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 않은 이 복숭아, 엄마가 먹어 !
솔향 남상선/수필가
새벽 4시에 일어나 기도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기상 시각이 정학한 것은 알람시계의 벨 울림소리 덕분이리라. 그 동안 기도할 때, 기도해 드릴 분의 소망하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아뢰며, 청원기도에 매달렸다. 기도해 줄 사람의 숫자에는 관심이 없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로 기도에 지극정성을 다했다. 하늘을 감동시킬 정성이면 어떤 소원이든 성취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기도했다. 기적은 하늘을 감동시켜 나온 결과물이다.
기도의 대상은, 그 동안 신세졌던 분들, 보은으로 감사드려야 할 분들, 사정이 딱한 분들, 병자들을 비롯한 동기간 가족이었다. 기도를 해준 사람을 오늘서 처음으로 숫자를 헤아려 보았다. 숫자가 자그마치 71분이나 되었다. 게다가 소천한 아내의 명복을 비는 연도까지 합세했으니 숫자가 커질 수밖에 없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한 연도가 12년 세월이었다. 세상에 볼 수 없는 얼굴이지만 눈 감으니 보이고 있다. 기도와 연도는 내 일상의 일과가 돼 버렸다.
기도, 연도를 6시 전에 마치고, 7시 전후 되는 시각에는 카톡을 주고받는 것이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하루에 보내는 카톡 인원이 250명 안팎이다. 그렇기에 소요되는 시간도 상당하다. 1인에게 보내는 카톡이 1통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2통 3통, 그 이상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 보니 소요되는 시간도 2시간이 넘게 걸린다. 카톡으로 소요되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남에게 주는 즐거움, 내 느끼는 행복감으로 즐겨하고 있다.
카톡을 주고받는 내용 - 경음악, 가수 송, 희로애락이 담긴 얘기, 새로운 정보, 교훈적인 것, 깨닫고 반성하게 하는 것, 다짐하고 각성하게 하는 것, 새로운 지식, 생활인의 지혜 - 에 매료되어 즐겁기만 하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금시초문인 것도 숱하고, 호기심의 대상도 많아 새로운 학부 과정을 밟는 느낌까지 들 때도 있다.
카톡을 200통 이상 보내면 화답으로 오는 게 9통 안팎이다. 어제는 지인한테서 온 화답 카톡이 울림을 주는 거여서, 얼굴은 달라도 마음을 같이하여 음미해 보고 싶은 심정이다.
「 어린 여자 아이가 양손에 사과를 들고 있었다. 아이의 엄마는
“네가 사과 2개나 있으니 하나는 엄마 줄래?"
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왼손 사과를 한 입 베어 물었다.그리고 엄마를 빤히 바라보다가, 이번에는 재빨리 오른쪽 사과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이에 엄마는 깜짝 놀랐다. 아이가 이렇게 욕심 많은 아인지 미처 몰랐다. 그런데, 아이는 잠시 뒤, 왼손 을 내밀면서, 이렇게 말했다.
“ 엄마! 이거 드세요. 이게 더 달아요.”
이기적인 아이인 줄 알았는데… 이 아이는 진정으로 사랑과 배려심이 많은 아이였던 것이 다. 만약, 엄마가 양쪽 사과를 베어 무는 아이에게 곧 바로,
“이 못된 것, 너는 왜 이렇게 이기적이니?”
하며 화를 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아이는 크게 실망하고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섣부르게 판단하고 행동하게 되면, 아픔과 상처가 남을 수밖에 없다. 조금 기다리는 것, 그 자체가 바로 사랑인 것이다. 」
울림을 주는 예화에 빠지다 보니 어렸을 적 고향 마을에서 있었던 일이 연상되었다.
우리 동네엔 3대 독자 아이가 하나 있었다. 그 아이가 6살 때 복숭아나무 근체에서 놀고 있었다. 아이는 탐스럽게 익어가는 복숭아를 보고 그게 먹고 싶어 침을 삼키고 있었다. 얼마나 그게 먹고 싶었는지 아이는 매달려 있는 복숭아로부터 눈길을 돌릴 줄 몰랐다. 그걸 바라보고 있던, 인정 많은 주인은 안타깝게 생각됐던지 덜 익은 복숭아 2개를 따서 꼬마에게 주었다. 집에 가서 먹으라 했다. 아이는 잽싸게 고맙다는 말도 잊은 채 엄마한테 달려갔다.
그 때 집에는 분별없이 행동하는 제 2의 뺑덕어미, 동네 아줌마가 엄마와 같이 수다를 떨고 있었다. 엄마는 예의바른 3대독자 아들을 자랑하려고 아들 양 손의 복숭아를 보면서,
“ 네 손에 가진 복숭아 한 개, 엄마가 먹으면 안 될까? ”
했다. 꼬마는 흘낏 쳐다보고는 오른 손 복숭아를 베어 물었다. 잠시 입맛을 다시더니 순간에 왼손의 복숭아도 베어 물고 맛을 보는 거였다. 그걸 바라본 동네 뺑덕어미격 아줌마가,
“새끼 귀엽게 키워봐야 소용없어, 싸가지 없는 자식이구만. ”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읊조리고 달아났다. 남의 말하기 좋아하는 동네 아줌마는 사람들 이 모인, 가는 자리마다 < 김서방네 3대 독자 그 아이 싸가지가 없어! > 라고 악소문을 내고 다녔다. 그로 인해 나중에는 엄마들끼리 싸우는 걸 봤다.
동네 아줌마가 자리를 뜨는 바람에 못 들어서 그렇지, 아이는 두 번 째 복숭아를 맛본 후에
“ 시지 않은 이 복숭아, 엄마가 먹어 ! ”
했다. 두 개의 복숭아를 베어 무는 모습만 보고, 동네방네 소문내고 돌아다닌 아줌마가 < 시지 않은 이 복숭아, 엄마가 먹어 ! > 이 말까지 들었다면 어른들 싸움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말에 < 프레임의 법칙>이란 말이 있다. 동일한 현상도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볼 수 있다는 얘기이다, 동일한 상황을 가지고도 긍정적인 시각으로 좋게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 면, 부정적 시각으로 나쁘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는 뜻이다.
아이가 복숭아 2개를 입에 베어 무는 동일행동을 보고서도 <사랑과 배려심이 많은 훌륭한 아이> 로 바라보는 엄마의 생각과, < 싸가지가 없다.>고 ,온 동네 소문내고 돌아다니는 아줌 마의 부정적인 생각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게 바로 <프레임의 법칙>에 해당하는 것이다.
우리도 살아가는 과정에서
좋은 걸로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말해야 할 일들을
<프레임의 법칙>의 허튼 판단으로 남의 마음을 어둡게 하지는 않았는가!
단 사과를 저 먹지 않고
< 엄마가 이거 드세요. > 하는
‘사랑과 배려의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신 복숭아는 저 먹고
< 시지 않은 이 복숭아, 엄마가 먹어 ! >하는
엄마에 대한 사랑과 배려하는 마음이 얼마나 느꺼움을 주는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랑과 배려하는 마음이 우리 모두의 것이 됐으면 좋겠다.
첫댓글 선생님께서 아침마다 보내 주시는 다양한 카톡 덕분에 매일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하며 아침을 엽니다.
그러다보니 소식이 없을 때는 혹시 무슨 일이 있으신가~ 하고 염려가 되기도 하지요.
이번에 편찮으셔서 잠시 카톡을 쉬신 것 외에는 거의 날마다 소식을 주셨으니까요.
감사드리며 늘 강건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프레임의 법칙" 처럼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사례를 재미있게 써 주셔서 단숨에 읽어내려갔답니다.
사과와 복숭아를 통해서 배려와 기다림을 알게 해주셨네요. "기다림의 미학"은 어디에서나 통하는 것 같아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을때마다 가슴에 와 닿네요
사모님~먼저 보내시고ㆍ홀로 아픔을 글로 다 표현하시고 지금도 병중에서도 모든이한테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시는 흐트림없는 모습으로 ~좋은글로 모든이에게 전하는 선생님 존경합니다
저도 성당에 다니지만 선생님처럼 아름다운마음을 가지질 못하네요~
저한테도 좋은 카톡글을 신청 할께요~
끄적거린 정도의 글에 과찬으로 힘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카톡으로 글과 기타 자료를 보내드릴 테니 제 폰번으로 임의 핸드폰 번호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아래는 남상선 제 폰번입니다.
010 - 9401 - 5715
"프레임의법칙 "
"기다림은 사랑이다"
기다릴줄 모르고 아이를
다그쳤던 지난날의 과오가
떠 오르네요.
사모님께선 아마 좋은곳에 계실것입니다.
선생님의 다정했던 그사랑을 어찌 잊을수가 있으시겠어요.
사모님께선 천상세계 에서도 선생님과
가족을 위해 날마다 기도하실거예요,
항상 건강하시고
마음 편하게 지내셔야
사모님도 편안하게 계실수 있으시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