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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0 (금) 17:43 조선일보 조선일보 기사보기 |
서로 다른 셋이 함께 걸었다 경이로운 생명을 향하여 | ||
나의 생명 이야기/ 황우석·최재천·김병종 지음/ 효향출판 [조선일보 박해현 기자] 과학과 예술은 인간의 이성과 감성에서 각각 흘러나오지만, 그 처음을 찾아가면 생명의 노래가 넘치는 자연의 근원에 도달하게 된다. 생명의 창조와 연장을 연구하는 생명공학자 황우석, 사회생물학자 최재천, 화가 김병종 교수가 생명을 주제로 한 권의 책을 펴냈다.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줄기 세포배양에 성공한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 ‘개미 제국의 발견’을 통해 한국의 대표적인 사회생물학자로 꼽히는 최재천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피와 꽃―바보 예수에서 생명의 노래까지’ 등의 회화와 베스트셀러 ‘화첩기행’을 내놓은 김병종 서울대 미대교수. 각기 다른 전공의 과학자 두 명과 예술가 한 명이 만나 셋이 함께 걸었다. 서로 다른 성장과정과 활동영역을 지니고 있지만, 셋은 동갑내기에 같은 대학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을 뿐 아니라 “이 나라의 산하에서 나고 자라 온갖 풀과 꽃과 생명체들과 더불어 성장하였다는 점이 같다”는 공통점을 명분으로 내세워 한 권의 책을 함께 만들었다. 국내 최초로 복제 소 영롱이를 탄생시킨 황우석 교수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 집안의 유일한 생계수단인 소를 키우면서 “평생을 소와 함께하겠다”고 결심했다. 소에 대한 고마움은 소년 황우석에게 모든 생명에 대한 사랑으로 확대됐다. 그는 의대를 가라는 주위의 권고를 물리치고 수의학과를 선택해서 소처럼 우직하게 연구에만 몰두했다. 열악한 국내 연구환경에도 불구하고 “계란으로 바위를 치자”며 세포복제 연구에 성공하면서 난치병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생명공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
그러나 그의 연구 결과에 대해 일부에서는 ‘복제인간을 만들어내 환자 치료가 끝나면 그 복제인간을 죽이는 길을 열 것’이라는 오해와 비난도 불거졌다. 그는 바쁜 연구활동 중에도 대중을 향한 글을 써야 하는 고역을 감내한다. “문제는 일련의 생명복제 연구에 대한 막연한 사회적 불안과 공포가 대부분 정확한 과학지식이 부족한 데서 비롯된 오해라는 점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자의식을 지닌 인간을 복제해 내는 것과 분열과 분화를 반복하는 세포를 복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단언하건대 우리의 연구는 인간복제가 아닌 세포복제일 뿐이다.” 황 교수는 인간복제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복제에 필요한 난자만 수천, 수만 개가 되고, 복제된 배아가 대리모에게 착상된 후에도 30~70%의 태아가 유산되거나 출산일을 전후해 죽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질의 축산물을 공급하고, 귀중한 약품과 인간에게 이식할 장기를 만들거나 난치병 치료의 열쇠를 제공하고, 21세기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생명공학연구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것. 정자와 난자도 생명체로 보는 천주교의 관점에 대해 그는 “나 역시 정자, 난자가 잠재적 생명체라는 의견에 동의하지만, 그것은 너무 엄격한 기준”이라며 “나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이 된 순간부터 생명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가 줄기세포 연구를 포기하지 않는 것은 ‘바이오 코리아’를 향한 거대한 꿈 때문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로저 피터슨 교수는 황 교수가 참석한 만찬에서 건배를 제의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18세기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이 발로가 되어 산업사회가 도래했으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발원한 정보통신기술이 20세기를 이끌었다. 이제 21세기 한국의 서울에서 생명공학의 싹을 틔워 인류 행복의 새 장이 열리게 되었다.” 최재천 교수는 “알면 사랑한다”는 신념으로 대중의 과학화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왔다. “국민의 대다수가 과학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되면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주먹구구와 적당주의가 사라진다. 과학 마인드가 예산낭비와 국력낭비를 상당 부분 막아줄 것”이란 얘기다. ‘개미 제국의 발견’이란 책을 쓴 덕분에 ‘개미 박사’로 통하는 최 교수는 생물의 사회학을 인간 사회에 적용하면서 마치 이솝 우화처럼 대중에게 교훈을 주는 글솜씨를 보여왔다. “개미는 우리 인간만큼 부지런하지 않다. 어떤 면으로는 베짱이만큼 열심히 일하는 것도 아니다. 베짱이 수컷은 성충으로 사는 얼마 안 되는 여름 동안 암컷의 마음에 들어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남길 기회를 얻기 위해 식음을 전폐하고 노래를 부른다. 놀고 먹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베짱이에게는 일이다.” 최 교수에 따르면, 개미 집단에서 일하는 개미는 전체의 20~3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까딱도 하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그 나머지는 위기상황에 출동하기 위한 대기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개미 사회의 지혜와 질서에 탄복하게 된다. 최 교수는 한국 사회의 기초과학 홀대에 통탄한다. “그랜저 타는 나이가 한의대는 30세, 의대는 35세지만, 공대는 45세, 자연대는 영원히 못 탄다”는 우스갯소리가 대학가에 퍼지는 것이 한국 기초과학의 현실이다. 그는 자립형 사립과학고 육성, 과학 홍보를 위한 저술 활동에 전념할 ‘과학문화 국가교수’제 신설, 이공계 중등교육 5년과 대학 5년제 실시 등의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외로운 선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김병종 교수는 이 책에 생명을 주제로 한 회화들을 대거 싣고 서정적이면서 선적(禪的)인 단상들을 붙였다. ‘말을 그리다 보면 어디론가 달리고 싶다. 아니 달리고 싶을 때만 말을 그리는 것은 아닐까.’ ‘생명 있는 것들은 저희들끼리 삶을 노래한다. 차별이 없고 사람은 들을 수 없는 노래를.’ ‘나무들은 땅의 기운을 뽑아 하늘로 내뿜는다. 깃털 있는 가벼운 것들 또한 하늘로 향한다.’ ‘내 유년 속에 흐르던 강은 지금 어느 산굽이를 돌아 나가고 있는가. 강은 이제도 고즈넉이 내 가슴으로 흘러드는구나.’ 21세기 과학이 열어 놓을 새로운 생명 세계로 들어가는 문 앞에서 주저하는 독자들이 부담감 없이 펼쳐볼 수 있는 책이다. (박해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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