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645
천자문234
동봉
0845쪽 람 藍Indigo plant
0846죽순 순筍Bamboo shoots
0847코끼리 상象Elephant/Phenomenon
0848평상 상牀Bed/Couch
란쑨씨앙추앙篮笋象牀lansunxiangchuang
(낮에자고 저녁이면 깊은잠자니)
-대자리에 상아박은 침상이로다
0845쪽 람藍Indigo plant
쪽 람/볼 감藍
초두머리艹에 꼴소리 문자입니다
풀의 뜻을 나타내는 초두머리艹 부와
소릿값 쪽 람監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푸른 빛 물감을 만드는 풀 이름인데
이것이 나중에 쪽빛藍色의 뜻이 되었습니다
1. 쪽, 여뀟과의 한해살이풀
2. 쪽빛, 진한 푸른 빛
3. 누더기
4. 절, 사찰
5. 남루하다
a. 보다
쪽 람/남藍 자와 관련된 한자로는
蓝 : 쪽 람/볼 감藍의 간체자가 있습니다
다른 것도 다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식물에 대해서는 문門 밖外 사람漢입니다
쪽에 대해서 조금만 더 살펴볼까요
쪽의 잎과 줄기는 파란색 염료로 사용합니다
줄기는 염료로도 쓰지만 쪽 씨와 함께
해독제라든가 해열제 따위로도 쓰이지요
중국 인도가 원산지인 한해살이풀입니다
쪽의 키는 50~60cm이고
줄기는 붉은빛이 도는 자줏빛입니다
어긋나기로 달린 이파리는 잎자루가 짧고
달걀 모양이면서 긴 타원형에 가깝습니다
여뀌 이파리와 닮았다고 보면 됩니다
푸를 때와 달리 잎이 마르게 되면
검은빛이 약간 감도는 파란색을 띱니다
쪽의 꽃은 붉은색을 띠고 있습니다
8~9월에 잎겨드랑이와 원줄기 끝에
이삭꽃차례로 피어납니다
이삭꽃차례가 어떤 것이냐고요
마치 가을 들녘 벼이삭처럼 줄기에
다닥다닥 피어나는 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삭꽃차례에는 식물에 따라
홑이삭꽃차례를 비롯하여
겹이삭꽃차례
윤산꽃차례 따위도 있습니다
내가 열네 살 때이니 꼭 50년 전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이른 아침부터 바쁘셨습니다
커다란 고무 함지박을 펼쳐놓으시고
파란 쪽 잎을 넣고 빨래망치로
두들기며 치대기 시작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어디선가 쪽을 한 아름 안고 오셔서
큰 항아리에 구겨 넣고 계셨습니다
"아부지, 이건 뭐고 어머이 하시는 거 뭐예요?"
아버지는 아침부터 땀을 흘리시면서도
막내아들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으셨습니다
"느그 어머이 하는 거나 이거나 다 쪽이지."
나는 열네 살 나이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아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얼굴이 반쪽'이란 말은 들었어도
초록의 풀잎을 두고 쪽이라 하니 궁금했지요
"쪽이요? 아부지 쪽이 뭔데요?"
아들의 물음을 아버지가 놓치실 리 없는데
약간 떨어져 계시는 어머니가 답하셨습니다
"옷감에다가 쪽빛의 물을 들이는 거야."
"네, 어머이. 쪽빛은 어떤 빛깔인데요?"
묻기는 어머니를 향해 물었는데
대답은 앞에 계시는 아버지가 하셨습니다
"네 작은형이 전에 입었던 바지 생각나니?"
"작은형의 언제 어떤 바지요?"
"왜 얼마 전 추석에 입었던 바지 있잖니?"
역시 어머니의 대답이셨습니다
두 분이 약속이나 한 듯 번갈아 답을 하셨지요
나는 그제서야 그 파아란 바지가 떠올랐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하늘이 높아 보였습니다
생각해 보니 작은형의 쪽빛 바지 빛깔이
높은 하늘과 닮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며칠 후 나는 서당에 가게 되었는데
훈장님이 내게《명심보감》을 외라 하셨지요
나는 미리 준비해 간 것도 아니면서
앉은 자리에서 책을 통째로 외웠습니다
원문을 외고 옆에 세로로 내려 쓴 번역문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외웠습니다
그때 훈장님이<옥은玉隱>이란 호와 함께
한문으로 된 글 한 폭을 손수 써 주셨습니다
'청출어람청어람靑出於藍靑於藍'이었습니다
쪽빛 가을하늘 아래서 아버지 어머니가
쪽물 들이시는 것을 본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이번에는 '청어람靑於藍'을 받은 것입니다
서당에 모인 생도들의 부러움을 한껏 사서
그러잖아도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는데
밖으로 나오니 서당 마당가에서 서 있는
쪽빛을 두른 푸른 대나무가 잎을 부볐습니다
0846죽순 순筍Bamboo shoots
죽순 순筍
대죽竹 부수에 꼴소리 문자입니다
대나무의 뜻을 나타내는 대죽竹 부와
소릿값 열흘 순旬이 합하여 이루어졌습니다
1. 죽순
2. 대 싹
3. 악기를 다는 틀
4. 대로 만든 가마, 조그만 집 모양의 탈것
5. 대 껍질
죽순 순笋 자는 대나무 순에 쓰는 자이나
풀이나 나무 줄기 가지와 돋아나는 싹
모두에 해당하는 글자입니다
죽순 순筍 자와 관련된 한자로
笋 : 죽순 순의 간체자
芛 : 죽순 순
箰 : 죽순 순
箈 : 죽순 지/죽순 대/죽순 태
䈚 : 죽순 태/죽순 대
苡 : 죽순 이
䇦 : 죽순 영/대나무 이름 앙
䉰 : 죽순 효/단소 효/대 끈 교
笜 : 죽순 삐죽삐죽 날 줄
箁 : 죽순 껍질 부 자 등이 있습니다
만전춘萬殿春에 나오는 고려가사입니다
어름 우회 댓닙 자리 보아
님과 나와 어러주글망정
어름 우회 댓닙 자리 보아
님과 나와 어러주글망정
정情 둔 오날 밤 날
더디 새오시라
더디 새오시라
또 동아프리카 탄자니아 얘기입니다
2004년 11월 말경 나는 여행을 떠났습니다
아는 스님 불자 크리스챤 등 네댓 명이
킬리만자로山 등산을 목적으로 떠났는데
막상 탄자니아에 도착하여 어쩌다보니
일정이 바뀌었고 킬리만자로산은
마랑구Marangu 게이트에서 만족했습니다
16박17일 만에 한국에 돌아와
나는 우리절을 고암문도회 스님에게 맡기고
이듬해 이른봄 다시 탄자니아로 향했습니다
그러면서 1년 동안 교민들과 얹혀 살면서
때로 로컬 홈 스테이를 했습니다
말이 홈 스테이지 처음에는 퍽 두려웠습니다
무엇보다 말라리아 모기가 걱정이었지요
서너 평 남짓 되는 흙집 방안에
다섯 명 가족들과 염소가 살고 있었고
역시 서너 평 되는 방을 내게 내주었습니다
방세는 한 달에 5만 탄자니아 실링기였는데
우리 한국의 화폐와 가치가 같았으니
우리 돈으로 5만원인 셈이었지요
게다가 음식 값으로 월 3만 실링기였습니다
식대 포함 매일 5천 실링기씩 계산하여
15만 실링기로 계약을 했습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큰 돈이었습니다
당시 보통 남자들 월급이 5만 실링기였으니
나 한 사람으로 인한 수익이 괜찮았습니다
나는 제일 먼저 모기장을 구했습니다
침대 위 천정 손가락만한 서까래에 끈을 매고
그 끈에 모기장을 매달았습니다
매일 같이 나오는 음식은 우갈리Ugali였는데
옥수수 빻은 가루로 만든 범벅이었습니다
반찬은 식용유에 볶은 나물이 딱 1가지였지요
그들이 매일 먹는 음식이 늘 그와 같으니
콰시오커Kwashiorkor 병이 생길 수밖에요
나는 외국인이고 가끔은 외식을 했습니다
우갈리에서 얻는 탄수화물만으로는
건강을 유지할 수 없다고 생각한 까닭입니다
문제는 침대였습니다
열대지방에서 침대 없이 잔다는 것은
파충류 등 해충들에게 몸을 내맡기는 것이지요
그러기에 평상이나 침대가 아니고서는
맨 바닥에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탄자니아 현지인이 다 가난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내가 머물던 집은 가난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여기에 남순상상藍筍象牀이 가능할까요
상아로 장식한 침대가 가능하겠습니까
쪽빛 죽순은 그냥 대나무 자리가 아닙니다
막 돋아나는 쪽빛 죽순으로 만든 자리는
상아를 박은 침상 못지않게 고급입니다
우리는 가끔 침대 광고를 접합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ㅡ 과학입니다"
인체공학을 바탕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편안한 잠으로 유도하겠지요
나는 말만 침대일 뿐인 그 침대에 익숙해졌고
그렇게 여러 달을 편하게 지냈습니다
문제는 침대에 있지 않고 마음이었습니다
고 이태석 신부님과 함께 투숙했던
케냐Kenya 수도首都 나이로비Nairibi의
그 작은 여인숙의 2층짜리 침대도
남순상상藍筍象牀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짧으면서도 소중한 우정을 쌓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마지막으로 열반에 드신
쿠시나가라 사라쌍수 아래에 설치된 침상도
인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침대였지요
보리수 나무 아래의 길상초 자리처럼
나뭇가지로 얼기설기 엮은 침대였겠지만
나는 부처님이 대열반에 드실 때 몸을 뉘신
그 침대를 뛰어넘는 침대는 아직 없다고 봅니다
고 법정 큰스님께서는 관棺도 짜지 말라시며
법구法軀를 가사로만 덮은 채 떠나셨지요
0847코끼리 상象Elephant/Phenomenon
코끼리 상象
돼지시豕 부수의 그림象形 문자입니다
코끼리 모양으로 코와 귀의 특징을 나타내지요
이 코끼리 상象 자에 담긴 뜻으로는
코끼리, 상아, 꼴, 모양, 형상, 얼굴 모양, 초상
법, 법제, 징후, 조짐, 도리, 점괘, 통변, 역법
통역관, 문궐門闕, 교령을 게시하는 곳, 술잔
천상天象, 천체가 변화하는 여러 현상
무악 이름, 춤 이름 등 이름씨와
상징하다, 유추하다, 본뜨다, 그리다,
표현하다, 본받다, 따르다, 같다
비슷하다 등 움직씨 그림씨가 있습니다
바둑과 장기將棋 가운데 장기 짝의 하나로서
앞으로는 세 칸을 건너뛰어 나아가
다시 옆으로 두 칸 건너에 있는 밭으로
저벅저벅 다니는 말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그가 가는 길목에 멱이 두 군데나 있습니다
이때는 '코끼리'라 하지 않고 '상'이라 하지요
코끼리 상象 자와 관련된 한자로는
形 : 모양 형
相 : 서로 상/빌 양
狀 : 형상 상/문서 장
貌 : 모양 모/모사할 막
樣 : 모양 양/상수리 나무 상
像 : 모양 상 자 등이 있습니다
이《千字文》에서는 으레 코끼리 상象이지만
이와 관련된 한자에서 나타난 것처럼
현상 또는 사상Phenomenon의 뜻이고
겉모습Appearance에 대한 뜻이 들어 있고
비슷하다Looks는 뜻이 들어 있으며
닮았다Resemble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이를테면 불상佛象이라 했을 때
이는 살아서 숨을 쉬는 부처님이 아니라
살아계신 부처님佛과 닮았다象는 것입니다
따라서 불상을 불상佛相으로 쓰지 않고
불상佛象이나 불상佛像으로 표기하는 것은
부처님을 닮았으나 진짜는 아니란 것이지요
따라서 32상相 80종호種好란
살아계신 부처님이 그러하셨다는 것이지
불상佛象에서는 도저히 그려낼 수가 없습니다
비록 32상相은 그리고 조각하더라도
80가지 호好를 표현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0848평상 상牀Bed/Couch
평상 상牀 자는
장수장변爿에 뜻모음會意 문자입니다
나뭇조각을 뜻하는 장수장변爿 부에
나무 목木 자를 더한 글자입니다
꼴소리形聲 문자와 달리 뜻모음 문자는
반드시 부수가 뜻을 나타내고
덧붙이는 자가 소릿값을 지니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이 평상 상牀 자의 경우에는
부수 장수장변爿의 '장'이 소릿값을 갖습니다
1. 평상
2. 상
3. 마루
4. 우물 난간
5. 기물을 세는 단위
6. 상 위에서 졸다
평상 상牀 자와 관련된 한자로는
床 : 평상 상
笫 : 평상 자/대자리 진/차례 제
㸛 : 평상 소
匟 : 평상 강 자 등이 있습니다
한자를 들여다 보다 보면
재미있게 생긴 글자에
재미있는 새김도 꽤 재미있지요
특히 평상 강匟 자를 보고 있노라면
불탁佛卓 아래서 잠자던 생각이 떠오릅니다
처음 절에 들어왔을 때는 새파랗게 젊었습니다
왜 그렇게 졸리고 잠이 쏟아지는지
가끔은 불상을 모신 탁자 밑에 들어가
번갈아 잠을 자곤 했습니다
번갈아 잔다는 게 뭔지
눈치가 빠른 분은 짐작하시겠지요?
사진은 쪽물감을 제공하는 쪽藍과
탄자니아의 그 집은 아니지만
홈 스테이하던 집과 매우 닮은 집입니다
10/14/2016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