수하려는 계산이다. 촛불로 민심을 공산화로 이끌어가야 함이다. 남한의 배나 되는 군사 수와 핵과 괴물 미사일을 만들어 위협을 가해 피 흘리지 않고 연방을 만들려는 섬뜩한 속셈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