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커머스 돌풍
- 기술 평준화 시대에는
- 상품기획이 경쟁력 좌우
- 1020세대 젊은 감성으로
- SNS서 이색마케팅 열풍
서울 종각에서 광화문쪽으로 걷다보면 '고잉 메리'1호 매장이 보인다. 이곳은 감성편의점.분식점을 표방한 새로운 콘셉트 매장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불과 1년 8개월 만에 무려 85만개(지난 7월말 기준)나 팔린 '요괴라면'이 진열되 있다.
대형 식품제조사나 유통업체 도움없이 SNS만으로 히트상품에 올랐다. 이 상품과 매장을 기획한 옥토끼프로젝트를 이끄는 여인호 대표는 SJ제일제당과 오뚜기, 코카콜라 등을 고객사로 두고 제조업체와 유통 채널 사이에서 도매, 물류관리, 마케팅 등을 연결하는 기획사 겸 대행사 네오스토어도 함께 경영한다. 맛집 블로거 출신 여 대표가 디자이너, 외식업계 대표 등 어벤저스급 지인들과 결성한 '옥토끼프로젝트' 첫 제품이 바로 '요괴라면'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S10을 출시할 때 요괴라면 후속작인 갤럭시 라면'도 탄생했다.
여 대표는 "초연결사회에서 상품 유통방식이 변화하는 흐름에 맞춰 기획된 첫 상품이 히트작"이라며 "고객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매개체가 우연히 라면으로 개발됐을 뿐, 앞으로 더 새로운 제품을 기존 기업들과 손잡고 기획하고 오프라인 매장은 일종의 미디어플랫폼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달 인사동에 고잉 메리2호점을 여는 등 오프라인 미디어도 확장할 태세다. 블랭크과 네오스토오어 같은 기획사들 등장은 Z새대나 밀레니얼 세대로 대표되는 신세대의 취향과 미이더 환경 변화가 밀접하게 연결된 결과물이다. 고객의 숨은 니즈나 트렌드 변화를 빠르게 읽고 이에 대응하는 상품을 발빠르게 기획. 제조해 1020세대가 빠르게 반응할 만한 마케팅으로 새로운 브랜드와 상품을 확산하는 방식이 나왔다.
유통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업 등장이 미디어 커머스 진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기 과정이라 해석한다.
장지철 베인&컴퍼니 파트너는 "디지털 경제 전환의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미디어와 커머스 영역이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는 트렌드가 일어나고 있다"며 "신세대가 익숙한 동영상(비디오) 미디어를 커머스로 제대로 활용하는 업체가 유통시장도 장악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만 많은 기획사 모델이 히트 상품을 몇 개 만들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지속적인 성공 능력을 입증하지는 못한 상태다. 만약 제대로 키우는 회사가 등장한다면 유통업계 판도를 뒤집을 수 있고,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공할 가능성도 있다.
블랭크는 본격 미디어 커머스 스타트업으로 주목받으며 2017년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100억원 투자도 받았고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한다. 남대광 블랭크 대표(34)는 "우리가 가장 잘 하는 것이 영상이라는 콘텐츠로 소비자와 소통하고 솔루션을 제안하는 늘"이라며 "영상으로 소비자를 찾아가 설득하는 작업을 하는 방식이어서 스스로 '디지털방문판매업'을 한다'고 밝혔다. 일상생활에서 소비자들이 쉽게 지나치거나, 놓칠 수 잇는 '결여(공간)'를 채워주는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자체 브랜드 약 20개에서 250여 가지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티라미슈크림떡' '인생떡' 등 신개념 디저트떡으로 인기를 모은 '청년떡집' '우주인 피자'도 마케팅 기획사 양유의 작품이다. 이 회사는 '비타500' '헛개수'' 컨디션' 등 신개념 음료 마케팅에 성공을 거둔 이력에 신제품 개발 경험이 풍부한 대기업 출신들이 가세해 사업 다각화했다. 이 회사는 제조사들과 조인트벤처를 결성해 상품력에 집중하는 전략을 고수하는 게 특징이다.
첫 히트상품'청년떡집'도 전통 잇는 떡 제조사 영의정과 제휴해 만들었고 전담팀이 관리한다. 양유 관계자는 "작년 5월 론칭 이래 초기부터 매달 매출이 2배씩 뛰었다"며 " 온라인에서 시작했지만, 홈쇼핑을 거쳐 올해 5월 코스트코 디저트 섹션에 처음 입점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5개의 브랜드를 유지하되 제품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민경선 커뮤즈파트너스 대표도 과거 '가누다 베게'등 중소기업 아이디어 상품마케팅에 성공한 경험을 경험으로 중소기업 제품을 인큐베이팅하는 모델로 발전시키다가 3년 전부터는 아예 상품기획까지 맡게 됐다. 탈모 전문 브랜드 '자올'의 샴푸와 부스터는 첫 제품 출시 2년반 만에 누적 50만개나 팔렸다.
민 대표는 "트렌드만 보고 재빨리 제조.판매하는 모델은 지속가능성이 없다"며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일종의 카테고리화되는 과정에서 브랜딩 비용을 많이 쓰기 때문에 기능이 뛰어난 제품을 선택하는 데 공을 많이 들인다"고 밝혔다. 특히 믿음직한 화장품 원료업체 덕분에 마스크팩과 앰플 등 기획력과 스토리로 차별화되는 화장품 업계가 대표적이다.
고건희 몬코 대표(28)는 저평가된 제품을 발굴해 키우고 유통하는 사업을 아예 창업했다. 고 대표는 "저평가된 제품을 발굴해 유통하는 게 사업모델"이라며 "기존 제조사들이 제품 개발에만 집중했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미지를 풀어 판매할지 도와준다"고 말했다.
몬코 덕분에 음식물처리기로 연매출 5억원을 올리던 한 중소기업은 지난해 매출 124억원 회사로 성장했다. 소비자와 공장 직거래 풀랫폼 '쇼공'을 출시한 것도 거품을 없애고 제품 본질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25개 공장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제품 체험단을 운영하고 제조 과정을 촬영해 고객 선택을 돕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