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갑작스러운 폭우와 천둥번개치는 소리에 화들짝 놀랐습니다.
비가 온다는 기상이 없었는데, 무슨 일인가 싶었습니다. 어르신들 심어놓은 작물들은 괜찮을지 생각하며 오늘도 출발합니다.
9시 15분,
오늘도 아침부터 부랴부랴 일하고 계시는 어르신.
모두가 손을 흔들며 잡습니다. 혹여나 이 어르신이 점빵차를 놓칠세라, 모든 어르신들이 손을 흔드십니다.
"울집에 아덜이 와있걸랑. 맥주 한 박스하고.. 그 손으로 찢어먹는거 뭐여 "
아들 먹으라고 맥주랑 쫀디기 사실려고 하셨나봅니다 .
어르신들하고 같이 드실 쫀디기 몇개 추가로 더 사시는 어르신.
일하면서도 어르신은 아들 생각으로 가득차있으셨나봅니다.
9시 25분,
집 마당부터 우물까지 쭉 펼쳐져있는 부직포.
모판 작업을 모두 마치고 정리하고자 펼쳐놓은 이모님이었습니다.
"나 이 카드 잔액 좀 확인 해줘~ 그리고 다 털어줘~" 하시는 이모님.
코나 카드 잔액 조회후 10원짜리까지 모두 다 써드립니다. 가끔 코나 카드는 잔액이 남아 있으면 잔액을 쓰라고 계속해서 연락이 오나봅니다.
9시 45분,
오늘도 안나와계시는 어르신. 집에가보니 역시 티비소리가 80넘게 되어있었습니다.
조용히 가서 어깨를 건드니 놀라시는 어르신. 어여 나가시자며, 준비하고 나오십니다.
오랜만에 사이다를 사시는 어르신, 까먹지 않고 뚜껑따서 드립니다. 다른것 고르시다가...
"마차 있어? 중국산 말고, 국내산으로" 하십니다.
일반 시중에서 파는 마차 제조원 확인이 어려워, 일단 담주에 확인하고 갖고오기로 했습니다.
9시 55분,
오늘은 불가리스 어머님이 계셨습니다. 어디 나가지 않고 계시는 어머님.
어제가 휴일이라 원래 수요일마다 불가리스를 받았는데, 오늘은 목요일에 받아와야 따로 배달해드리기로 했습니다.
아랫집 어르신, 지난주 불가리스가 남았다고 하십니다.
매주마다 불가리스 사기로 하셨지만 남았기에 팔지 않았습니다.
미리 연락 주시면 좋을텐데... 불가리스를 사는 분이 드물기에 주문했다가 취소하면 제고 처리가 어렵습니다.
어르신들이 미리 전화주시면 좋은데,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르신께 정중하게 부탁드리며 안계셔도 집안에 두는것으로해서
정기적으로 주문 부탁드리니 다시 그렇게 하라고 하십니다. 그러면서 지난주 불가리스값을 주셨습니다.
다음주 불가리스값은 만나면 주는것으로 하였습니다.
10시 25분,
"자네가 공병 갖고 가는가?" 하시며 좋아하시는 어르신.
어르신들은 공병처리하는 것에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집안 한 귀퉁이에 모아두지만, 이것을 치우는 일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동락점빵은 조합원들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공병을 수거해드리고 있습니다.
"가만있어봐... 뭐 사라했는데... 그 김장할 때 넣는거 있지 않는가?" 하시는 어르신.
무엇인가 싶었는데, "그래 물엿! 큰거 네모난거 있지? 그거 하나 줘" 하십니다.
공병값하고 비교하시더니 어르신은 남아있는 자투리 공병들까지 모두 다 주십니다. 그러곤 남은 잔액 1600원을 주시는 어르신.
"담주에는 그 레스비 말고 조지아 있지. 그놈이 맛나던데 그 놈 갖고 와~" 하십니다.
공병값으로만 물건을 치루는 것이 내심 미안하셨나봅니다.
11시 40분,
바람도 많이 불고, 날도 차서 그런지 사람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작년 이 때는 30도를 웃돌아서 얼마나 뜨거울려나 싶었는데... 바람이 차서 날이 뜨겁게 안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태양은 여전히 뜨겁고, 잠시 비운 운전석의 시트는 열판이 따로 없습니다.
13시 50분,
회관에서 만난 두 어르신.
"울집에 콜라 한 박스랑, 계란 한 판 만 좀 갖다놔줘요~"
반가운 주문입니다. 오전 내내 사람이 없었는데 말이지요.
다른 어르신 한 분은 콩나물 두부 사십니다.
회장님 댁 근처 정류장에 공사가 한창이길래 무슨일인가 여쭤보니, 묘목을 새로 심고 길가를 정비한다고 합니다.
근처 다른 삼촌에게 듣기론 한그루에 10만원 하는 묘목 심는다고 하는데, 포크레인, 덤프트럭까지 와서 꽤 크게 공사합니다.
14시 10분,
지나가는길, 밑반찬 받으시는 어르신 집앞에 기다렸다가 빈 도시락 가방 주십니다.
늘 지나가는 시간이 비슷하다보니 어르신도 아십니다.
잘 먹었다며 고맙다는 인사 받고 윗 마을 올라갑니다.
14시 20분,
오랜만에 남편분께서 나오셨습니다. 늘 어머님이 나오셨는데 오늘은 남편분께서 카스와 계란을 이야기하십니다.
잔돈이 부족해서 계란을 못갖고간다는 말씀에, 미리 면에서 지원하는 선결제 금액이 있음을 말씀드리며 계란 한판 드립니다.
면사무소에서 취약계층 생필품 지원에 동락점빵을 활용해서 생필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미리 장부를 확인하고 이동점빵차가 지나갈 때 필요한 물건을 고르시고, 갖고가십니다.
14시 40분,
"울집에 카스 두 박스만 놔줘요~" 하시는 어머님.
윗집 어르신께 두유 한 박스 드리고 내려왔습니다. 어머님께서도 다른 필요하신 것이 있으신지 물엿과 3배 식초를 고르십니다.
옆에 아버님께서 오렌지 한봉지도 추가로 고르려고 하지만, 어머님은 사주지 않으십니다.
사이다도 고르시지만 사주지 않습니다. 필요한것만 딱딱 사시는 어머님. 알뜰하십니다.
14시 45분,
공사장에 계신 아저씨 한 분이 손짓을 하며 차를 돌리라고 합니다.
시원한것이 마땅치 않은데, 무엇을 드실려나 싶어서 차를 돌렸습니다. 내부 물건을 보니 그나마 사이다가 저온저장고에서 꺼낸지 얼마 안되 조금 시원합니다. 이것저것 보시더니 오렌지 한 봉 고르십니다. 사이다도 있음을 말씀드리며 한 캔 드려보니 시원하다며 10캔 사십니다.
공사 현장에서 참거리가 떨어질 때 따로 사오는 일이 쉽지가 않은데, 점빵차가 이렇게 다니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점빵차에 냉장이 유지가 될 수 있는 장치가 있다면 참 좋을텐데... 하며 고민하며 다시 나섭니다.
14시 50분,
어르신께서 뒤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차를 돌려 다시 올라갑니다. 오랜만에 만난 어르신. 커피와 계란 등을 사십니다.
"커피 한 잔 할텐가?" 하시기에 달라고 하며 어르신 집으로 갑니다.
막 산 커피를 튿어 물을 끓이고 커피잔에 한 잔 내어주십니다. '한강 커피' 그래도 좋습니다.
어르신은 커피 마시며 아들 이야길 하십니다.
"울집이 정미소 했는데, 돈을 많이 벌었어~ 근데 아덜놈이 정치한다고 나서서 정치 자금으로 다 나가버렸지 뭐여. 저덜 처가댁에서도 조금 도움받고~"
그래서 당선 됬는지 여쭤보니 , "그간 시의원도 3번하고, 도의원도 3번하고.. 20년을 해먹었지. 그리고 지금은 전라남도 사회복지 대표여~" 하십니다. 이름만 말하면 누군지 다 안다며, 아들 자랑을 하십니다. 어르신의 커피값은 아들 자랑 들어드리는 것으로 하였습니다.
15시,
어르신께서 아파보이듯 누워계셨습니다.
"내가 볼 땐 어르신 일했어.. 일했어.. 에휴" 하시는 요양보호사님.
어르신 편하게 누워계시라고 말씀드리며 나가려고하는데,
"그래도 왔으니깐 얼굴 봐야지~" 하시며 웃는 얼굴 보여주시는 어르신.
집 뒤로 넓게 있는 밭을 손 안댈수가 없으실 어르신. 평생 하던 일이라 안할순 없지만 조금만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며, 어르신 집 나섭니다.
접기/펴기왕촌마을 당산나무의 바람소리
15시 10분,
왕촌마을 큰 당산나무에 바람이 몰아칩니다. 회관에 가니 어르신들 몇분 계십니다.
지난번 공병 수거한것을 토대로 회관에 필요한 물건들 사려고 하셨지만 그것도 눈치가 보이셨나봅니다. 총무가 없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다른 어르신들의 동의를 모두 받아 어르신께서 과감하게 공병을 바꾸십니다.
"식용유, 식초, 물티슈, 값어치만 큼 갖고 오쇼."
바로 갖다 드리며 공병 값을 해결해드렸습니다. 그러곤 다른 어르신께선 뒤에서 바로 주전자에 뭔가 담긴 것을 한 컵 주십니다.
"요거, 요구르트에 딸기 갈은겨~ 먹어봐~" 하십니다.
피곤한 기운데 비타민 듬뿍 받아갑니다. 종이컵에 쪼금 남은것도,
"싹 다 먹게나 아까우니깐~" 하셔서 바짝 핥아 먹어봅니다. 좋은것 주시는 어르신. 고맙습니다.
먹고 나서던 길, 왕촌나무 당산나무의 바람소리 잠깐 구경하고 길 나섭니다.
15시 30분,
마을을 나서는 길, 길가에서 한 삼촌이 붙잡습니다. 평소에 술을 자주 드시고 대화하기가 어려운 분이셨습니다.
"나 20일날 돈 들어오는데 외상 안될까?" 하시는 삼촌,
조합도 아닌지라 안된다고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얼마나 급하실지 싶었습니다.
"계란하고, 고등어, 부탄가스.." 이야기를 하시길래 집에 드실 식료품이 없으셨구나 싶었습니다.
더불어 집에 조리할 때도 버너로 하시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되지 않은 금액에 기준을 맞춰 외상을 해드려야할지.. 말아야할지 하다가,
안해드려도 실랑이를 벌일것 같고, 해드려도 금액이 많지 않을 것 같아서 외상 기록을 하고 믿어보기로 하였습니다.
돈을 다시 주시는 방법을 이것저것 이야기하다가,
우체통에 넣어놓으면 갖고 가겠다고 말씀드리며 떠나는 순간,
"고마워~" 하며 인사해주셨습니다.
많은 거래가 있지 않은 분이셨지만, 한 번 신뢰를 갖고 기다려봅니다.
16시,
회관에 오랜만에 노인대학 전)총무님 차가 있습니다.
들어가보니 어르신들 식사준비에 고스톱 하고 계셨습니다.
총무님께서 지난번 외상값과 회관에서 먹을 것들 주문해주십니다.
"나 회관에서 쓴거 정리좀 해야할 것 같아. 담주에 언제쯤 가면 될까?" 하시는 총무님.
상반기 지출하신 내역 정리하고자 하셨습니다. 월화수 중에 시간될 때 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총무님은 "저기 윗집 어르신댁 가봐~ 딸 와 있는데, 필요한거 사실꺼야~ " 라고 말씀하시는 총무님. 감사했습니다.
다른 어르신께서는 제게 오시더니,
"나 이거 카드 수당좀 확인해주쇼~" 하십니다.
어르신께서 농민수당이 안들어온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카드 잔액 확인해보니 0 원이었습니다.
면사무소에 전화해보니 작년, 올해 직불금을 비롯해서 농민수당 까지 모두 신청하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전에 이장님이 다 알아서 해줬는데.... 부녀회장이 처리했나...." 하시는 어르신.
제가 추가로 더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서 어르신께 면사무소에 한 번 들려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께서 농사를 짓는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르신의 농업경영체가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씀드리며 다시 출발했습니다.
가기전 어르신께서 주신 누릉지 조각 "깜부"
한 조각 먹으며 움직여봅니다.
16시 10분,
총무님 말씀하신대로 집에 따님이 계셨습니다.
김치를 담그시려는지, 이것저것 따님에게 이야기하십니다.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딸이와서 그러신지 조금 편안하게 앉아 계신듯 싶었습니다.
필요하신 물건 드리고 어르신께 목소리로만 인사드리며 나왔습니다.
오늘도 어르신들의 무사안일 기원 덕분에 잘 마무리 하고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