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대
박경선
칠십 줄에 들어서다 보니 우리에게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날마다 느낀다. 새벽에 눈을 뜨면 나에게 주어진 오늘 하루가 선물 같아 감사하다.
이 선물 같은 날, 팔다리가 온전해서 함께 모일 수 있는 시간 안에 소중한 여명회 님들을 한번 모시고 싶은 소망이 컸다. 박경선 출판 축하식을 정성껏 해준 사랑을 먹고 살면서 벚꽃, 참꽃, 목련 피는 정원에 모시고 싶었다. 지금은 꽃 지고 밤꽃 피고 자두만 익어가는 6월이 다 가는데... 마침 모임 장소를 묻는 카톡이 올라와 우리 집에 모시겠다며 한 분 한 분, 개별 문자를 보내보았다. 다행히 16명이 오시겠다고 해서 베나의 집 대문을 열 준비를 시작했다.
박선희 답신: 반가워요. 코로나 전 2016년에 아름답게 꾸며진 그 집 소나무 정원에서 놀고, 손수 준비한 맛있고 푸짐한 점심을 잘 먹고 놀다가 텃밭에서 키운 상추랑 고추를 싸주시던 정성을 잊지 않고 기억합니다. 올해도 초대해 주신다니 그저 감사합니다.
천필수 답신: 베나의 집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당연히 가야죠. 늘 베풀면서 살아가시는 모습이 자랑스럽고 귀감이 됩니다. 모임 때 봐요.
그래서 이런 문자를 받고 “감사합니다. 오시는 날 장미꽃 들고 달려 나가겠습니다.”하고 답장을 올렸다. 버스킹 기타리스트 박 교장과 다도회 회장 조 교장께 기타 연주와 다도 봉사를 이번에도 부탁하였다.
초대 당일, 음식은 여름이라 상하지 않게, 따끈한 맛을 즐길 수 있게 하는 데 중점을 두느라 연밥을 쪄서 찜기에 갈무리해 두었다. 마당쇠 남편은 수육을 가마솥에서 삶아서 먹기 직전에 상에 올려야 한다며 신경을 썼다. 그리고 뷔페식으로 준비해야 설거짓거리가 적을 것 같아 큰 쟁반에 담아 두고 각자 앞 접시를 사용하도록 꾀를 부렸다. 오시는 선생님들께 장미꽃 한 송이씩 내밀며 껴안았다.
1부 시작하면서 카톡방에 평소 좋은 정보를 많이 올리신 김호순 회장님과, 저번 어버이날 우리 동네 어르신들에게 기타와 다도로 봉사 활동을 해준 조성희. 박찬명 교장 부부에게 감사장을 드렸다. 머리에는 왕관을 씌우고, 금빛 보자기 한 장은 반 접어서 윗도리 겸 망토로, 한 장은 치마처럼 뒤로 둘러 집게를 꽂아 금빛 수상복을 만들어 입혔다. 회장단의 이, 취임식도 이렇게 한 뒤 회원들은 나무 그늘에 앉아 기타리스트의 노래와 기타 연주를 감상하였다. 현관 다도 탁자에서, 텃밭에서 키운 와송을 갈아 만든 주스로 건배를 한 뒤 거실로 들어갔다. 기온이 33도까지 올라 에어컨을 틀고 점심을 먹었다.
“가마솥에 삶은 수육이라 맛이 있네, 수육 장사해도 되겠다.”
며 상추를 꽂아 만든 쌈 꽃 바구니를 돌렸다. 미역국과 열무김치는 반기면서, 미리 끓여둔 숭늉은 배가 불러 못 먹겠단다. 조성희 교장이 준비한 목련차, 연차, 말차 들을 음미하면서 회의를 잠시하고, 버스킹 기타리스트와 함께하는 힐링 노래를 따라 불렀다. 김연희 교장은 대금을 연주하고 수화로 노래할 때는 함께 따라했다. 권운지 교장의 시 '사막의 사랑'도 낭송했다. 그러다가 한, 두 분이 먼저 가겠다며 일어섰다. 마당에 뚫어놓은 파크 골프장에서 파크 골프도 같이 치고 싶고, 저녁 메뉴로 비빔냉면, 물냉면도 준비해 두었는데 손주 보기나 집안일 등이 걱정이라며 모두 급하게 일어섰다. 텃밭 상치 한 봉지, 깨소금 한 봉지씩 나눈 뒤 급히 떠났지만, 좋은 추억 나눠 갔다는 후기들이 도착했다.
“오늘 사람 사는 이야기 가득한 베나의 집에서 선후배 사랑을 나눈 꿈결 같은 시간을 선물 받았습니다. 수박 한 덩이도 거절하셔서 빈손으로 다녀오니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라는 노래 귀절이 생각났습니다. 깨소금에 담긴 동문 사랑! 그 마음 생각하니 너무 아픈 사랑이네요. 고마워요.”-권운지
-박경선 답신: 선배님. 우리 집 거실에 '손님은 신이 보내주신 선물입니다.'라고 크게 써 붙여둔 것 보셨지요? 와주시는 선배님 그 자체가 선물입니다. 수박 같은 물질에는 비길 데 없는 참으로 고마운 방문이지요.
-권운지 교장 답신: 배나의 집 손님이 되어 행복했습니다. 오래오래 베나의 집 사랑 꽃피울 수 있도록 건강 지키시기 바랍니다.
“조성희 교장 덕에 평소에 먹기 힘든 여러 가지 고급 차를 맛보게 되어서 넘 좋았습니다. 아름다운 베나의 집 풍광과 함께한 사람들의 사랑이 모아져 더욱더 부드러운 맛이... 생각만 해도 행복합니다.” -김연희
“선배님의 사랑에 가슴이 먹먹합니다. 설거지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데 그것도 못 하게 하시니, 몸살 나셨을까 걱정 많이 했어요. 행사 진행에 굿 아이디어까지 정말 대단하셔요.“- 임순남
참석하지 못한 교장들도 문자를 보내왔다.
“선배님들의 행복한 시간이 눈에 보이는 듯합니다. 참석 못 해서 아쉽습니다.”- 권해름
“와우! 세상의 어느 잔치보다 더 화려하고 정성 가득 담은 베나의 집 모임, 사랑과 배려가 깃든 한 편의 영화를 본 것처럼 가슴 뭉클하네요.”- 김영기
방명록을 정리해 보니 1261번부터 1274번 박찬명 교장까지 흔적이 남게 되었다. 2014년 7월. 남편 퇴임식을 시작으로 시작된 베나의 집 손님들! 2024년 6월. 꼭 십 년 만에 1275번째 손님을 기다리며 다섯 번째 방명록을 준비해야겠다. 팔다리의 힘 쇠하고, 손님 청한 뒤 부부가 교대로 허리 마사지 받으러 다녀야 하니 얼마나 더 손님을 청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하늘이 보내주시는 선물 같은 님들을 만남이 우리 삶의 기쁨이요. 축복이기에!
서른 살 넘은 제자 준혁이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내왔기에 내 삶의 이야기도 링크 걸어 보냈더니 이런 반응을 보내왔다.
“선생님, 즐거운 노후 보내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저도 나중에 이렇게 행복한 노후를 보내도록 미리 계획을 잘 해야겠습니다 ㅎㅎ” (15쪽) 2024. 6.17
여명회 구글 앨범
https://photos.app.goo.gl/yEegNERhIDUljILk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