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사 박 과장은 최근 거래중인 바이어로부터 변경된 계좌로 대금을 입금했으니 확인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계좌를 변경한 적이 없던 박 과장이 상황을 파악해 보니, 아프리카 해커가 이메일을 해킹해 본인 계좌로 입금
하도록 꾸민 것을 알게 됐다. 바이어와 함께 지급정지 신청을 하려 했지만 대금은 이미 인출된 상황이었다.
해당 바이어는 대금을 보냈으니 책임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심지어 자작극 의심까지 하며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무역업체들은 거래를 진행하기까지도 숱한 어려움을 겪어야 하지만, 실제 계약을 이행했을 때 사기를 당하면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
최근의 무역사기는 갈수록 수법이 교묘해지며 그 피해규모와 범위가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과거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왔던 이메일 무역대금 해킹사기뿐만 아니라 법률사기, 대금 결제 사기 등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무역사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무역업계 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한국무역협회는 경찰청과 공동으로
3월 29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무역사기 예방 설명회’를 개최하였다.
이날 설명회에는 무역업체 200여개사가 참가해 이메일 해킹 무역사기 사례 유형, 무역사기의 법률적 대응방안,
중소기업의 대중국 대금결제 리스크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
김학준 무역협회 회원지원본부장은 “최근 무역사기의 흐름을 감안할 때 일상적인 사전대비 및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하며 “최근 자국위주의 보호무역적인 조치들이 우려되는데 이런 시기에 무역업계가
선의의 피해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캠페인과 설명회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악성코드·해킹·위조문서 이용한 피해에 주의
설명회에서는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이 이메일 해킹 무역사기 사례를 발표했다.
대표적으로 나이지리아 해커에게 당한 피해사례로 유명한 ‘스캠(SCAM)’이 있다. 이는 무역업체의 업무용
컴퓨터를 악성코드에 감염시킨 후 거래당사자간 주고받는 메일을 해킹해 무역대금을 제3의 계좌로 입금하도록
유도하는 범죄다.
거래자와 유사한 이메일을 쓰거나 개인정보를 해킹하거나 이메일로 주고받는 파일을 가로채 위조문서를
만드는 등 철저히 위장해 속기 쉽다.
사이버안전국은 국내 메일서비스기업들이 해외접속차단 등의 예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업무에서 작은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연락패턴 사전조율 ▷거래당사자 간 전화 및 SNS를 통한 계좌 상시 확인
▷발주서를 팩스로 주고받기 ▷신용장(L/C)방식으로 대금지급 방식 변경 ▷무역보험공사의 수출보험 가입 등의
수칙을 지키는 것이다.
또한 개인정보 입력을 요구하는 팝업창이나 이메일 메시지를 경계해야 하며,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통한
결제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보안프로그램 사용을 의무화하고 수상한 첨부파일을 열지 않는 것도
해킹을 방지하는 방법이다.
사기의심업체의 특징으로는
▷너무 저렴한 상품가격·현지수요와 동떨어진 대량주문으로 유혹 ▷결제수단으로 전신환송금(T/T)이나
웨스턴유니온을 고집 ▷사업자등록증 요청 시 머뭇거리거나 위조문서를 송부 ▷특정링크로 유도해
아이디와 비밀번호 요구 등이 꼽혔다.
Trade SOS 무역상담위원인 김범구 변호사는 바이어와 개설은행이 공모한 것으로 의심되는 신용장 사기 사례를
소개했다.
소개된 사례는 수출자가 물품을 선적한 후 필요서류를 구비해 매입은행으로부터 수출대금을 지급받았으나,
개설은행이 매입은행의 상환청구를 부당하게 거절했고 매입은행이 수출자를 상대로 수출대금의 반환을
청구한 것이다. 이럴 경우 받은 수출대금은 모조리 은행 빚으로 남는 것은 물론, 바이어가 리베이트를
요구했을 경우 피해가 더욱 커지게 된다.
무역사기의 법률적 대응방안으로는
▷손해의 공동부담 요청, ▷수출입계약서 작성시 분쟁해결 조항 삽입, ▷국제중재, ▷대금결제 계좌 변경불가
등을 안내했다. 그 외에도 무역협회 회원서비스센터에서는 전문변호사가 각종 수출입계약서나 법률상담 등을
지원하므로 무역업체들의 활용을 당부했다.
◇중국에서 발생한 무역대금결제 피해사례 소개
최용민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중국과의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소기업의 대금결제 리스크에 대해 강의했다.
수출입대금 미회수 사례로는 송금방식으로 인한 피해가 소개됐다. 판매가 부진할 경우 바이어가 품질하자를 내세워
악성 클레임을 제기하고 수출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전기용품을 생산하는 A사는 30만 달러어치 상품을 중국에 수출하고 대금은 제품을 선적한 지 60일 뒤에 T/T로
받기로 했다. 그러나 중국 바이어는 품질결함을 이유로 대금지급이나 결제를 위한 협상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
송금방식은 수입상이 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수출업체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다. 하지만 비교적 가능성이 있는 사후대책은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제공하는 수출거래의 해외채권
추심대행 서비스가 꼽힌다. 무보는 자체적인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서 해외 미수채권 회수를 대행하고 있다.
중국 수출업체의 구좌변경을 이용한 사기도 소개됐다. 중소기업 E사는 광둥지역에 소재한 기업으로부터
1만 달러어치 기계를 수입하기로 하고 1차 선수금을 보냈다. 그러나 수출상은 잔금을 송금받을 구좌를 여러 번
변경하고는 송금을 완료한 뒤 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선적을 거절하면서 재송금을 요구했다.
인터넷을 통해 실존하는 수출상의 영업집조(사업자등록증)를 도용해 한국의 수입업체를 속여 수만달러의
선수금을 송금받고 달아난 사례도 소개됐다. 이들은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을 제시해 피해업체를 유인했다.
그 외에 중국 내 한국 상품 전용매장을 통한 사기도 소개됐다. 산둥성에서 한국제품 전용면세점 ‘한국관’을
대도시의 보세구 내에 개설해 30여개 업체가 입주했으나, 얼마 가지 않아 폐쇄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알아보니 중국 해관총서의 관련 규정에 따르면 종합보세구 내에 면세품의 소매판매장 설립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이었다.
최근에는 역직구가 각광을 받으면서 한국제품 판매 사이트가 급증해 결제애로가 벌어지기도 했다.
납품 후 결제에서 판매 후 결제로 시스템이 변경될 경우 자금난이 올 수 있어 판매가 이뤄질 경우 일정기간마다
결제가 이뤄지는 시스템을 구출하도록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사드보복이 본격화되면서 중국
내 혐한 분위기에 편승해 결제가 지연되거나 기존 계약내용이 파기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에서의 결제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는 우리 중소기업들이 중국과 거래를 할 때 중국공상행정관리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중국회사의 실체를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중국어가 힘들 경우에는 한국무역협회
중국포털의 Q&A 코너를 이용할 수 있다. 그 외에도 한국무역보험공사의 국외기업 신용조사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상대기업의 신용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