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여태경 기자,박정양 기자 = 여야가 당초 약속시한이던 지난달 31일 밤 늦게 가까스로 세월호특별법 등 이른바 '세월호 3법'의 세부 내용을 타결했지만 아직도 여의도 정가에는 예산, 법안 등 여야가 다시 신발끈을 고쳐매고 전열을 정비해야 할 현안들이 즐비하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야당에서 혹독한 검증을 예고한 정부의 경제살리기 예산과 민생·경제법안 처리, 공무원연금 개혁, 개헌론뿐 아니라 최근 국정감사 과정에서 다시 불거진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 실패 문제를 놓고 여야의 일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서민증세' '누리과정' 등 예산전쟁 시작
여야 지도부는 새해 예산안을 법정시한(12월 2일)까지 처리키로 뜻을 모았지만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 등을 두고 여야 간 이견이 커 처리과정에서 치열한 기싸움은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30일 전문가 공청회를 시작으로 내년도 예산안 심사 '워밍업'을 시작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6일 전체회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을 상정, 본격적인 심의에 착수한다.
새누리당은 정부의 경제살리기 예산은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입장인 반면 새정치연합은 이른바 '초이노믹스'로 불리는 최경환 경제팀의 경제활성화 정책을 전면 비판하며 '서민 증세, 부자 감세'를 막기 위해 힘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을 놓고도 여야의 입장이 확연히 갈려 공방이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자치단체 사업으로 보는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최근 야당에서 공세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후속 사업과 자원외교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박근혜 정부의 대표 사업인 창조경제, 새마을사업,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조성 등 이른바 '박근혜표 예산'을 놓고도 여야의 일전이 예상된다.
◇與, 30개 민생경제법안 처리 전력 vs 野 "민생법안 아냐" 반격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강조한 크라우드 펀딩 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크루즈산업육성지원법 등 30개 경제활성화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 회기(12월9일) 내에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박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도 경제를 59번이나 언급하며 30개 경제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상임위뿐 아니라 당 차원에서 30개 법안 처리에 올인할 방침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가 내세운 민생경제법안 상당수가 민생과 거리가 멀다고 판단, 생활비 부담은 줄이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법안 25개를 자체적으로 마련해 여당과 정부에 대한 반격에 나선 상태다.
다만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법안 처리를 두고 "일괄처리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함에 따라 남은 정기국회 기간 무쟁점 법안의 경우 신속한 처리가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에서 이번 정기국회 기간 내 처리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한 기초생활보장법(이른바 송파 세모녀법)은 우선 처리가 가능할 전망이다.
◇공무원연금 개혁, 시기와 방법 놓고 공방 치열
새누리당은 우여곡절 끝에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당론 발의한 데 이어 여세를 몰아 정부와 보조를 맞추며 개정안 연내 처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새누리당은 개정안 추진작업과 함께 김무성 대표가 조만간 공무원 노조 대표를 만나 이해를 구하는 등 공무원 사회와 야당에 대한 직접적인 설득 작업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권은희 새누리당 대변인은 "새정치연합도 제1야당으로서 공무원연금개혁의 시급성을 제대로 인식해달라"면서 "여야가 함께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완성시켜 나가기 위해 하루 빨리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새정치연합은 큰 틀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사회적 합의 도출'이 우선이라며 '속도조절론'으로 맞서고 있다.
안규백 새정치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정부 여당은 연내에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처리하기를 바라지만 이 법안은 2030년부터 시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빨리 처리하는 것 못지 않게 법안 내용에 대한 국민의 합의가 우선"이라며 "절차과 과정을 밟아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꺼지지 않는 불꽃 '개헌론'…시기상조론 vs 골든타임
개헌론을 놓고도 여야 간의 온도차와 함께 신경전이 가열될 가능성이 있다.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의 '개헌 봇물' 발언 사과 뒤 공식적으로 개헌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당내 계파에 따라 개헌에 대한 입장이 확연히 갈리고 있다.
친박(박근혜)계 의원들은 경제 회복, 남북 관계 등이 우선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블랙홀론'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
반면 비박계 김재경·박민식 의원 등은 지난달 31일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개헌 필요성을 부각하며 본격적인 논의를 촉구했다.
또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 고문을 맡고 있는 '개헌 전도사'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같은 날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등 모임 소속 야당 의원들과 회동을 갖고 올해 내 국회 개헌특위 구성 및 국회 차원에서의 본격적인 개헌 추진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친박계 핵심 인사인 이정현 의원은 지난달 31일 대정부질문에서 "개헌이 모든 어젠다의 블랙홀이 되지 않도록 경제지표, 여론지수, 남북소통 등이 안정수준에 도달할 때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친박계 의원들은 일제히 '시기상조론'을 개진했다.
야당에서는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우윤근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모두 발벗고 나서 "지금이 개헌의 골든타임"이라면서 '개헌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여당 내 개헌 세력과 야당과의 호흡이 얼마나 잘 맞느냐에 따라 연말 정국에서 개헌론이 불꽃을 피울 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자·방(4대강·자원·방산) 비리' 국정조사 변수 부상새정치연합은 지난달 국정감사 과정에서 불거진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국부유출 및 방산·군납비리, 4대강 살리기 사업 비리 의혹 등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이를 정치 쟁점화할 태세다.
새정치연합은 지난달 31일 세월호 3법 막판 협상 과정에서도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 실패 등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했지만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 연내처리를 협상 카드로 내밀면서 논의 안건에서 빠졌다.
안규백 원내수석은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 국부유출, 방산·군납비리 등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를 위해 여야간 협상을 바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 때문에 4대강사업과 자원외교 실패 국정조사 실시 여부가 향후 공무원연금 개혁과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등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