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김한영 옮김
아주 독특한 소설을 읽고자 한다면
‘알랭 드 보통’이라는 프랑스 신예작가를 그의 작품 <우리는 사랑일까>로 처음 만난 지가 아마 십 수 년은 족히 되었을 것 같다. 당시 모든 문학비평 매체와 독자들에게 일종의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전혀 소설 같지 않은데 소설(장편)이라는 이름으로 책이 나오고, 그 책을 읽은 독자(나를 비롯)들은 하나같이 신선한 충격을 받은 것이다. 철학자가 쓴 장편소설, 등장인물이 나오고 줄거리가 전개되며 소설이 펼쳐지는 일반적인 방식은 동일한데 뭔가 다른 독특한 것이 작품 속에 편입된 것이다. 이전에는 결코 없었던.
그것은 작가의 독특한 철학이 작중 상황이나 심리에 대한 해설서처럼 요소요소에 끼어들어 독자의 서정적인 감상대신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색을 음미하도록 유도함으로서 소설을 읽는 재미를 기존과 완전하게 차별화시켰는데 대성공을 이룬 것이다. 소설 꽤나 좋아하는 나조차 그 독특한 방식에 매료되며 ‘알랭 드 보통’이라는 이름만 들으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작가가 되었다.
그래서 이 작품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과 그의 이름을 보는 순간 대번에 집어 들었던 것이다. 책 소개에서도 나왔지만 초창기 몇 작품을 출간한 이후 근 이십 년이 된 것 같다. 소설 전개방식은 여전하다. 그의 철학적 소견을 줄거리 전개 문자체와 달리 굵은체로 인쇄함으로서 줄거리 부분과 그의 생각들을 완전히 분리해서 엮어, 독자들로 하여금 사색으로 유도하는 방식 그대로다.
세월이 흘러 그런지 이 작품에서 다루는 주제는 다소 경륜을 필요로 하는 사랑과 결혼 그리고 인생이다. 작가 말로는 사랑은 결혼하는 순간이 끝이 아니라 결혼 생활 내내 가족을 하나 둘 일궈가며 발생하는 소소한 일상 속의 갈등과 혼란들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즉, 오히려 진정한 사랑은 불타는 열정으로 점철되는 청춘남녀 시절이 아니고 결혼해서 서로가 한 몸이 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여긴다. 출산, 육아, 교육, 부모로서 각자의 역할, 섹스, 외도, 이혼의 위기 등의 문제와 갈등에 대해 철학적 사색을 해설식으로 펼쳐놓는 것이다.
우리는 문학 작품에서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 감성적 충만, 작중 인물을 통한 여러 가지 다양한 대리체험, 전문적인 분야의 책에서는 여간해서 잘 알 수 없는 세상살이에 대한 소소한 지식, 기괴하고 황홀하기도 한 다양한 줄거리 전개에서 오는 쾌감과 환상, 지루한 일상의 극복, 여러 분야의 지식과 교양 등등 발견하기에 따라서는 더 많을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는 플러스 알파로 지금까지의 전형적인 소설전개 방식과 다른 독특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작품을 어디선가 보고 읽기 위해 집어든다면.
(2022. 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