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대지 위를 뜨겁게 달구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쨍쨍한 햇발에 검은 구름이 물기를 쏟아내며 유유히 흘러간다. 수증기의 무게를 못 이겨 소나기를 쏟아내는 구름치곤 믿기지 않게 유유자적이다. 하늘과 땅은 닮아가는 것일까. 더위를 식힌 대지에 쌀과 도자기로 유명한 경기도 이천 특유의 ‘흙 내음’과 함께 유유자적함이 드러난다. 그 하늘 아래 사는 사람도 다르지 않나보다. 경기도 이천에서 근무하는 공보의 10인을 대표한 정재욱, 문성준, 우민수 공보의에게 풍기는 내음에도 그 향이 묻어있다. 자유로운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어떤 이야기를 누가 했는지는 밝히지 않겠다. 그들에게 베어나는 향을 천천히 음미해보자. |
Q.경기도 이천시에 대한 소개? -서 울 인근에 위치해 도시와 농촌이 혼재된 양상이다. 특히 어르신들이 많아 인심도 좋고 의사에 대한 신뢰도도 높다. 방문보건을 가면 ‘선생님’이라고 존칭을 붙이시며 이것저것 내오시기 바쁘다. 또 진료가 끝난 후에는 잔뜩 농산물을 싸주시어 ‘가져가지’, 안가져가니’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대내외적으로 경기도 이천은 복숭아와 쌀, 도자기로 유명하다. 도자기 축제를 할 때는 공보의가 의료지원을 나가 축제에 참여한다. -이 지역에 배치된 공보의들은 서로 잘 동화돼 금방 친숙해진 편이다. 보통 출신 대학끼리, 각 과끼리 뭉치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고 서로 서로 화합이 잘 되어 편안함을 느낀다.
Q.요즘 가장 큰 관심사는? -대선이 치러지는 해여서 정권교체에 가장 귀를 기울이는 편이다. 주로 아버지와 정치이야기를 한다. 또 개인적으로 결혼적령기에 가까워져 결혼계획을 세우고 있다. -결혼을 하고 싶긴 한데 시간은 쏟지 않는다. 그러면서 괜히 스트레스만 받는다(웃음). USMLE를 준비하고 있다. 또 세상 보는 눈을 기르는 차원에서 공인중계사 시험도 틈틈이 준비한다. 의학은 공보의 기간이 아니더라도 평생 계속 하겠지만 다른 공부 는 지금이 아니면 힘들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무사히 공보의 생활을 마치는 것이다. 이 말에는 허송세월을 하지 않고 공보의 생활을 의미있게 보내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운동도 배우고 싶고, USMLE도 시작해보고 싶다. 또 여러 자격증도 취득하고 싶다.
Q.공보의 기간 동안 세운 계획은? -향후 5~10년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울 생각이다. -처음엔 세웠는데 자꾸 늘어져서 다시 세우려고 한다. 처음 세운 계획에는 USMLE를 통과하는 것도 있었는데 시작도 못한 상황이다.
Q.내가 공보의라는 것을 실감할 때는? -주변 사람들이 ‘군대생활 잘 되가?’라고 물을 때 실감한다. 또 업무를 보면서는 절차가 필요 이상으로 복잡할 때 느낀다. -낮에 잠시 한가할 때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게 되는 데 친구들이 바쁘다고 말하면서 끊거나 아예 전화를 못 받을 때 ‘내가 공보의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공보의가 지금 내 또래 의대 친구들 중에서 제일 한가하지 않나(일동 웃음). -나 역시 그렇다. 친한 친구들과 통화를 하는데 친구들이 ‘나 어제 2시간 밖에 못 잤어’ 그러면 밤새 잘 잔 스스로를 생각하며 공보의라는 사실을 실 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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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 |
정재욱 (백사보건지소·2년차·일반) 문성준 (이천시보건소·1년차·일반) 우민수 (신둔보건지소·1년차·일반) | | Q.공보의라서 힘들 때는? -근무시간인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환자가 계속 있기 때문에 잠시도 진료실을 못 비운다. 계속 앉아 있어서 허리가 아플 정도다. 그 외에는 집까지 출퇴근도 가능하고 잠도 충분히 자는 편이어서 만족한다. -다른 직군보다 선택받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을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 끼치는 것이다(일동 웃음). 그러나 사람들과 부딪히다보니 순간 순간 스트레스 받을 때가 있다. 그러나 힘들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 -군대 대신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힘든 일이 하나도 없다. 훈련소에서 한달간 훈련을 받으면서 거기서 근무하는 조교나 군인들이 너무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거기에 비하면 여기는 편한 것이라고 본다.
Q.최근 공보의 등 특정직을 제외하고 군복무기간이 1 년 6개월로 바뀌었는데 어떤가? -공보의 복무기간은 변함없이 3년이라는 점이 불만스럽긴 하다. 1년 6개월이면 우리 복무기간의 두 배 아닌가. -허송세월이 아닌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기간으로 생각하려 한다. 어떻게 시간을 활용하느냐에 따라 공보의 기간 동안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3년을 잘 활용해서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삼는다면 가치있지 않나.
Q.적응이 잘 안 됐던 부분과 적응하기 쉬웠던 부분은? -관사 제공이 안 되서 집을 구하려고 돌아다닐 때 정말 적응이 잘 안되더라. 그런데 여기 계신 공보의 선생님께서 먼저 얻으신 집에 방 하나를 내주셨다. 또 처음 이천시에 배치받을 때는 학교 선배가 한 명도 없어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여기 계신 선생님들이 워낙 잘 해주셔서 모든 것이 잘 처리되고 여기 군 모임에도 금방 스며든 것 같다. -오전에는 이천시보건소에서 일하고 오후에는 신둔보건지소에서 근무하는데 처음에는 차가 없어서 이동하는 데 힘들었다. 차가 없을 땐 점심시간이 없어 굶을 때도 많을 정도였다. 보건소 환자들은 거의 항상 점심시간을 넘길 때까지 줄을 서 있었고 보건지소 환자들도 오후 1시부터 기다리곤 했다. 지금은 싼 중고차를 구입해서 이동도 편해졌고 환자들에게 적응해서 어느 정도 일 처리도 매끄러워졌다. -저 선생님이 워낙 인기가 좋아서 그렇다. 두 사람이 하던 일을 지금 혼자서 하고 있는데 불만도 없이 환자들을 천천히 잘 봐준다. 하여간 대내외적으로 좋은 사람으로 정평이 나있다.
Q.보건소 혹은 보건지소는 어떤 곳? -환자를 보려고 의사가 됐다. 때문에 보건소는 내 꿈을 이뤄나가는 초석 같은 곳이다. -의대 졸업 후 바로 이곳에 왔다. 의대를 다닐 때는 나에게 의사가 맞는지 그렇지 않은지 잘 몰랐다. 그런데 여기 와서 직접 의사로서 진료를 하면서 ‘내게 의사가 맞구나’, ‘내가 잘 선택했구나’ 그런 확신을 가지게 됐다. 그래서 이곳이 아주 소중하다. -일차적인 진료를 제공하는 곳인데 일반의사다 보니 지식적 한계에 많이 부딪힌다. 그런 부분을 보강하려고 노력하는 곳이다.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장소에 대한 의미가 달라지는 것 같다. 인간적인 의사, 권위적이지 않은 의사로서 환자들에게 다가가고 싶다. 그래서 모든 환자들을 잘 아우르는 의사가 되고 싶다. 그런 일을 하는 곳이기에 정이 많이 간다.
글·사진 김경원 기자 kkw97@docdocdoc.co.kr 사진 대웅제약 최동식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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