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에게 이 나라를 맡겨보아도 좋지 않을까?
우리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그 대안을 찾는데 부심했다. 그런데 그 대안을 도출하는 고민 가운데는 과거와 달리 지극히 실용적인 접근이 암암리에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쉽게 말하자면 소위 정치공학적으로 떠들어대는 소리와는 달리 대한민국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사실과 그 국민을 하늘같이 위하는 자질을 가진 정치인이 누구인가를 찾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 두 가지 조건 즉 1)국민이 주인이고 2)그 국민을 하늘같이 모시는 자질을 가진 정치인이 누구인가를 국민 각인이 조심스럽게 물색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 물색을 하는 데는 몇 가지 조건이 부여 되는데 과거 헌정 70년사에 비추어 볼 때 우선 법조인이 아니고, 서울대 출신도 아니며, 농촌 출신으로 좌편향의 편벽한 정치인이 아니고 진보와 보수를 모두 다 아우를 수 있는 협치가 가능한 정치인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또 그는 정치적 감각은 물론 행정적 능력과 글로벌시대를 슬기롭게 헤엄쳐나갈 외교와 국방의 감각이 검증된 정치인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논점을 놓고 따져보고 주판알을 굴러 본 결과 역시 충남 도지사 안희정이 그 조건에 부합되었다는 사실이다. 즉 그는 민주당이 그토록 반대 해오던 4대강사업에 대한 깊은 통찰력으로 이를 국리민복에 응용화한 행정력을 구사하였다.
그동안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 '전면 폐기'를 주장해오던 광역단체장들이 '조건부 수용'으로 입장을 완화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그 중에서도 오로지 안희정 도지사는 금강을 적극적으로 농업용수로 생활용수로 공업용수로 활용했다는 말이다. 돌이켜보면 민주당이 4대강에 대한 비판 강도를 높일 때에도 안희정 도지사가 "공사 정상 추진"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면서 그 갈등을 봉합하여 성공시켰다는 사실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선견지면이 돋보인 점은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지역 기초자치단체장들과 주민들의 여론에 크게 영향을 미쳤으며 충남 연기군, 금강보가 들어서는 공주시와 부여군에서는 4대강 사업 찬성 후보들이 지방선거에서 당선이 됐고, 경남 낙동강 유역의 시장. 군수 13명은 당선 직후 낙동강 살리기 사업의 중단 없는 추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도 있었다.
그 후 정부 관계자는 "4대강 현장을 돌아보면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주민들이 반대하는 주민보다 더 많았다"며 "그들의 목소리가 자치단체장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안지사의 폭넓은 안목 덕분에 충남도의 경우는 무난히 금강 살리기 사업 4개 공구가 모두 사업이 정상 추진되었으며 시간이 지나 금강물줄기는 내포평야를 적셔주어 한해를 극복하는 계기도 마련했던 것이다.
이것은 안지사의 치수사업의 안목을 간명하게 말해 주는 것이고 그리고 그가 학창시절 운동권으로 활약하다가 옥고를 치르고 나왔던 시절을 김용옥교수와의 대화에서 회상하며 자신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을 보면
“선생님, 저는 정치꾼이 될 생각은 없었어요. 순결한 정치가, 혁명가가 될 생각만 있었죠. 그런데 감옥에서 나와 취직할 데도 없는 상황이었는데, 동유럽권이 몰락하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우리나라에서는 3당 합당이 이뤄지고, 소련이 사라지고, 갑자기 혁명의 시대가 끝났다는 거예요. 항상 혁명의 시대의 주인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버텼는데, 혁명 그 자체가 종료됐다는 거예요.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것을 기뻐해야 할 저는 오히려 3, 4년 동안 말할 수 없는 깊은 슬픔과 고통에 빠졌습니다. 인생의 의미가 사라지니까 죽을 생각밖에는 나지 않았어요. 그런데 또 억울해서 죽지도 못하겠고, 깊게 생각해 보니 생명이라는 게 비탈길에 떨어지는 짱돌 같은 것이더라고요. 중력에 따라 굴러가다 서면 그것이 생의 마감이지, 나 그만 굴러 갈래 하고 선택할 여지는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도대체 혁명이 뭐냐 하고 생각해 보니까, 그냥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정의가 뭐냐 하고 또 고민해 보니까 사람으로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일 뿐이라는 단순한 결론에 도달케 되더라고요. ‘영원한 것은 저 푸른 나무일 뿐’이라는 레닌의 말이 생각났어요(원래 괴테의 말). 그래! 내가 생각했던 혁명이라는 개념은 회색이었어! 푸르질 못했단 말야! 인간을 사랑하는 휴머니즘이 마르크스를 만나면 마르크시즘이 되고, 레닌을 만나면 레닌주의가 되고, 최제우를 만나면 동학이 되고, 최시형을 만나면 개벽사상이 되고, 억압받는 시민을 만나면 시민혁명 이론이 되는 것 아니냐! 이론이 무너졌다고 제기랄 나의 진보적 삶의 가치가 무너질 게 뭐냐!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 1994년에 철학과 졸업장을 획득하고 노무현과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꾸리게 되었죠.”
이렇게 안희정 지사는 단숨에 자신의 운동권시절의 생각과 늦깎기 졸업장을 받기까지의 역정을 설명했다. 도올 김용옥교수는 자신과 안지사의 사제지정이 있음을 말하여 안지사의 속마음을 이끌어내고 다시 그의 심상에 흐르는 깊은 한숨소리를 끌어내게 했다. 이에 안희정 지사는 다시 말하기를
. “선생님, 저는 직업정치인입니다. 아마가 아니라 프로예요. 산전(山戰)을 하자면 산전을 하고, 수전(水戰)을 하자면 수전을 하는 게 프로예요. 모바일 투표를 하면 나는 안 나간다는 식의 소극적 자세로는 이길 수가 없어요. 어떠한 태클이 들어와도 되받아 쳐 내야죠. 도전이란 어웨이 경기를 한다는 생각을 하고 그것을 감내할 때만 도전이 되는 거죠. 방어자가 항상 유리한 것만도 아녜요. 도전자는 신인이기 때문에 그만큼 기회의 요소가 늘어날 수도 있어요. 그런데 과연 문재인 전 대표가 방어자일까요? 챔피언이 돼본 적이라도 있나요? 대선에서, 아니 역사에서 방어전이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어요. 모든 사람은 절대 내가 관리하는 어장의 물고기가 될 수 없어요. 모든 것은 제멋대로 살아 움직입니다. 그리고 모든 룰은 변하게 마련이지요. 우리는 지금 타이틀 매치를 할 것이 아니라 시대를 교체해야 합니다. 세대교체 아닌 시대교체야말로 저에게 주어진 사명입니다.”
외유내강의 소유자 안희정 지사의 결의와 각오가 도올 김용옥이라는 태산준령 같은 철학자의 프리즘을 통과하여 우주를 비추는 시네마스코프를 연상케 한다. 안희정 지사는 다시 더연한 우리나라의 현실 정치문제를 이렇게 말했다.
“현재 개헌에 관한 모든 논의는 기득권자들이 권력을 더 효율적으로 확보하고자 하는 방법론의 싸움일 뿐이지요. 해밀턴이든, 제퍼슨이든 미국의 헌법을 만들고 새로운 제도를 창조한 것은 그들이 미국의 초창기 역사의 과정에서 충분한 업적과 신뢰를 쌓았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학교 앞 떡볶이 집에서 부형이 자기 자식 데리고 같이 떡볶이를 즐겁게 먹는 것은 떡볶이 집 주인에 대한 신뢰가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떡볶이 집 사장이 자기 새끼 입에 들어갈 떡볶이를 따로 만들고, 열악한 식자재에 조미료 범벅의 떡볶이를 판다면 누가 그 집에서 먹겠어요. 우리 국민이 근원적으로 정치인들을 불신하는데, 그들이 헌법을 개정한다고 해서 더 나은 사회가 도래하리라는 보장이 있겠습니까? 입시제도가 그토록 지배계층의 편의에 따라 계속 변했는데 진실로 교육의 진보가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모든 직업 영역은 국민의 그 직업에 대한 신뢰도만큼만 발전합니다. 정치도 하나의 직업입니다. 그런데 신뢰도가 너무도 빈약합니다. 그러니 정치 영역이 발전할 수 있겠습니까?”
그가 던진 정치의 신뢰도 문제가 우리나라의 정치의 후진성 때문에 가슴을 아프게 한다. 우리 정치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건국당초부터 지금까지 신뢰도가 없는 우리 정치의 문제였다. 오로지 돈을 들고 다니며 빽을 찾아다니며 줄서기에 급급한 정치인들의 정치 철학의 부재였다. 그러나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짐에 따라 우리의 눈앞에는 이제 구태의연한 그러한 줄서기가 아닌 실력으로, 신념으로, 철학으로, 국민의 심부름꾼이 될 정치인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아니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 국민은 이미 노무현이라는 신념 하나로 성공을 이룬 대통령을 만난 바 있다. 그런데 우리 국민이 갑자기 찾아온 그 아까운 기회를 애석하게 놓친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 노무현 대통령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제자라고 해도 무방할 안희정 지사가 나타난 것이다. 그는 어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문재인 패권주의의 거친 나무 그늘 아래서 보옥처럼 자기 성품을 잃지 않고 자라나는 명약이라는 산삼처럼 연륜을 더하며 국민의 마음을 사며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이제 그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여론조사 10%를 상회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 마의 장벽인 10%는 머지않아 깨어지고 말 것이다. 그 확신은 위에 언급한 바 있는 안희정 지사의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정치를 하고야 말겠다는 정치신념과 철학에 근거한 것이라 믿으며 '영원한 것은 저 푸른 나무'일 뿐이라고 외친 안희정 지사의 속마음을 읽어 본다. 그리고 입춘을 향해 달리는 세월 앞에서 이 나라 정치발전의 큰 축을 이룩할 안희정 지사에게 이 나라의 내일을 맡겨도 좋지 않을까? 물어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