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2년은 매우 중요한 해이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거북섬 – 옮긴이 아사달. 아래 ‘옮긴이’) 땅에 도착한 이때부터 아메리카에 대한 유럽인의 정복이 시작되었다. 한 아스텍(메히까 – 옮긴이) 사람이 이것을 ‘파치쿠티(대재난)’라고 표현하고 있으나, 그런 표현으로는 모자란다. 그것은 (중세 몽골군의 유라시아 침략/정복을 빼면 – 옮긴이) 인류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수천만 명의 아메리카인들이 유럽인이 가져온 전염병으로 죽었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학살, 노예화, 강제 노동 그리고 억압과 굶주림에 시달려야 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를 ‘인류 최대의 홀로코스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수 세기(정확히는 3세기 – 옮긴이) 동안 천 수백만 명의 아프리카인(서아프리카 내륙 국가의 흑인들 – 옮긴이)이 끌려와 혹독한 노예 생활을 감수해야 했다.
그 결과 서양이 오늘날과 같은 번영과 부를 누리게 된 것이다. 말하자면 서양인들이 오늘날 누리는 부와 호사의 상당 부분은 아메리카, 또 아프리카 사람들의 희생 위에 서 있는 것이다. 이렇게 아메리카인의 운명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는 점에서 1492년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1492년은 다른 면에서도 중요성을 갖고 있다. 이 해가 유럽이 세계를 지배하게 된 출발점으로서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1492년 이전의 유럽은 부나 힘, 과학, 기술, 문화적 영향력에서 아시아를 능가하지 못했다. 오히려 상당히 뒤처져 있었다. 또 이때까지만 해도 유럽이 반드시 우월하거나(뛰어나거나 – 옮긴이) 지배적이어야 할 필연성도 없었다.
그러나 1492년 이후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 유럽 문명이 아메리카를 매개로 국제적이고 지구적인 우월성을 확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서유럽의 여덟 배나 되는 광대한(넓고 큰 – 옮긴이) 토지, 마음대로 이용할(써먹을 – 옮긴이) 수 있는 수천만의 노동력, 풍부한 자원을 기반으로 세계(누리 – 옮긴이)를 지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산업혁명(공업혁명 – 옮긴이)과 자본주의의 흥기로 말미암아 19세기에 현실화했다. 세계의 지배를 달성한 것이다. 이 점에서 1492년은 세계사적 전환점이라 해도 전혀(조금도 – 옮긴이) 손색이 없다. 비록 좋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는 했지만.
- 이상 『 강철구의 우리 눈으로 보는 세계사 1 』( ‘강철구’ 지음, ‘도서출판 용의 숲’ 펴냄, 2009년 )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