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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구 미 낭 송 가 협 회 원문보기 글쓴이: 푸른산
더욱 아담한 동산을 위하여
ㅇ 봄부터 소쩍새는 2019년 9월 7일 토요일 아침 9시, 회원들은 속속 구미시근로자문화센터 3층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공연장에 들어서자마자 팀별로 무대 위에 올랐다. 밖에는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태풍이 지나가는 중이었다. 빗속을 뚫고 차를 몰아 달려왔다. 차를 세우고는 비바람을 헤치며 공연장으로 들었다. 오후 4시부터 펼쳐질 콘서트를 위하여 모두들 머리며 얼굴을 단장하고 왔는데, 그 꽃단장이 비에 젖는 것도 난감했지만, 더 큰 걱정은 콘서트가 열릴 무렵의 날씨였다. 이 몰아치는 비바람을 물리치고 관객들이 와 줄 것인가. 지난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모두의 뇌리를 흘러갔다. 4월 정기낭송회를 마치고부터 줄곧 준비해온 무대였다. 마침 구미도서관에서 5월 말 시낭송 콘서트를 요청해왔다.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도서관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9월의 우리 콘서트도 함께 기획하여 준비해 보는 예비 무대의 기회도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낭송이 꽃 피는 시 울림 콘서트’라는 주제로 윤송과 합송, 듀엣 낭송과 독송, 시 노래와 싱얼롱 그리고 도서관에서 낭송을 배우고 있는 학습자들의 무대 등으로 구성한 프로그램에 맞추어 열심히 연습해 나갔다. 5월31일 도서관 시청각실에서 열린 콘서트는 시청각실을 꽉 채운 관객들의 환호와 갈채 속에서 치러졌다. 회원들은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일부 순서는 우리의 제7회 콘서트에도 그대로 올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낭송 기량도 더욱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우리는 오직 9월의 콘서트를 위하여 모든 역량을 모아갔다. 연찬을 진행해나가면서 구성한 프로그램을 고치고 바꾸기도 하며 더욱 다져갔다. 그사이에 봄이 가고 여름이 오고 있었다. 한여름의 된더위도 우리에게 어려움이 될 까닭은 없었다. 구미도서관 세미나실에서, 구미시근로자문화센터 야외공연장에서, 회장님 댁 아파트의 휴게실이며 인근에 사는 따님댁에서, 유경·소은 님 댁에서까지 열정 어린 연찬이 진행되었다. 8월에 두 번은 해마루중학교 배성호 교장선생님의 배려를 받아 학교 시청각실에서 무대 리허설을 진행했다. 더위도, 바쁜 시간도 무릅쓰고 모든 팀이 연찬에 태양 빛보다 더 뜨거운 열정을 불태워 갔지만, 이번 콘서트에서 하이라이트가 될 「3.1 독립운동·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시 퍼포먼스 ‘임 찾아가는 길’」 팀은 편영미 팀장의 주도 아래 이른 시간이며 늦은 시간을, 실내며 야외를 가리지 않고 결사적으로 연마를 거듭해 나갔다. 모두 함께하는 연습하는 시간 말고도 5명이서만 무려 15회에 걸쳐 연습을 진행해나갔다. 그렇게 연습을 마무리해 가던 중에 영남일보(2019.9.5.)에서는 “詩 퍼포먼스에 교육감 낭송 무대 –구미낭송가협회 7일 ‘시낭송콘서트’ ”라는 타이틀로 우리의 콘서트를 알리는 보도를 해주었다. 독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헤드라인을 잡기 위해 애쓴 것 같다. 이렇게 하여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 윤송, 듀엣 낭송, 합송, 수필 낭독, 시 퍼포먼스, 시극 팀이 모두 합쳐 17명의 출연자가 43회에 걸쳐 연인원 320명 총시간 120시간의 연습을 진행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총연출과 지도를 맡은 구은주 회장은 2월에 귀하게 얻은 외손자를 돌봐야 하는 등의 바쁜 가사 부담에도 불구하고 모든 열정을 기울이셨고, 각 팀은 팀장님을 중심으로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오늘의 무대를 이루어 내게 되었다. 오전 무대 리허설을 12시 넘어 끝내고 점심을 서둘러 먹고 1시부터 3시까지 오후 리허설에 돌입했다. 오후부터는 공무에 바쁜 임종식 교육감, 멀리 인천서 오는 정환기 회원이 합류하여 더욱 열기를 띠게 되었다. 3시에 모든 연습을 끝내고 회원들은 각자의 임무 자리로 갔다. 내빈 안내며 관객 맞이 다과 준비, 무대 및 의상 준비, 영상 준비 등 회원들의 손길은 다시 분주했다. 무대를 위한 꽃단장도 게을리할 수 없는 손길이었다. 음향은 업체에 나와 아침부터 모든 장비를 갖추어 작동하고, 영상은 늘 이일배 자문위원께서 맡아 모든 과정을 함께했다. 오늘 무대를 만든 주역들이 또 있다. 모두 회원의 자제들이다. 회장님 자제 손창우 군이 음악을, 쾌율 님의 자제 오진용 군이 조명을, 유경 님의 자제 유신용 군이 사진 촬영을 맡아 콘서트를 콘서트답게 했다. 이들의 수고에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김범용 회원은 업무 형편으로 출연은 못 했지만, 진행에 갖은 힘을 보탠 김범용 회원의 이바지도 잊을 수가 없다. 아, 그런데 웬일인가! 이런 걸 두고 ‘하늘도 무심치 않다.’고 하는 건가. 오전에 그리 몰아치던 비바람이 오후가 들면서 조금씩 잦아지는가 싶더니 3시경부터는 아주 말짱해지는 것이었다. 우리들의 피와 땀을 그 열정을 무심히 넘기지 않으신 것 같았다. 그 덕분일까, 박태환 경북문협 회장, 황봉학 청음시낭송예술원장, 배창환 시인 등을 비롯한 많은 내빈과 함께 관객들이 서서히 모여들기 시작하는데 콘서트를 시작할 4시 무렵에는 객석을 거의 다 채웠다. 오늘 이 시간을 위하여 봄부터 소쩍새가 그리 울고 천둥과 비바람이 그리 친 모양이었다.
ㅇ옛 동산에 오르다 오후 4시, 일각도 어김이 없이 제1부 사회자인 이애경 회원이 포근한 목소리로 인사를 한 다음 ‘지난날을 돌아보면서 밝은 미래를 기약하고자 시낭송 콘서트 「옛 동산에 올라」를 시작하겠다.’는 멘트를 프롤로그로 하여 제7회 시낭송 콘서트의 성대한 무대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첫 순서는 무대를 여는 노래로 시작되었다. 우리 협회 음악부장인 오재화 회원이 손예담(초6), 박현성(초4) 어린이와 함께 이용복의 ‘어린 시절’을 불렀다. 옛 동산의 기슭을 오르는 것이다. 두 어린이의 또랑한 목소리로 부르는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고…”와 함께 오재 화 회원의 목소리가 보태어지면서 노래가 끝이 났을 때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에 관객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시작부터 무대가 뜨거워진다. 옛날은 언제나 그립다. 그 그리움을 오 회원은 박인희의 ‘그리운 사람끼리’로 풀어나갔다. 배경 영상은 손잡고 가는 두 연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관객들은 어느새 추억의 옛 동산을 오르고 있었다. 이어 회장께서 무대에 올라와 ’인사 말씀을 드리기 전에 축하해주시고 도와주신 분들을 소개해 드리겠다.‘는 말씀을 따라 내빈들의 명단이 움직이는 영상으로 스크린 위를 향해 올라갔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시간을 절약하려는 의도였다. 소개가 끝나고 회장님은 오늘 콘서트의 의의에 이어 “이 시낭송 콘서트 무대가 낭송의 예술미를 한층 드높이어 우리의 삶을 더욱 아름답고 기름지게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라는 말씀의 인사를 이어졌다. 따뜻한 격려의 박수와 함께 인사를 마친 회장님은 우리 회원이시면서 경상북도교육청 교육감으로 계시는 임종식 교육감님의 인사 말씀을 부탁드렸다. ‘회원이 무슨 인사를 하느냐.’시며 사양하던 교육감께서 무대 아래에서 우리 협회와의 인연, 시 낭송이 아름다워 경북교육 지표의 하나로 삼게 되었다는 말씀에 이르자 객석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ㅇ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다 이제 본 프로그램의 시작이다. 과거는 그리움으로 남지만, 그 그리움은 내일 살아가는 따사로운 힘이 되는 것임을 풀어내는 윤송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다’를 김순식, 이진숙, 김계순, 김정남 회원이 등장하여 ‘삶을 문득이라 부르자’(권대웅),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조병화), ‘아득한 한 뼘’(권대웅), ‘우리에게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다’(장석주)를 따로도 읊고 섞어서도 노래하고 목소리를 모아서도 이어가면서 촉촉이 젖어 드는 음성들로 낭송을 엮어나갔다. ‘우리에게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다’의 후반부로 맺어나가는 끝부분에 이르러 ‘…멀리 왔다면 더 멀리 더~ 멀리 한없이 멀리 가 버리자.’며 함께 소리를 모아 토혈하듯 욀 때 객석에서는 벌써 갈채를 예비하고 있었다는 듯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구은주 회장과 이권주 부회장이 함께하는 듀엣 낭송으로 이어진다. 가난한 연인들의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박라연)를 회장께서 두 단락으로 나누어 맑고도 애틋한 목소리로 낭송하는 사이에 부회장이 ‘너에게로 가는 길’(강현국)을 굵고도 맑은 목소리로 엮어나간다. 아직도 풀어내야 할 그리움이 남은 건가. 낭송이 끝나자 오재화 회원의 기타 반주에 맞추어 정미조의 ‘개여울’을 개울 물이 흐르듯 잔잔한 목소리로 읊어내었다. 시가 노래인지 노래가 시인지 몽롱한 환상 속을 헤매던 관객들은 노래가 끝나자 놀란 듯, 폭풍 치는 바다의 파도 같은 박수를 쏟아냈다. 잠시 어버이를 그려보는 순서가 이어진다. 합송으로 새겨는 「아버지와 어머니」,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 드리며’(이승하)를 백경숙, 정환기 두 회원이 낭송하고, 오재화 회원이 사투리 시조 ‘효자가 될라카마’(이종문)를 오재화 회원이 낭송하면 김명자 회원이 한 구절을 거들고, 이어 ‘아버지의 나이’(정호승) 김명자, 신영이 두 회원이 낭송하도록 구성된 합송이었다. 정 회원께서는 멀리 인천에 댁을 두고 있어 백 회원님과 늘 전화로 연습하다가 처음으로 서는 무대였지만, 백 회원과 호흡을 맞추며 늙은 어머니의 모습을 잘 그려 갔다. 오재화 회원이 경상도 사투리 발음으로 ‘너거무이 … 젓 만져뿌라’라고 할 때 객석 한두 곳에서 웃음소리가 터지는 듯하더니, 김 회원이 ‘다 큰기 와 이카노, 미쳤나’라며 어머니 흉내를 낼 때는 객석의 얼굴빛이 모두 홍소를 머금고 있는 것 같았다. 김 회원이 신 회원과 함께 아버지의 마음을 그려나갈 때는 다시 숙연해지는가 싶더니 낭송이 끝나 넷이 함께 무대를 향해 인사를 할 때 우레 박수가 터져 나왔다. 더 큰 박수 소리가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는 무대에서 ‘어린 시절’을 노래했던 손예담(초6), 박현성(초4) 어린이가 ‘악기가 되고 싶었던 나무’(이혜영), ‘내 향기는’(김강정)을 청량하고도 귀여운 목소리로 또박또박 낭송하고 함께 객석을 향해 머리를 숙일 때 함성과 함께 장내를 뒤집을 듯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두 어린이에 대한 격려의 마음과 시에 정성을 다하는 깜찍한 모습이 그 박수가 터지게 한 것 같았다. 수필가 이일배 회원의 자작 수필 ‘상사화 마른 잎’을 편영미 회원과 함께 낭독하는 「수필 낭독」 순서가 이어진다. 이 회원의 많은 수필이 그러하듯, 이 글도 상사화의 애달픈 사연과 함께 인간의 원초적인 그리움을 그린 수필을 이 회원과 편 회원의 섞바꾸어 가며 끓어오르는 듯한 정감 있는 목소리로 애틋하고 애잔한 그리움을 그려낼 때 객석의 어떤 이는 지그시 눈을 감으며 귀를 모으기도 했다. 낭독이 끝났을 때 아늑한 박수 소리가 객석을 젖게 했지만, 나중에 누구는 ‘수필이 아니라 한 편의 감동적인 시’와 같았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ㅇ 임 찾아가는 길 제1부가 끝나고 제2부 사회는 백경숙 회원에게로 마이크가 넘겨졌다. 백 회원 정갈한 목소리로 객석을 향해 인사를 하고, 첫 순서인 하인호 성악가를 소개했다. 하 성악가는 오늘 콘서트의 주제곡이기도 한 ‘옛 동산에 올라’(홍난파 곡)를 키보드 반주를 받아 굵직하고도 그윽한 목소리로 옛날 놀던 동산의 그리움을 풀어낸다. 이어 ‘그리운 마음’(김동환 곡)으로 간곡한 그리움을 그려내었다. 다음은 오늘 콘서트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3.1독립운동·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시퍼포먼스 「임 찾아가는 길」, 망국의 한으로부터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한 투지의 역정과 광복의 환희 그리고 민족 분단의 비극과 통일의 염원에 이르기까지 우리 현대사의 아픔과 희망을 새겨보는 내용으로 펼쳐지는 무대다. 출연자의 의상은 모두 흰 저고리 검정 치마에 태극기를 새긴 머플러를 둘렀다. 사회자의 소개 멘트에 이어 구은주 회장이 조지훈의 ‘봉황수’를 애끓는 목소리로 “벌레 먹은 두리기둥 빛 낡은 단청(丹靑) 풍경 소리 날아간 추녀 끝에는 산새도 비둘기도 둥주리를 마구 쳤다”까지 낭송하고 나면 무대가 암전되고 스포트라이트가 출연자만 비추면서 낭송이 이어진다. 망국의 상징이다. 이어 이애경 회원이 등장하여 애잔하고 침통한 목소리로 ‘님은 갔습니다.’로 시작하는 한용운의 ‘님의 침묵’의 전반부를 낭송하고, 다시 구은주 회장이 등장하여 신석정의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중의 몇 구절을 낭송하여 빼앗긴 나라에 대한 아린 그리움을 그린다. 신영이 회원이 등장하여 결기에 찬 음성으로 이육사의 ‘광야’를 ‘큰 강물이 길을 열었다.’까지 낭송하고 나면 네 사람의 군무가 펼쳐진다. 머플러를 두 팔로 펼쳐 들고 한 손을 맞대어 원을 그리다가 음악의 박자가 빨라지면 격렬한 동작으로 이합과 집산을 거듭한다. 빼앗긴 나라를 찾으려는 염원이다. 네 사람이 함께 ‘님의 침묵’의 중반부를 합송하고, 이어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몇 구절 합송이 이어진다. 편영미 회원이 박두진의 ‘해’로 광복의 환희를 그려낸다. 그 환희를 받아 신동선 회원이 조태일의 ‘국토서시’로 통일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호소한다. 다시 편영미 회원이 ‘해’에서 ‘…앳되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라 외고 나면 네 사람은 다시 숨 가쁘게 흐르는 음악을 따라 머플러를 휘두르며 폭발적인 춤사위를 펼쳐내면서 광복의 환희와 통일에의 염원을 함께 펼쳐낸다. 이어서 신동선 회원이 ‘국토서시’의 뒷부분을 낭송하고 모두 함께 ‘…새빨간 능금을 또옥 따지 않으시렵니까?’로 ‘임 찾아가는 길’을 마무리 짓는다. 이 출연자들의 임은 어디에 있는 누구일까, 관객의 임들은 또 누구일까.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동안 객석은 깊은 정적에 빠져 버렸다.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무대가 끝나자 갑자기 화산의 용암이 분출하듯 함성과 박수 소리가 공연장을 무너뜨릴 듯 진동했다. 출연자도 놀라고 관객 스스로도 놀라는 듯했다. 그렇게 모든 이의 ‘임’들이 모든 이의 가슴속에 깊숙이 들어앉았다. 그 흥분된 감동을 조금은 가라앉힐 순서가 기다리고 있다. 강예인(중3), 이미소(중3) 두 여학생이 등장하여 정일근의 ‘착한 시’를 한 줄 한 줄 섞바꾸어 가며 왼다. “…가오리 새끼는 간자미, 고등어 새끼는 고도리, / 청어 새끼는 굴뚝청어, 농어 새끼는 껄떼기…”라며 앙증맞고 귀여운 새끼들의 이름을 불러나가다가 “…그 생명들이 다 시다. 참 착한 시다.”라 끝을 맺고 관객을 향해 절을 할 때 그 학생들이 바로 어린 시인들이고 ‘착한 시’인 것 같아 관객들은 미소와 함께 따뜻한 박수를 보내주었다. 신문 메인 타이틀로도 보도된 바 있는 임종식 경북 교육감의 순서에 이르면서 콘서트는 막바지로 향했다. 교육감께서 등장하자 환호부터 터진다. 자리를 따로 가리지 않는 겸허에 환호일 것 같았다. ‘사랑의 물리학’(김인육)을 낭송해 나가다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떨어졌다.…”에 이르자 톤이 높아졌다. 경북 교육에 굴러떨어진 신념의 표현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낭송이 끝나자 환호와 갈채가 터져 나왔다. 한 시간여를 감동의 도가니에 들끓게 한 무대의 마지막 순서에 이른다. 이권주 부회장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시극 「그리움을 찾아서」가 펼쳐진다. 사회자의 소개가 끝나자 스크린에서는 노래 ‘어린 시절’을 배경으로 하여 어린 시절의 여러 가지 모습이 그려진 영상이 펼쳐진다. 영상이 끝나자 암전된 무대에서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동요가 흘러나오고 서서히 밝아진 무대 한쪽에 남자가 앉아 어린 시절을 독백으로 풀어낸다. 다시 암전되었다가 밝아지면서 남자가 앉아 있던 자리에 여자가 서서 술래잡기 놀이를 잠시 펼친다. 그러다가 ‘사향’(김상옥)을 외며 등장하는 여자와 남자가 만나 지난 시절을 회상하는 대화를 나누고, 뒤이어 ‘아버지의 마음’(김현승)을 외며 등장하는 여자, ‘기억의 자리’(나희덕)을 읊으며 등장하는 여자를 함께 만난다. 이들은 모두 초등학교 동창생들이다. 그리운 지난 시 절을 함께 돌이키기도 하고 힘겹게 살아온 날들을 서로 이야기하면서 “고통스러운 시간들이 반복되면서 아픔이 많았지만, 저에게 위로가 되고 희망을 주었던 것은 어린 시절의 그리운 친구들임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는 대사와 함께 암전되었다가 밝아지면서 극이 끝나게 된다. 한 장면 한 장면이 펼쳐질 때마다 무대를 주시하던 관객들도 아련한 추억 속으로 빠져든 듯 고요 속을 유영하다가 무대가 끝나면서 환호와 박수를 함께 쏟아냈다. 과거의 그리움이 오늘과 미래를 살아가는 힘이 되는 것을 모두 공감으로 새기는 것 같다.
ㅇ옛 동산을 내려오며
모든 순서가 끝나고 에필로그 싱얼롱(Sing Along) 무대가 마련되는 동안에 우리 구미낭송가협회의 이력과 하는 일을 잠시 소개하고 듀엣 낭송을 했던 구은주 회장, 이권주 부회장 그리고 기타를 맨 오재화 회원이 마이크 앞에 서고 음악 가족 오 회원의 자제 오진용 군이 키보드 앞에 앉는다. 세 사람은 음정을 서로 맞추며 정지용 시 ‘향수’를 청아하고 부드러운 음색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오늘 오른 옛 동산의 기억을 마음속 깊이 담기 위한 노래인지도 몰랐다. 노래가 끝나자 관객과 함께 하는 순서가 이어진다. 스크린에는 ‘얼굴’(신귀복 곡)이 소개되면서 노랫말이 떠오르고 반주자의 선창을 따라 관객들도 모두 하나 되어 노래를 함께 불렀다.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 우리의 옛 동산에 항상 맴돌 얼굴인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옛 동산에 또 하나의 아름다움 기억을 남기고 출연자들은 모두 무대를 내려오면서 막이 내리고 관객들은 일어서면서 마지막 갈채로 오늘 무대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출연자들과 내빈들은 다시 무대로 올라왔다. 무대 언턱에 앉고 의자에 앉고 서기도 하면서 오늘을 영원한 기억으로 남기기 위한 기념 촬영을 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났다. 오늘 우리가 올랐던 옛 동산은 어디였고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새로 만든 동산은 무엇이고 어디에 있는 것일까. 오늘 우리는 우리의 생애 속에 또는 우리 민족의 삶 속에 있는 그리움들을 불러내어 한껏 젖어보았다. 그 그리움 속에 우리의 삶의 보람을,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낭송예술의 아름다움 소곳이 담아보기를 애썼다. 그리고 다음에 오를 우리의 옛 동산을 다시 그려본다. 그 동산에서 우리는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오늘을 위하여 긴장도 많이 하고 애도 많이 탔었다. 어찌 그냥 헤어질 수 있는가. 그 긴장과 애를 제 자리로 돌려 더욱 아담한 우리의 동산을 마련하기 위하여 오늘을 즐겁게 기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의 발길은 내빈들과 함께 하는 만찬장으로, 노랫소리도 우렁찬 노래방으로, 포장마차로 이어졌다. 밤이 아무리 깊어져도 발길을 멈추는 사람이 없었다. 오늘만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영원히 발길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시 낭송의 향기가 우리에서 떠나지 않는 한-.♣(2019.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