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여행(1) - 이스트라 (모토분, 로비니, 풀라)
나이가 먹으면서 게으름만 늘어 여행기를 제 때에 쓰지도 못 하는 형국이 되었다. 처와 함께 회갑을 맞은 2019년이었다. 꼭 그걸 의식하고 기념한 것은 아니지만 여름인 8월에 크로아티아 한 나라만 다녀왔다. 그러니 거의 5개월이나 지났고 그 당시의 감흥도 사라져 기록을 보지 않으면 기억이 나지도 않는다. 하여간 한심한 인간이다.
크로아티아는 역사적으로 강력한 국가는 아니었다는 느낌이다. 로마제국의 지배를 받을 때는 서로마제국의 동쪽 끝에 해당했기 때문에 지금도 종교가 로마가톨릭이다. 그 동쪽은 당연히 동로마제국 이른바 비잔틴제국에 들어가니 같은 가톨릭이지만 대부분의 국가가 정교를 믿는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베네치아의 영향 아래에도 있었고 헝가리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지배를 받기도 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독립해 유고슬라비아 왕국의 일부가 되기도 했으나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나치의 괴뢰국이 세워지기도 했단다. 그 후 유고연방의 일원이 되었다가 동구 사회주의가 쇠퇴하며 1991년 지금의 모습으로 독립국가가 되었다.
이 나라의 지도를 보면 대뜸 부메랑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북으로는 슬로베니아와 헝가리, 동으로는 세르비아 그리고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서쪽으로 아드리아해를 끼고 있다. 또 네움에서 분리된 국토가 더 내려가다가 끝에서 몬테네그로와도 살짝 접하고 있다. 지형으로는 아드리아해를 따라 디나르알프스 산맥이 이어지고 동쪽으로는 판노니아 평원을 구성한다. 지역은 슬라보니아, 중앙크로아티아, 이스트라, 달마티아로 되어 있다. 달마티아 해안은 지리 시간에 배운 대로 해안선이 가장 복잡한 지역이며 디나르알프스 산맥과 함께 대부분 석회암인 카르스트 지형을 형성하고 있다.
인구는 약 420만 명에 국토 면적은 우리나라의 55% 정도라고 한다. 특별한 대규모의 산업시설은 없는 것 같고 원유와 천연가스가 생산된다는 것이 특징이며 당연히 관광자원은 많은 편이다. 또 유고사회주의연방이 해체되면서 민족과 종교에 따른 갈등과 분열 그리고 엄청난 살륙의 내전을 겪은 현대사의 아픔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 근원은 역사 속에서 오랜 기간 가톨릭과 이슬람(오스만튀르크)이 번갈아 지배하면서 생긴 것이고, 하여 발칸반도는 '세계의 화약고'라고 불려 왔다.
해외 배낭여행 프로그램인 '꽃보다 누나'가 이 나라를 배경으로 만들어지면서 우리나라의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한다. 나도 유럽여행의 첫 목적지로 이곳을 택한 이유가 특별히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많이 들었던데다가 처가 다른 사람의 경험담을 말하길래 그냥 저지른 것이다. 또 구색 맞추기로 몇 나라를 돌면 다녀왔다는 의미만 있지 짐짝처럼 끌려만 다녀 여행을 제대로 못 한다. 그래서 가급적 '1개국 깊이보기' 패키지를 이용한다.
1. 일시 : 2019.08.08(목) - 08.16(금) 7박9일
2. 방법 : 하나투어 패키지. 13명 일행. 처와 함께
3. 일정 :
1) 08.08(목) ; 05:55 집 출발. 07:20 인천공항2터미널 3F 출국장 도착, 하나투어 담당자 미팅. 11:05 출발(대한항공). 15:40(이하 현지 시간) 자그레브공항(프라노 투디만) (11시간 35분 소요). 16:20 공항 출발. 18:30 오파티아 아가바호텔
2) 08.09(금) ; 08:00 숙소 출발. 09:33 모토분 마을. 12:00 로비니, 점심식사. 15:30 풀라. 16:30 출발. 18:00 숙소(아가바호텔) 복귀
3) 08.10(토) ; 08:00 숙소 출발. 11:20경부터 고속도로 정체 극심. 13시경 자다르(일명 자라. 1시간 지각), 점심식사. 14:25 투어 시작. 15:30 출발. 17:50 스플리트. 19:25 출발. 19:40 몬도호텔
4) 08.11(일) ; 08:00 숙소 출발. 10:05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안의 휴게소(자드란호텔). 10:40 크로아티아 국경검문소. 12:30 코르출라행 페리 부두. 13:00 코르출라, 점심식사. 15:30 코르출라 출발. 15분 후 버스 출발. 17:55 두브르브니크대교 앞. 18:15 그랜드호텔파크
5) 08.12(월) ; 09:00 숙소 출발. 스즈르산 전망대. 10:40 두브르브니크 성채 북문. 13:00 점심식사. 14:10 유람선 출발. 16:50 두브르브니크 성채 북문 출발. 17:10 숙소(그랜드호텔파크) 복귀
6) 08.13(화) ; 08:30 숙소 출발. 09:50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안의 휴게소(자드란호텔). 12:45 트로기르. 13:00 점심식사. 15:40 출발. 18:10 플리트비체 마콜라호텔
7) 08.14(수) ; 08:30 숙소 출발. 9:00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12:35 출발. 12:50 점심식사. 14:15 라스토케 마을. 15:30 출발. 20분 뒤 쇼핑센터. 16:35 출발. 17:20 프린세스호텔
8) 08.15(목) ; 07:45 숙소 출발. 08:30 자그레브 구시가지. 11:15 출발. 10분 뒤 점심식사. 13:00 자그레브공항. 17:15 출발(대한항공)
9) 08.16(금) ; 10:30(한국 시간) 인천국제공항(10시간 15분 소요). 12:45 귀가
4. 여행 둘러보기 :
크로아티아 여행 개념도. 구글 지도를 흑백으로 출력한 것에 수기로 표기하여 아드리아해의 해안선이 선명하지 못하구나! ○ 안의 숫자는 일차를 나타내며 밖의 숫자는 해당 일차에 들른 순서다. 이동 동선은 도로를 따라 실제를 표기하지 않고 편의상 직선으로 나타냈다. 예를 들어 스플리트에서 코르출라에 가려면 네움과 스톤을 지나 북서로 뻗은 긴 반도를 지나야 하지만 개념도엔 단순히 직선으로 표기되어 오해하기 쉽다. 페리도 10분이면 건넌다.
<1일차>
크로아티아는 우리보다 8시간이 늦은데 서머타임에는 7시간 시차가 난다. 덕분에 한낮에 인천을 떠나 11시간 30분이 넘게 걸렸음에도 오후 한 복판에 그곳에 도착했다. 다시 2시간 이상 달려 이스트라 반도가 본토와 연결되는 지점인 오파티아에 가는 것으로 첫날의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인천국제공항
자그레브
자그레브공항 접근
자그레브공항
오파티아
이곳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그 왕가의 휴양지로 개발된 곳이란다. 해안에 접한 산비탈의 경사가 심하지만 높은 곳까지 멋진 집들이 들어섰고 대부분 3~5층 정도의 호텔들로 빽빽하게 늘어서 있다. 유럽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기에 여행자들에게 숙소 사정은 기대를 안 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고 나도 그랬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인들이 휴가를 보내러 밀려들기에 숙소를 잡기가 어렵단다. 또 비수기에는 숙소들이 거의 문을 닫기 때문에 우리나라와는 다른 문화가 있다. 이 나라도 숲이 울창한 편이고 고속도로도 비교적 잘 되어 있으며 유럽의 특징이지만 교통사고를 막기 위한 제도가 엄격하고도 잘 지켜진다는 것이 부럽기도 하다.
숙소 도착
<2일차>
오파티아 출발
모토분 마을
이스트라 반도의 한 가운데 작은 구릉 위에 자리한 모토분은 멀리서 보기에 동화 속 마을인 듯 매력적이다. 일단 멀리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도착해 셔틀버스로 입구에 올랐다. 14~17세기의 시대에 따른 건축 양식을 다 볼 수 있다는데 난 깊이가 없어 쉽게 구분이 안 되었다. 다만 성문에 새겨진 날개 달린 사자상을 보니 베네치아의 지배 하에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내성과 외성으로 확연히 나뉜 요새가 위용을 자랑한다. 유럽의 오래된 도시 대부분은 바닥을 돌로 깔아 그 역사와 함께 지금에 이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도 그랬다. 성채를 따라 돌면서 보이는 파노라마는 장관이며 북쪽의 숲은 송로버섯(트러플)의 주산지란다. 이것은 푸아그라(거위간), 캐비어(철갑상어알)과 함께 세계 3대 진미에 속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노천카페와 기념품점들이 있고 주민들도 거주하지만 빈 집들로 많았다.
로비니
일년 내내 온화한 날씨에다 아드리아해와 어울린 아름다음으로 유명한 휴양도시로 이스트라의 진주라고 하는데 그 만큼 유럽인들이 많이 찾는단다. 과거에는 섬이었으나 지금은 육지와 연결된 곳이며 오랜 기간 로마제국과 이탈리아의 영향을 받아 그 문화가 곳곳에 진하게 남아 있다. 좁은 돌바닥 골목길과 옛 건물들은 중세시대를 느낄 수 있게 한다. 특히 언덕 위에 우뚝솟은 성 유페미아 성당과 종탑은 멀리서도 확연히 눈에 띄어 이곳의 상징과도 같다. 어디서나 투어 후에 자유시간이 주어졌는데 그저 근처만 경험할 뿐이다. 지중해성 기후인 아드리아해의 작열하는 태양과 습기가 더해져 엄청 찌는 날씨였다. 게다가 장이 약한 나는 설사까지 겹쳐 고역을 치루었다.
성 유페미아 성당
베네치아와 오스만튀르크의 역사를 동시에 말해 준다.
풀라
3,000년의 역사를 가진 이 도시는 곳곳에 로마제국의 유적이 남아 있단다. 대표적으로 잘 보존되어 지금도 공연에 사용되고 있는 원형경기장(아레나)은 베스파시아누스 황제 때 건립되었는데 로마의 원형경기장 중 크기로 넘버 6이란다. 이곳만 둘러보았는데 지하 시설을 돌아볼 때 힘 없이 어설프게 넘어지는 해프닝이 있었다.
원형경기장
(2)에 이어짐.
첫댓글 도시의 소개나 사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붙이기가 귀찮아 생략했다.
또 당시의 느낌 등을 적어야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인데 이런 상황이 됐구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지만 시일이 지나면서 시들해졌다.
나도 아쉽다. 자세한 것은 인터넷 등의 자료를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간단한 설명과 느낌을 추가했다.
물론 일기장을 토대로 한 것이 도움이 되었지!
그래도 당시에 곧장 한 것과는 다를 것이라는 걸 인정한다.
이 여행기는 (10)편까지 이어진다.
차례로 봐야 일정대로 순조롭게 연결된다.
번거롭지만 꼭 찾아서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