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술을 자시고 싶었으면 宅號까지 "막걸리"라 지었을까.
오후 퇴근 시간이 다가오니 오늘도 예외 없이 어느 녀석에게서 한잔하자는 연락이 오지않을까 하고 괜히 가다리는 마음, 이놈의 마음 때문에.... 술時가 슬슬 다가오면 정체할수 이놈의 마음...마누라가 아무리 알콜중독자라고 떠들어도 니야! 떠들어라! 牛耳讀經[우이독경]이요, 馬耳東風[마이동풍]이요, 碧昌牛[벽창우]이니 말이 귀구멍에 들어올 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목이 컬컬한 것이 한사발 마시면 곧 죽어도 餘恨이 없을 것 같으니 이를 어찌한다냐? 예나 지금이나 사내놈들 사발농사 짓고 계집 밝히는 것은 똑같은 모양이다. 얼마나 술이 자시고 싶어서면 막걸리[白酒]로 집이름을 삼은 사람이 계신단다. 이 분은 알콜 중독성 유전학적으로 우리들의 조상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즉 조선시대에 막걸리를 자신의 집 이름으로 삼은 사람이 있었다. 17세기의 문인 이세화(李世華)라는 사람이 그러하였다. 이세화는 막걸리로 집 이름을 삼은 까닭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집을 막걸리로 이름 붙인 것은 무엇 때문인가? 주인이 술 마시기를 좋아하여 막사발에 막걸리를 담아 앞에 둔다. 그 맛이 진하고 그 색이 하얗다. 가격이 저렴하고 만들기도 쉬워 장만하기가 어렵지 않다. 배고플 때 요기가 되고 목마를 때 갈증을 풀어주는 것이 전적으로 여기에 달려 있다. 이에 그 집 이름을 이렇게 붙인 것이다.
아, 천지 사이에는 다섯 가지 색이 있으니, 청색, 황색, 적색, 흑색이 각기 그 빛깔로 행세하지만, 맑고 깨끗하며 질박하고 곧은 것은 오직 흰색뿐이다. 사물 중에 흰 것은 그 종류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사람 중에서 흰 것은 온 세상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사물은 그 본바탕을 보존할 수 있지만 사람은 잃어버리는 것을 면하지 못하여 그러한 것이 아니겠는가?
슬프다. 주인은 하루살이 신세에 흙덩이, 나무토막 같은 몸뚱아리인지라, 가만히 들어도 궁(宮)ㆍ상(商)ㆍ각(角)ㆍ치(徵)ㆍ우(羽)의 오음(五音)을 듣지 못하고, 자세히 보아도 청ㆍ황ㆍ적ㆍ백ㆍ흑의 오색(五色)을 보지 못한다. 산중에서 늘그막에 보는 것이라곤 거울 속의 백발과 막걸리 한 동이뿐이다. 귀밑머리를 쓰다듬고 한 동이 막걸리를 마시고 취하여 노래를 부른다. 노래는 이러하다.
백발의 흰 빛이여, 막걸리의 흰 빛이여.
너는 내 마음에 꼭 드는구나.
옥쟁반의 진수성찬은 천금의 값이라 장만할 수 없는데,
막사발에 부어 마시는 일은 정말 초가집이라 마땅하지.
내 흰 빛으로 너의 흰 빛을 얻으리니
막걸리야, 막걸리야,
빈 방에 늘 흰 빛이 돌게 하기를.]
[堂以白酒名何哉? 主翁嗜飮, 嘗以瓦樽濁醪, 置之前, 其味醇, 其色白, 價廉而力省, 不難於取辦, 療飢救渴, 專靠於是, 因以名其堂.
噫天地之間, 有五色焉, 靑者黃者赤者黑者, 各售其彩, 而淸而潔樸而直者, 其惟白乎. 物之白者, 不一其種, 人之白者, 曠世而罕覩, 豈物能保其質, 而人未免梏喪而然耶.
悲夫, 主翁蚍蜉身世, 土木形骸, 靜聽不聞五聲, 熟視不見五彩, 山中暮年所覩者, 鏡中白髮. 白酒一樽, 振鬂邊之髮, 吸樽中之酒醉而歌.
歌曰, 白髮之白兮, 白酒之白兮. 爾能適我悃兮, 玉盤珍羞, 難辦千金價兮, 瓦樽缶飮, 正宜茅茨下兮. 以吾之白得爾之白, 白酒兮白酒, 庶幾使虛室而長白.]
-이세화(李世華)-白酒堂記
이세화(李世華, 1630~1701)는 六曹의 判書를 두루 歷任한 명환(名宦:유명란 벼슬아치)이요, 절조가 높은 선비였다. 숙종이 희빈 장씨를 사랑하여 인현왕후(仁顯王后)를 폐하려 할 때 오두인(吳斗寅)과 함께 이를 반대하는 상소의 소두(疏頭)에 이름을 올렸다. 숙종이 크게 분노하여 밤중에 친국(親鞫)을 하자, 이세화는 [“국사로 인해 죽기를 원했는데 이제 그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되었지만, 신의 죽음이 성덕에 누를 끼칠까 두려우며 신에게 용서할 수 없는 죄가 있다 하더라도 옥리에게 맡겨 다스리게 하면 될 것을 밤새도록 친국하니 옥체를 상하게 할까 두렵습니다.”]라 말한 일화(逸話)가 후세에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본관이 부평이며 자는 군실(君實)이다. 호는 쌍백당(雙栢堂)이 알려져 있지만 파주의 칠정(七井)이 고향인지라 칠정(七井) 혹은 정곡(井谷)이라는 호도 사용하였다. 그의 문집 《쌍백당집(雙栢堂集)》이 목판본으로 간행되어 장서각에 보관되어 있으며 규장각에는 필사본이 전한다.
중국에서 백주(白酒)는 고급 소주를 가리킬 때도 있지만 도연명(陶淵明)이 중양절에 막걸리에 국화를 띄워 마신 故事가 알려져, 우리나라에서도 이른 시기부터 소탈한 문인의 멋을 돋우는 술이 되었다. 막걸리를 읊은 시에 늘 국화꽃이 登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백(李白)의 ["막걸리 막 익을 때 산속으로 돌아오니, 기장 쪼는 누런 닭이 가을 되어 살졌네. 아이 불러 닭을 삶고 막걸리 들이키니, 아녀자들 웃고 장난치며 옷자락을 끄네]-
[白酒新熟山中歸, 黃雞啄黍秋正肥.-백주신숙산중귀, 황계탁서추정비.
呼童烹雞酌白酒, 兒女嬉笑牽人衣.-호동팽계작백주, 아녀희소견인의.]
-(<남릉에서 아이들과 헤어져 서울로 돌아와서(南陵別兒童入京)>)라 한 시가 널리 알려져 있어, 막걸리에 닭백숙도 은일(隱逸)을 志向한 선비의 시에 자주 등장한다. 이세화는 자신의 집 이름을 막걸리라는 뜻에서 白酒堂이라 하였다. 막걸리는 값이 싸서 쉽게 구할 수 있고 허기와 갈증에 보탬이 되니 예나 지금이나 서민에게 잘 어울린다. 이세화는 여기에 더하여 막걸리의 백(白)에 의미를 부여하여 청백(淸白)의 뜻을 끌어들였다. 이 글의 핵심어는 바로 백(白)이다. 사물은 백(白)의 본바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사람은 청백(淸白)의 절조를 끝까지 지키는 이가 거의 없다고 하여 세태를 개탄하였다. 자신의 백발(白髮)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삶이 초가에서의 청빈한 삶이요, 청빈한 삶에 막걸리가 가장 잘 어울린다 하였다. 이렇게 사노라면 절로 마음이 맑아진다고 하였다. 《장자(莊子)》에 텅 빈 방 안에서 흰빛이 생겨난다는 허실생백(虛室生白)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세화는 이 말을 끌어와 빈 방이라야 훤한 햇살이 잘 드는 것처럼 마음을 비우고 맑게 살겠노라 다짐하였다. 이세화는 노년에 淸白吏에 뽑혔으니 실제 이렇게 살았다고 하겠다.
세상의 마누라들이여!
못난 서방놈이 술 좋아한다고 너무 나무라지 말지어다!
혹시 그 서방놈도 雙白堂선생처럼 淸白吏에 선발될지 누가 알겠는가.........
첫댓글 묵암사부..온천시장"전어회가생각나는구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