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제2편 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갑판장 혼자서 양양의 남대천변 식당에서 아침식사도 해결했고,
속초의 카페에서 커피도 마셨지만 그 다음 일정은 딱히 정해져 있질 않습니다.
철딱서니학교에 머물고 있는 선장님이 호출을 하면 언제 어디서든 신속하게 달려가야만 하는 대기기사의 신세이니
정신은 자유롭되 육신이 자유롭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ㅡ.,ㅜ;;
암튼 그렇다고 죽치고 앉아 신세한탄만 주구장창 늘어놓을 갑판장이 결코 아닙니다.
비록 멀리는 못 가지만 가까운 곳이라도 다녀 볼랍니다.
이럴 때 유용한 것이 휴대가 가능한 자전거입니다.
갑판장 曰 '휴대가 가능하지 않은 것은 생활자전거라 불릴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교동에서 자동차를 몰고 조금 나오니 '청초호'가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아침에 식당에서 뚜거리탕을 먹으면서 '1박2일(재방송)'을 시청했는데
그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여행지중 한 곳이 바로 청초호 한켠에 있는 아바이마을이었습니다.
딱히 갈 곳도, 할 일도 없는 갑판장이니 일단은 청초호 주변의 한적한 곳에 차를 박아두고는 자전거를 끄집어냈습니다.
필시 어젯밤(본방송)에 소개가 된 곳이라 가뜩이나 붐비던 마을이 더욱 붐빌 것으로 예상이 되었기에
굳이 자동차를 몰고 가서 자살골을 넣을 만큼 멍청한 갑판장은 아닙니다.
ㅡ.,ㅡ;;
아바이마을은 상기의 사진에 보이는 다리의 왼쪽 끝 부근에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갈 거리입니다.
청초호 주변은 자전거도로가 잘 되어 있습니다.
자전거도로가 끊긴 구간도 차들의 통행이 많지를 않아 자전거를 타는데 거의 지장을 주지 않습니다.
샤브작 샤브작 즐거운 라이딩입니다. ㄹㄹ~
청초호를 반 바퀴 돌아오니 호수 건너편으로 설악산이 보입니다.
음화하핫~
역시나 아바이마을로 진입하는 도로는 자동차들이 마구 엉켜서 주차장화 되어 있습니다.
이럴 땐 멀찌감치 주차를 해 두고 걸어가는 것이 상책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 더더욱 상책이구요.
^.,^V
TV 드라마의 배경으로 소개가 되면서 아바이마을이 이제는 전국을 넘어 국제적인 관광명소가 되었지만
몇 년전만 해도 아주 뻘줌한 동네(혹은 골목)였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전쟁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 온 이북 출신의 실향민(주로 함경도 출신)들이 모여 살던 가난한 동네였으니 말입니다.
암튼 공중파 TV의 위력은 실로 막강합니다.
그러니 너도 나도 혹독한 댓가를 감수하면서 까지도 TV에 비춰질려 안달복달을 하는 것이겠지요.
상기의 사진에 보이는 식당도 지금은 초대박집이지만 예전에는 아주 뻘줌했던 식당으로 갑판장은 기억을 합니다.
힘들게 주차를 했거나 혹은 멀찍이 주차를 하곤 힘들여 걸어 왔으니 달랑 사진만 몇 장 찍고 되돌아가기는 많이 아쉬울 겁니다.
그러니 기념으로 뭣이라도 사먹어야겠지요.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온 갑판장의 사정은 다릅니다.
아무 것도 안 하고 그냥 되돌아가도 손톱만큼의 아쉬움도 안 남습니다.
경치 좋은 곳에서 자전거를 탄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저 집 순대국이며 오징어순대의 맛은 진작에 다 봤었으니 딱히 궁금할 것도 없습니다.
암튼 드라마의 주인공이 스치고 지나가기만 한 곳도 다 명소가 되었습니다.
강구막회에는 누가 좀 안 오실려나요?
진담...이 이나라 농담입니다. ^.,^;;;
개업초기부터 작금까지 수 없이 걸려왔던 작가(혹은 기자)들의 섭외전화를 애써 외면한 갑판장입니다.
가게가 협소해서 애써 찾아오신 손님도 다 대접해드리지 못하는 판국에 방송출연이 무슨 소용이랍니까?
방송인의 오버액션에 홀라당 넘어간 순진한 구경꾼들(?) 때문에 괜히 단골분들만 불편하게 해드리지 싶습니다.
갑판장은 유명한 손님이나 지위가 높으신 손님보다 입맛이 엄정하신 강구막회의 단골분들이 더 무섭습니다.
진짜루 ㅡ.,ㅡ;;
아바이마을을 힛트상품으로 만든 공로(?)를 따지자면 갯배도 빼놓을 순 없습니다.
아바이마을이 있는 청호동이 예전에는 섬이었는데 이제는 매립이 되어 도로로 연결이 되어 있어
굳이 갯배를 이용할 필요는 없지만 관광객들의 입장에선 한 번 쯤은 타보고 싶을겁니다.
다른 이들이 갯배를 타기 위해 길게 줄을 서거나 말거나 갑판장은 자전거를 탈랍니다.
자전거를 타고 봄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기분은 상쾌, 통쾌, 유쾌합니다.
@.,@;;
선장님의 호출을 받고 철딱서니학교로 되돌아 왔습니다.
샘들과 학부모들이 한데 모여서 어젯밤에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에 대한 경과보고와 대책회의를 했습니다.
이 회의에는 갑판장도 참석을 했습니다.
이 소식은 나중에 따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원래는 딸아이와 점심 때 쯤 훈훈한 작별인사를 나누고는 귀가길에 잠시 경로를 이탈하여 양구에 들려볼 계획이었는데
2주일만에 부모와 상봉한 딸아이의 속사정은 전혀 그렇질 않았나봅니다.
무진장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며 애써 연기하고 있기에 선장님과 갑판장의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그래서 딸아이의 애닲은 심정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고자 샘께 허락을 맡고 딸아이를 데리고 양양시내로 나왔습니다.
선장님의 증언에 의하면 딸아이는 점심식사 때 카레라이스를 두 그릇이 먹었다는데도 불구하고 또 삼겹살이 먹고싶답니다.
양양까지 와서 삼겹살을 사 먹게 될 줄은 미쳐 상상조차 하지를 못했던 갑판장이라
우왕좌왕 시내를 헤맨 끝에 아무 삼겹살집이나 들어가 앉았습니다.
그런데 딸아이의 먹성이 그냥저냥입니다.
알고보니 엄마, 아빠와 좀 더 같이 있고 싶어서 꾀를 낸 것이 삼겹살이 먹고 싶다는 투정이었답니다.
ㅡ.,ㅡ;;
오후 5시...
이제는 정말로 헤어져야 할 시간인데...
딸아이가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선장님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난감해 합니다.
딸아이 曰 '서울에서 사는 것 보다 여기서 사는 것이 더 좋은데 엄마, 아빠도 함께 살았으면 훨씬 더 좋겠다.'랍니다.
암요.
당연히 그렇겠지요.
여기서는 공부하라고 닥달을 하는 사람도 없고...
언제나 동무들과 샘들과 함께 지내니 심심하지도 않고...
여기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생소하지만 모두 신기하고 재미난 일들 뿐이니...
생각만 해도 심심하고 골치가 지끈거리는 서울로 되돌아 오고픈 생각이 안 나겠지요.
다만 그 곳 생활을 하며 아쉬운 것은 늘 제 편이 되어주는 부모의 내리사랑이겠지요.
집에 있을 땐 어리광쟁이 외동딸이었던 아이가
철딱서니학교에 와서는 '왕언니'라 불리니 심적 갈등이 오죽했겠습니까?
딸아이의 철딱서니학교 아이들 서열은 공동 3위입니다.
위로 중학교 1학년생인 형(오빠)이 둘이고 동기생인 초등학교 6학년생은 딸아이를 포함해서 6명입니다.
나머지 12명은 동생들이고요.
여자아이는 모두 넷인데 딸아이가 그 중 왕언니이고 아래로 4학년, 3학년, 2학년생이 각각 한 명씩입니다.
그러니 애시당초 어리광이 통하기는 다 틀려버린 상황인 것이지요.
도무지 울음을 멈추지 않는 딸아이를 달래고 또 달래서...
이 쯤에서 선장님도 울컥 하셨습니다.
자기 새끼가 울면서 배웅하는데 울컥 안 할 부모가 세상에 어딨겠습니까?
벽에 등을 기대고 서서 힘없이 훌쩍이는 딸아이의 모습이 보입니다.
뒷좌석에 앉은 선장님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기세입니다.
그래도 이제는 작별을 해야만 합니다.
무정한 애비는 악셀을 꾸욱 밟았습니다.
그 시각이 지난 일요일 오후 5시 30분이었습니다.
ㅡ.,ㅜ;
<제3편 끝>
& 덧붙이는 이야기 :
이번 이야기는 여기서 끝낼랍니다.
앞서 언급했던 안타까운 사고에 대해서는 포스팅을 해야할지 아직 결정을 못 내렸습니다.
일단 그 사고가 어떻게 수습되는 지를 또 그로인해 부각된 문제들이 어떻게 해결되는 지를 좀 더 지켜볼랍니다.
(선재야 사랑한다. 옹달샘, 친구샘 더 단단해지셔야합니다.)
첫댓글 선재는 많이 좋아져서 일반병실로 옮겼다는 이야기입니다. 철딱서니와 마을주민들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하여 행정기관과 대책마련을 위한 협조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꺽지)
앞으로 설치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이미 이루어진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지 싶습니다. 막상 시행하면 허무할 정도로 쉬운 일들인데 이런저런 이유로 질질 끌다보면 한 없이 길어지는 것이 행정절차이지 싶습니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또 일어날지 아무도 장담 못 할 상황이고요. 아이들의 안전은 절대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선재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아이들에게도 미안하고 또 미안하고요.
앞으로도 엄정하게 평가해드리겠습니다. 음화화화화홧. ^^
엄정하게 평가할려면 우선 오시기 바랍니다. ㅡ.,ㅡ;;
갑판장님, 선장님 모두 걱정이 많으시겠습니다. 아무쪼록 좋은 해결책이 나오겠지만 아이들에게 가장 안전하고 안정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갔으면 하네요.
'아이의 웃음'보다 우선 할 수 있는 가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생활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