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신종 코로나(COVID 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도입한 '한달간 임시 휴일및 자가 격리' 조치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어느 정도나 될까?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전 세계의 경제 위축은 불가피하다. 위기의 강도도 그 어느 때보다 세다. 어떤 방식으로 신종 코로나 확산을 저지하고, 경제회복을 꾀할 것인지, 국가마다 다를 것이다. 이미 비상사태를 선언한 국가도 있고, 모든 국경을 봉쇄하고 움추려든 나라도 있다. 우리나라처럼 여전히 국경을 개방한 상태에서 검역만 강화한 곳도 있다.
러시아는 아예 '사회경제적 활동'을 정지시켰다. 국민은 '자가 격리' 상태에 들어갔다. 경제적 피해가 그 어느 국가보다 심각하리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국제유가마저 폭락한 상태에서 러시아가 그 손실을 감당할 수 있을까?
현지 언론에도 한달간 휴무에 따른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제 전문가들은 4월 '한달간의 멈춤' (за месяц простоя), 정확히는 5주간의 휴무로 발생할 러시아의 경제적 손실이 국내총생산(GDP)의 2~2.5%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키릴 니키틴 러시아 세금및 예산정책 전문가센터 소장은 "수입이 크게 줄어든 상태에서 전체 비용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중소기업들은 파산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러시아 중소자영업자들은 '한달간 휴무'로 한계상황으로 내몰릴 게 자명하다. 모스크바에서는 식당과 카페, 바, 미용실 등등이 모두 문을 닫았다. 4월 매출은 아마도 거의 제로(0)가 될 것이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크라스노다르 등에서 레스토랑 체인 '테레모크'(Теремок) 운영자는 "310개 레스토랑 중 100개가 배달 주문이라도 받기 위해 문을 열었다"며 "매출은 과거의 8%에 불과하고, 3,500명의 직원이 놀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에게 급여를 주면서 2개월을 버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러시아는 '휴무에 따른 손실'을 거의 재정 지원으로 때울 방침으로 전해졌다. 천문학적인 지원금이 필요할 것이다. 가뜩이나 국제유가가 폭락한 상태에서 러시아 국가 재정이 버텨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물론, 초기 방역에 실패할 경우 더 큰 사회적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단기적인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고 신종 코로나의 확산을 막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더 이득이라는 설명이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국민경제전망연구소 부설 '거시경제 분석및 단기전망 센터'은 최근 보고서에서 "긴 자가 격리 조치와 경제활동 중단, 유가 폭락 등으로 러시아는 세계 경제 전반에 비해 훨씬 더 심각한 경제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나마 조기 방역에 성공한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따르더라도 앞으로 2년간 경기 후퇴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GDP 성장률은 올해 마이너스 2.3~2.5%를 기록하고, 내년엔 마이너스 0.5~0.8%의 역성장을 거쳐 2022년에야 0.6%~1%의 순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비관적인 예측은 경제 심리를 더욱 떨어뜨리는 법. 그래서 러시아 경제 관련 장관들이 잇따라 언론에 나와 신종 코로나에 너무 주눅들지 말고 검역과 경제활동 사이에서 균형을 찾을 것을 주문했다.
막심 레쉐트니코프 경제개발부 장관은 4일 스콜로보 경영대학원 안드레이 샤르노프 학장과 가진 '2020년 위기 극복' 관련 대담에서 "코로나 사태로 경제가 중지되어서는 안된다"며 "기업들은 계속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자가 격리 상황에서 모든 것이 끝났다는 절망감에 빠져들어서는 안되며, 방역과 경제 활동간에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6일부터 현지 공장 재가동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하지만, 완전 재가동 여부는 앞으로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산업통상부는 아예 국민들에게 대형 슈퍼마켓과 시장 이용을 권하는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자가 격리' 규칙에 따라 집 주변의 상점으로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오히려 감염 위험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 보다는 넓은 슈퍼마켓에서 2m 안팎의 '거리 두기'과 캐리어 소독, 손씻기 등의 규칙만 잘 따른다면, '방역과 경제 활동'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며 대형 슈퍼마켓 이용을 권했다.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은 5일 TV채널 '러시아1'과의 회견에서 "러시아는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이전과 다른 현실에 직면했으나 동요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