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뽑기 외 1편
전건호
언제부터 엉켜 잠든 건지 몰라요 밖으로 나가는 순간만 초조하게 기다리는데요 인적 끊긴 거리 창백한 유령처럼 서로 등 돌리고 곁눈질하다 하얀 손 어른거리기만 해도 심장이 얼어붙을 거 같아요 파리한 가로등 불빛에도 신데렐라가 된 듯 외로운 비둘기의 날갯짓에도 자꾸 차디찬 손을 놓쳐버려요 낙진처럼 가라앉는 한숨 섞인 시선들 눈물 글썽이며 서로 어깨 다독거려주는데요 새벽 두 시 불 꺼진 미로를 떠도는 바람이 마른 눈물마저 지우고 가네요 멀리서 찻소리만 들려도 까맣게 타버릴 마음이에요 오늘밤은 부디 당신 머리맡에 잠들 수 있게 제발 여기서 건져주세요
23.5도 어긋난 슬픔
인천공항 하늘에
하얀 줄 하나 걸려 있다
젖은 마음 두어 자락 팔랑팔랑 걸어둔다
눈물 젖은 옷자락
소금기 절은 옷
마르기만 기다리며 턱을 괴니
타는 눈빛 잉걸불이 된다
뭉게뭉게 피어나는 연기에
짙어가는 어둠의 밀도
날아오르는 불티
반짝이는 저녁별이 된다
아프게 타고 남은 재
가슴에 수북이 쌓인다
ㅡ『시에티카』 2011년 상반기 제4호

전건호
충북 영동 출생. 2006년 『시와정신』으로 등단. 시집 『변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