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과 마음까지 다듬는 사랑의 가위손
좌1동 부녀회·자생한방병원봉사단, 어르신 염색봉사
이제 장마는 끝나고 폭염밖에 남지 않은 것 같다. 지난 18일 오전 10시 30분 경 좌1동 부녀회(회장 양소현)과 자생한방병원 봉사단(단장 강영숙)이 좌동 경로당에서 어르신들 머리카락을 잘라드리고 염색을 하는 봉사를 한다고 하여 갔다 왔다.
7~80대 할머니들이 경로당에 계셨고 봉사단들도 하나둘씩 모여 들었다. 30년째 커트봉사를 하시는 윤명순(63세)님이 먼저 오셔셔 어르신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신다. 할머니들도 한달에 한번씩 꾸준하게 오니 너무 반갑게 맞이한다.
청소하기 편리한 화장실에 의자를 갔다놓으니 1인용 미용실이 만들어졌다. 어르신들도 마음 편하게 딸같이 머리를 내 맡기며 “내 신랑하고는 18,19세에 만나 지금 85,6세가 되어 60년이상을 함께 산다”며 “1살밖에 차이가 안나서 두 딸들은 최소 5살 이상 차이나는 사위를 얻었으면 했는데 모두들 동갑과 결혼했다”며, “자기들이 좋아하는데 어쩔수 없지”하면서 웃으신다.
윤명순 님은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은 집으로 찾아가 커트하고 또 어르신들이 돌아가실때까지 머리손질을 해 주겠다는 등 평소 딸하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더 속깊은 이야기를 잘 나누시는 모습을 보니 머리카락을 다듬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까지 다듬어 드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후 커트를 마치고 염색약으로 머리를 염색하니 할머니의 쭈글쭈글한 흰머리가 어느새 새색시같이 윤기있는 검은색으로 탈바꿈하였다. 어릴 때 10대부터 시작하여 60세까지 미장원을 하고 이후에는 경로당, 교도소 등의 재소자들에게 봉사하는 사촌누나가 생각이 났다. 미장원에는 독한 약을 많이 쓰고 늘 머리를 감겨드리기에 피부가 안좋다고 말한 기억이 나면서 그럼에도 열심히 다른 분들에게 어떤 금전적인 댓가도 없이 봉사하는 봉사자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또한 다른 봉사단들은 수박, 떡, 밥등을 준비해와서 할머니들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며칠전 결혼한 강영숙 회장의 아들과 며느리가 할머니들에게 음료수를 들고와 결혼인사를 했다. 모두들 “행복하게 잘 살아라”며 덕담을 해 주신다. 좌동은 모두 아파트라 각박하게 사는 것 같지만 수많은 봉사자들과 핏줄을 넘어선 끈끈한 관계가 연결되어 대가족을 이루는 것 같았다.
오늘도 더운데 수고한 봉사자들과 할머니들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아름다운 인연을 함께 했으면 한다.
신병륜 / 해운대라이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