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 자의 「돐」
이벤트 행사가, 한라산 중산간에 자리한 리조트에서 5섯 가족이 축하해 주는 가운데
진행됐다.
여러 가지 물건들을 긴 상에 늘어 놓고 어느 것을 짚는가 수삼 번 시켜봐도 골프공
만 잡는 모양새니, 장차 프로 골퍼가 되려나.
아무려면 어떠랴. 부디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온 가족 2박3일 제주도 여행도 손자 녀석 너 때문이 아니더냐.
훗날 두고 두고 추억을 말하리라.
곧 이어, 4각 이불을 양쪽으로 깔아 놓고 윷놀이 대회가 열렸는데, 짜여진 대진표
대로 예선전이 벌어졌다.
A조 : 첫째 딸 사위, 둘째 딸 사위, 우리 부부
B조 : 사돈 부부, 둘째 사위 여동생 부부
참가금 : 10,000원
우승 : 40,000원
준우승 : 본전
말판 쓰는 걸 보니 보통이 아닌데,모름지기 승부를 가르는 게임이란 일단 시작되면
전의를 불사르 게 마련이어서,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속으로는 거센 회오리다.
윷놀이의 룰은, 윷가락 1개라도 이불 밖으로 굴러 떨어지면 ‘落(떨어질 락)’이다.
대망의 결승전은, B조에서 올라 온 둘째 사위 여동생 부부와 우리 부부간의 대결.
나머지 가족은 열띤 응원전을 펼치는데, 한바탕 가득 담아내는 웃음소리가 창문을
통해 제주 바다에 퍼져 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내 손을 떠나 공중에 던져 진 윷가락이 2번의 모와 2번의 윷이 연거푸 나왔을 때,
바라보는 시선들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30여 년도 더 지난 시절, 동네 척사대회(윷놀이 대회)에서 이미 닦아 두었던 기술
아니던가.
박빙으로 전개되던 윷 판이 우리 부부가 마지막 정류장에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 때, 아무렇게나 던져도 이기는 판국이었다.
그 찰나에 승부의 마가 끼어서, 아내가 던진 윷가락 하나가 흰 이불을 미끄러져 내
려가 ‘낙’이 되고 말았다.
안타까운 탄성이 터져 나오기가 무섭게 기회는 상대편으로 넘어가 버렸다.
그런데 그 공중으로 떠 오른 윷이, 하필이면 백도(윷가락에 표시된 도가 나오면 후퇴해서
도 잡을 수 있다는,나로서는 금시초문인 그 룰로 우기는 바람에)가 나와서 골인 일보 직전에
서 잡히고 말았을 때의 그 심경.
장인 어른 윷가락 던지는 폼이 일품이라는 찬사는 어디 가고,우승을 내주고 말았다.

여기서 ‘아내가 낙이 안 나왔다면 우리가 이기는 건데’ 라는 이야기는 성립이 안 된
다. 야구에서 투수가, 투 스트라이크 쓰리 볼 상황에서 마지막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않았다면 안타를 맞지 않아 역전 당하지 않았을 것을,이라는 가정은 승부 세계에서는
없기 때문이다.
스트라이크를 꽂아 넣어 삼진으로 잡아 게임을 끝내려는 그 순간의 투수의 결정은,
심리상 경기의 일부일 것이기에.
가족 화합에는 윷놀이가 제격이다.
거기에는 무엇보다 '낭만'이 있지 않은가.
신나는 여행을 위해선 좋은 밤의 휴식이 절대다.
이제 여행의 대장정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힘든 행군이었지만 한 명의 낙오자(손자까지 11명)도 없이 성숙하게 만든 좋은
기회였다.
로맨틱한 제주도의 여행을 다시 한 번 꿈꿔본다.

앞줄 오른 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둘째 사위(박병규 프로9단), 둘째 사위 여동생, 사돈 어른,
둘째 딸(김은선 프로4단)과 이번 여행을 추억으로 만들어 준 손자 선우, 아내, 필자, 사돈 어른,
첫째 사위(이용희 아마7단), 첫째 딸(김은옥 아마 6단), 둘째 사위 여동생 남편.
# 작년(2014) '손자의 돐' 기념으로
제주도 여행기인데, 세월호 참사로 차마 올리지 못하고
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올립니다.
첫댓글 우메..부러운거.....ㅎㅎ
나는 언제나...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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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회원 다 모여서 '돈 많이 쓰는 모임' 어쩌다 한 번
하면 되고, 부천 모임 같은 '번개 모임'도 더러 해서 때워 나가면
회비도 아낄 수 있을 텐데, 아마 회장님과 총무님이 바쁘고 본인들
시간이 여의치 않으니 그러신가 본데, 완벽한 모임만 하려면 힘만
듭니다.
온가족이 함께하는 여행이 참 부럽습니다.
전 회장님도 딸 사위랑 조만간 가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