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친구들도 모두 잘 기억하고 있겠지만, 1979년 10월 25일 ~ 10월 26일(1박2일)은 정읍남초등학교 제19회 친구들이 군산과 전주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날이다.
새벽녁(4시경으로 기억됨)에 구계마을 집을 나서 누님(기호삼 어머니)을 따라 호삼이와 수학여행에 들떠서 무서운 줄도 모르고, 또 짙은 어둠에 넘어져도 아픈것도 잊은채 당고개를 넘어 학교에 갔었다.
어둠이 채 가시기도 전에 운동장에 모여있던 친구들과 함께 정읍역으로 이동하여, 이리(지금의 익산)역에서 전라선 군산행 열차로 갈아 타고 군산에 갔었지...
군산에 내려 한국합판 공장의 부두에서 동남아쪽에서 왔다는 엄청나게 큰 배를(유추해 보면 5,000톤급 화물선이었던 것으로 추정됨)보고 감탄사를 연발하며 촌티를 냈었지. 합판은 이렇게 만들어 진다는 하종수 선생님의 간단한 설명을 뒤로 하고, 경성고무로 이동하여 고무신이 만들어 지는 과정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신기한듯 바라보고 있는 티없이 맑은 어린 눈망울들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선하다. 군산 해안쪽 공단을 주마간산격으로 들러보고, 오후에 다시 전라선 열차에 몸을 싣고 우리 일행은 전주로 이동했었지.
전주에 도착한 우리는 어느 선생님의 제안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아마도 일정중 하나가 취소 되었던게 안닌가 싶음), 촌놈들에게 전북대학교를 견학시키자 하셔서 덕진동 전북대에 갔는데, 아쉽게도 정문 수위 아저씨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었지... '이렇게 많은 어린이들이 캠퍼스에 들어가 떠들고 하면, 학생들 공부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등의 말로 선생님들의 입장 부탁을 막무가내로 막아섰었지.(그 때 난 전북대학교에서 제일 높고 무서운 사람이 정문 수위아저씨 인줄 알았다.)
하여 졸지에 오갈데가 없어진 일행은 83년인가 84년(확실치 않음)전국체육대회 개최를 위해 26일 새 경기장 기공식이 열리는 관계로 대문이 활짝 열려있던 전주 공설운동장으로 이동하였다. 이렇게 해서 우리 정읍남 초등학교 19회 친구들이 옛 전주공설운동장의 역사적인 마지막 손님이 되었었지.
맹숭맹숭 운동장 스텐드에 앉아 있던 우리에게 누군가 장끼자랑을 제안했고, 이때 여학생들이 단체로 불렀던 노래가 바로 들장미 소녀 캔디 였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웃으면서 달려보자 푸른들을 ~~~'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한 스텐드에서 우리 여학생들이 부르는 이 노래가 어찌나 아름답게 들려왔었던지, 그 때 처음 들은 이 노래를 여지껏 일부나마 가사를 기억하게 되었단다.
수학여행 둘째날 우린 전주공단에 위치한 문화연필과 호남식품을 견학하면서, 연필 1자루와 콜라1병씩을 선물로 받고 무지하게 좋아 했었지... 모든 일정을 마치고 이리역에서 환승 열차를 지루하게 기다린 후에 어둠이 내려서야 정읍에 돌아왔다.
모두들 다음 날에서야 알았지만, 우리가 돌아오던 그 시간에 청와대옆 궁정동 안가에서 박정희가 지 딸(박근혜)보다 어린 모델 박 모양과 가수 심수봉을 끼고 술을 먹다가 가장 신임하던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총탄에 숨을 거둬가고 있었지.
하여 다음날 27일 새벽을 기해 전국에 계엄령이 내려지고, 국장이 선포 되었으며 전국민의 음주가무가 금지되어 27일 이후 전국 모든 학교의 수학여행 소풍등 학업외의 일정은 모두 취소되었다. 다행히 우리 남초등학교는 다녀왔지만...
이후 1주일 동안 국장기간이라 하여, 모든 정규방송을 중단학고 애도 방송만을 내 보내었었지. 어린 마음에 박정희가 죽어 나라가 망하는거 아닌가 하는 걱정과 보고싶은 만화영화를 못보는 아쉬움을 안은채 정읍군청에 마련된 박정희 빈소로 조문가던 기억이 지금도 선하다.
친구들아!!!
우리 친구들의 주제가를 정하려거든 위에서 언급했듯이 우리들만의 깊은 사연과 아름다운 화음이 깃들어 있는 '들장미소녀 캔디'로 하는게 어떻겠니?
할 수만 있다면 그때로 돌아가 땅거미가 내리는 아스라함 속에 여학생들의 옥쟁반에 은구슬 구르는 듯한 낭랑한 목소리로 불려지는 그 노래를 다시금 들어 보고 싶구나... ... ...
첫댓글 넌 기억도 잘한다.. 대단허이 극형아.. 아득히 기억난다..새벽기차타고 군산간거..
기억력 좋다 그때 일기장에 써놓은거지? ㅎㅎㅎ 나두 우리아빠가 과교동 안선영네 집에 바래다주었는데 ...
와 대단하넹..내는 요정도는 아닌데..합판공장..연필준거..콜라공장간거..고정도.글 읽으면서 웃으면서..흥얼거련다 본다..외로워 슬퍼도 나는 안울어...아 그때가 무지하게 그립다.
국형아 너의 기억력 대단하다. 새록새록 기억을 되새겨본다. 오늘은 야구 관람을 갈란다. 가기전에 밥먹으러 잠깐 나갔다 와야겠다. "기아 화이팅"
우와...대단허다...국형아.......흠 한마디러...존경이여...^&^
손정원이가 야바위 아저씽에게 사기당한것 기억한다(고무줄 긴것 잡기일껄)......
ㅋㅋㅋ...코흘리개 쌈지돈을 뺏어가다니....용서해주자...그사람도 먹고살기가 힘들었나부다...ㅋㅋㅋ
와~ 국형이 기억력 대단허다...아이큐가 몇이야 ??도대체...(감탄)
요것이 뭐~시여 나하구 환종이가 잠깐 한눈 판 사이에 울까페 국형이가 접수한거여..ㅋㅋ 아직은 안돼야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