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살자고 하는 짓
하종오*
밭고랑에서 삐끗해
금 간 다리뼈
겨우 붙으니
늙은 어머니는 무릎걸음으로 엉금엉금 마당가로 가
참나무 아래서 도토리 주워 껍질 까다가
막내아들이 쉬라고 하면 내뱉었다
놔둬라이, 뼈에 숭숭 드나드는 바람
달래는 거여
장가 못 든 쉰줄 막내아들이
홀로 된 여든줄 어머니 모시고 사는데
막내아들이 검정콩 베어다 마당 한복판에 쌓아놓으면
늙은 어머니는 참나무 가지로 타닥타닥 두드려 털고
막내아들이 멀리 틘 콩 주워오면 소리질렀다
놔둬라이, 한구석에 묻혀서 명년까지 있고 싶은 거여
막내아들이 갈아입힌 속옷에 새물내 나서
코 킁킁거리며 새물새물 웃다가
막내아들이 겉옷에 붙은 풀씨 뜯어내면 중얼거렸다
놔둬라이, 혼자
못 가는 곳에 같이
가자는 거 아니겠냐
다들 지 살자고
하는 짓이여
-2023년 5월7일 경상매일신문에서
*54.경북 의성
75.현대문학 '허수아비의 꿈'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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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유안진*
부끄럽게도
여태껏 나는
자신만을 위하여
울어 왔습니다
아직도
가장 아픈 속울음은
언제나 나 자신을 위하여
터져 나오니
얼마나 더 나이 먹어야
마음은 자라고
마음의 키가
얼마나 자라야
남의 몫도 울게 될까요
삶이 아파 설운 날에도
나 외엔 볼 수 없는 눈
삶이 기뻐 웃는 때에도
내 웃음소리만
들리는 귀
내 마음 난장인 줄
미처 몰랐습니다.
부끄럽고 부끄럽습니다.
-1987년 시집 <영원한 느낌표> (현대문학사)
*41.경북 안동
65.현대문학 '달, 위로, 별' 등단
참된 우정의 소망을 그린 경수필
'지란지교를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