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방유취 권1 / ○ 《질병 외인론(外因論)〔外所因論〕》
무릇 육음(六淫)으로는 한사(寒邪)ㆍ서사(暑邪)ㆍ조사(燥邪)ㆍ습사(濕邪)ㆍ풍사(風邪)ㆍ열사(熱邪)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서사(暑邪)와 열사(熱邪)는 동일한 기운이고, 조사(燥邪)와 습사(濕邪)는 그 연원이 같으므로 위의 의경(醫經)에서는〔上經〕 이것들을 거두어 넷으로 만들었다. 곧 겨울에는 한사(寒邪)에 의해 손상되므로 봄에 온병(溫病)에 걸리고, 봄에는 풍사(風邪)에 의해 손상되므로 여름에 손설(飱泄)에 걸리고, 여름에는 서사(暑邪)에 의해 손상되므로 가을에 해학(痎瘧)에 걸리고, 가을에는 습사(濕邪)에 손상되므로 겨울에 해수(咳嗽)에 걸린다. 이것은 바로 사계절에 따라 만들어진 순서이며, 현실에서 사기(邪氣)에 감촉(感觸)될 때에는 한사(寒邪)ㆍ풍사(風邪)ㆍ서사(暑邪)ㆍ습사(濕邪)의 사기(四氣)가 모두 서로 결합되면서 사람을 병들게 할 수 있다.
온병 같은 경우에 오한 발열하는 증상이 있다고 하여, 상한으로만 단정해서는 안 된다. 온병 중에도 풍사(風邪)ㆍ서사(暑邪)ㆍ습사(濕邪)에게 침범당했을 때에도 모두 이 증상이 나타난다. 다만 풍사는 기운을 흩뜨리므로 주로 땀이 나는 증상이 있고, 서사는 기운을 소멸시키므로 주로 권태로워지는 증상이 있으며, 습사는 피〔血〕를 넘치게 하므로 주로 몸이 무거워지는 증상이 있다.
골절이나 외상으로 인한 여러 증상들이 다르더라도 경락(經絡)의 전변(傳變)이라는 점에서는 모두 같으므로, 몰라서는 안 된다. 손설(飱泄)도 마찬가지이다. 의경(醫經)〔經〕에서는 “한사(寒邪)가 심해지면 장벽이 된다.”라고 하였고, 또한 열사(熱邪)ㆍ습사(濕邪)가 오랫동안 장위(腸胃)에 깃들어도 장위 속이 매끄러워지면서 설사를 하니, 설사 발생이 풍사(風邪)에 의해 손상된 경우로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해학(痎瘧)의 여러 증상들도 한사(寒邪)ㆍ서사(暑邪)ㆍ풍사(風邪)ㆍ습사(濕邪)가 서로 연결되면서 질병 원인이 되는 것이지, 처음부터 서사(暑邪)만이 툭 불거진 것은 아니다. 해론(咳論)에서는 “살짝 오한이 드는 것을 해(咳)라고 하였고, 열기가 상초(上焦)에 있으면서 기침하는 것〔咳〕을 폐위(肺痿)라고 하였으며, 모진 바람〔厲風〕이 불어도 목이 쉬거나〔聲嘶〕 기침이 난다〔發咳〕.”라고 하였으니, 해수(咳嗽) 증상이 어찌 습사(濕邪)에만 묶여있는 것이겠는가?
이것으로 미루어보면, 사기(四氣)는 육화(六化)에 근원을 두고 있고, 육화는 일기(一氣)에 근원을 두고 있으며, 이 일기가 전변(轉變)하여 음양(陰陽)으로 나누어지고, 뒤집혀버리면 육음(六淫)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의경(醫經)〔經〕에서는 “음기(陰氣)는 만물을 위해서 주관하고, 양기(陽氣)는 만물에게 정기(正氣)를 부여한다.”라고 하였다. 이것을 거스르면 질병이 생기면서, 만물을 발생시키고 변화시키는 상도(常道)가 어지러워진다. 이 상도를 잃게 되면〔 矣常〕 천지 사방이 꽉 막히게 되는 것이다.
치료하려면 반드시 그 근본을 찾아봐야 하는데, 마땅히 서로 연결되는 것을 좇아서 검토한다. 질병 원인 가운데 이른바 풍한사(風寒邪)ㆍ풍온사(風溫邪)ㆍ풍습사(風濕邪)ㆍ한습사(寒濕邪)ㆍ습온사(濕溫邪)의 5가지는 2개의 사기(邪氣)가 한데 묶인 것이고, 풍습한사(風濕寒邪)ㆍ풍습온사(風濕溫邪)의 2가지는 3개의 사기가 합해진 것으로, 앞의 한사(寒邪)ㆍ풍사(風邪)ㆍ서사(暑邪)ㆍ습사(濕邪) 등 4가지 단사(單邪)와 합해지면 총 11변(變)이 된다.
만약 아프면 이와 같은 방식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한 아울러 삼양(三陽)의 경락(經絡)도 함께 포괄하면서, 간변(簡辨)에 능숙하고 맥증(脈證)을 감별하여 터럭만한 잘못됨도 없어야 치료법을 논할 수가 있다. 육음(六淫)〔淫〕의 변화와 정기(正氣)ㆍ사기(邪氣)의 핵심에 정통하지 못하다면 그 누가 이것을 파악할 수가 있겠는가.
[주-C001] 삼인극일병증방론(三因極一病證方論) : 중국 송(宋)나라 진언(陳言)이 1174년에 지은 18권짜리 의서로서 원래 이름은 《삼인극일병원론수(三因極一病源論粹)》이다. 흔히 이 책은 《삼인극일병증방론(三因極一病證方論)》이라고 부르며, 《삼인방(三因方)》이라고 약칭한다. 총론을 비롯하여 내과, 외과, 부인과, 소아과 등의 임상 각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특징은 임상 분야를 삼인(三因)이라는 질병 원인과 연관시킨 데 있다. 즉 진언은 질병 원인[病因]을 외인(外因), 내인(內因), 불내외인(不內外因)으로 나누었다. 외인은 풍한서습조화(風寒暑濕燥火)라는 육음(六淫)이 정상적인 기운을 범하면서 경락을 통해 몸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이고, 내인은 희노우사비공경(喜怒憂思悲恐驚)의 7가지 감정[七情]이 지나쳐서 장부에 질병을 야기하는 것이다. 불내외인은 내인이나 외인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써 굶주리거나 배부른 것, 고함을 질러 기를 상하는 것, 정신의 도량을 소진하는 것, 근력을 극히 피로하게 하는 것, 음양을 거스르는 것, 범ㆍ이리 같은 짐승 및 독충에 물린 것, 금창(金瘡)과 삔 것, 주오(疰忤)가 붙은 것, 죄를 지어 옥사하거나, 무거운 것에 눌리거나 물에 빠진 것 등등이다. 《삼인방》의 병인론은 후대 의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주-D001] 해론(咳論)에서는 …… 난다〔發咳〕 : 일반적으로 해론(咳論)은 《황제내경소문(黃帝內經素問)》 〈해론(咳論)〉의 약칭이다. 하지만 《황제내경소문》 〈해론〉에서는 기침[咳]을 다룰 뿐이어서, 본문의 문장은 보이지 않는다. 본문의 일부 문장과 관련하여 《금궤요략논주(金匱要略論註)》(사고전서본) 권7, 〈폐위폐옹해수상기(肺痿肺癰欬嗽上氣)〉에서는 “열이 상초(上焦)에 있어서 환자가 기침을 하는 것이 폐위(肺痿)이다.[熱在上焦者, 因欬爲肺痿.]”라고 하였다.
[주-D002] 음기(陰氣)는 …… 부여한다 : 이 문장과 관련하여 《황제내경소문(黃帝內經素問)》 〈음양이합(陰陽離合)〉에서는 “땅에서 나오는 것을 음중지양(陰中之陽)이라고 부른다. 양기(陽氣)는 음중지양에게 정기[正]를 부여하고, 음기(陰氣)는 음중지양을 위해서 주관한다.[出地者, 命曰陰中之陽. 陽予之正, 陰爲之主.]”라고 하였다.
[주-D003] 의(矣) : 원문은 ‘의(矣)’이지만 문맥상 ‘실(失)’의 오각(誤刻)으로 판단된다. 이 문장과 관련하여 《황제내경소문(黃帝內經素問)》 〈기교변대론(氣交變大論)〉에서는 “이것이 발생 성장시켜 거두어 갈무리하는 이치로서, 기(氣)의 상도(常道)이다. 이 상도를 잃게 되면 천지 사방이 꽉 막히게 된다.[此生長化成收藏之理, 氣之常也. 失常則天地四塞矣.]”라고 하였다.
첫댓글 2,000여년 전에 우리 의사들은 사기(邪氣)가 날씨와 관련이 깊다고 생각했다.
너무 춥거나 혹은 덥거나, 너무 건조하거나 습할 때 감염병이 유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기(邪氣)에 날씨와 같은 이름을 붙였다.
추운 것이 원인이면 한사(寒邪),
더운 것이 원인이면 서사(暑邪),
건조한 것이 원인이면 조사(燥邪),
습한 것이 원인이면 습사(濕邪)
바람이 원인이면 풍사(風邪)
열이 원인 이면 열사(熱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