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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 위에 퍼즐을 맟추듯 그려낸 하종욱의 미술적 영감 |
[미술여행=엄보완 기자] 롯데몰 수지점(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성복2로)에 위치한 갤러리 발트(5층)가 시간에 대한 한계 안에서 갈등과 욕망, 로맨틱한 이야기들을 캔버스 위에 퍼즐을 맟추듯 그려내고 있는 하종욱 작가를 초대해 하종옥 개인전 "시간여행 time travel"을 개최한다. 작가는 아크릴 물감과 나무와 한지로 작업을 하는 작가다.
하종옥 개인展 "시간여행 time travel"전시는 2월 13일(화)부터 3월 2일(토)까지다.
사진: 하정욱 전시 알림 포스터. 갤러리 발트 제공
● 캔버스 위에 퍼즐을 맟추듯 그려낸 하종욱의 미술적 영감
하종욱 작가
나의 어린 시절 살던 집은 4층 상가건물의 옥탑방이었다. 그 방위의 옥상은 나의 마당이었다. 그 마당에는 항상 버려진 나무토막과 합판과 각종 쓰레기가 있었고 난 그것을 톱으로 자르고 못을 박아 로봇을 만들면서 놀거나 옥상에서 내려다보이는 동래의 풍경을 그리면서 놀았다. 그 시절 놀 것이 없어서 만들기와 그리기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 화가로 사는 나에게는 행운이었다고 생각된다.
주로 어린 시절 혼자서 놀다 보니 친구들이랑 지내는 것이 서툴러서인지, 혼자서 그림을 그리면서 지내왔었다. 그림을 보신 선생님들마다 화가가 되라고 하셨다. 청소년기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며, 길에서 거리풍경을 작은 수첩에 그려보곤 했다.
그 시절 지리산 노고단을 여행한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내 생에 처음으로 은하수를 보게 되었다. 아름다움과 함께 별이 떨어질 듯한 공포와 어지러움이 느껴지고 우주가 얼마나 큰지가 눈으로 확인하게 되었다. 그 순간 지금 내가 겪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일어나는 감정들을 표현하며 살아야 겠다는 결심을 했다.
난 지금 생명을 부여받고 지금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삶이 힘겨울 때 내가 측은해 보이기도 한다. 그처럼 나의 이웃도 그럴 것이고, 들판에 핀 풀도, 동물들도 그럴 것이다. 우린 태어났고,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한다. 이 사실에 두려움과 아쉬움을 가지기보다 주어진 시간을 잘 보내는 것에 더 집중하였으면 한다….
사진: clam9 calm9 91x116.8cm mixed media 2022 1000
나는 그런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 달, 혹은 가로등을 좋아하게 되었고, 길가 보도블록을 뚫고 나오는 잡초에 대한 애잔한 마음이 일어났다. 온실 속에서 피어난 꽃보다 들판에서 겨울의 얼음장을 뚫고 나와 핀 꽃이 나의 시선을 멈추게 한다. 이런 느낌은 렘브란트의 자화상에서 느껴지고, 반 고흐의 해바라기에서 느껴진다. 그리고 어지러운 사회에서 사랑을 이야기한 클림트의 작품에서도 상당한 영감을 받는다.
사진: Time travel15 53x72.7 mixed media 2023
사회의 부조리나 어두운 시절을 그렸던 많은 작가의 작품들은 시대 상황을 드러내는 관점에서 관객에서 질문을 던지는 형식을 취하는 경우가 있는데, 클림트는 남녀 간의 갈등을 해소할 방안으로 사랑을 제시하는 관점에서 작품제작에 들어간다. 난 지난날의 나의 우울한 삶과 현재도 이어지고 부족함에서 오는 답답함, 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유한한 시간 속에 생명을 부여받은 생물체, 즉 운명 속의 우리의 모습이라는 입장에서 작품을 제작한다. 아마도 “삶은 그런 것이다. 당신의 기대감과 현실과의 격차가 당신을 힘들게 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우리의 근원적인 부분에 대한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삶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시각이 생겨나지 않을까 한다.
사진: Time travel21 53x72.7cm acrylic on canvas 2024
● 하종욱의 작품세계
난 나의 삶의 주어진 것을 작업의 소재로 한다. 어떤 상황에 내가 놓여져서 그것에 1차적인 답을 하고, 그 답이 부족하여 재차 답을 찾아 수정을 하다가 이 정도면 충분한 답이라 생각하면 완성이라고 생각하고 작업을 멈춘다….
어제 본 숲,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은하수, 온 세포를 자극하는 새벽의 바닷바람은 세계는 입자로 느껴지고 그 입자가 잠시 모여 내가 되고, 어느 순간 흩어져서 우주 속으로 다시 스며는 그런 운명을 캔버스에 물과 물감으로 그 순의 느낌을 일차적으로 표현하고, 물이 건조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형상 위에 이끌려서 시계바늘이나 숲의 형상을 놓아주고, 그리고 그것에 생명을 부여한다. 나의 색채는 생명에 대한 지극한 애정과 운명에 순응함을 표현한다. 그래서 어두운 파란색이나 어두운 녹색, 그리고 흰색 등이 자주 나타나고 그 위에 작은 점으로 원색적인 빛깔이나 빛이 느껴지는 빛깔을 사용한다. 때에 따라서는 캔버스에 나뭇조각이나, 나무를 얇게 깎아낸 대팻밥을 사용하여 보기도 한다.
사진: Time travel22 53x72.7cm acrylic on canvas 2024 400
<작가노트>‘시간여행’
‘삶’이라는 것을 그려보았다. 삶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나 느낌보다는 삶 자체에 관한 생각이다. 삶은 유한한 시간, 한정된 공간, 어떤 생명체인가 하는 등의 한계와 운명 안에서 생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주어진 시간에 대한 한계 안에서 갈등과 욕망, 로맨틱한 이야기들에 대한 느낌을 조형화하였다. 인생이 짧거나 길다는 혹은 행복하고 불행하다는 이야기보다는 지나고 나서 보면 그 시절은 그저 그러하다는 현상으로 보았다. 나의 감정이나 짧고, 근거 없는 생각으로 세상을 해석하기보다는 그저 관찰하고 경험한 지난 시간에 대한 무덤덤한 느낌을 조형화하였다.
사진: Time travel23 53x72.7cm acrylic on canvas 2024 400
사람, 동물, 식물 그리고 더 나아가 우주 전체가 어떤 이유가 있건 없건 간에 그 시간 안에서 그들의 움직임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런 움직임을 갈등이나 욕망으로 볼 수도 있고 생존 활동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런 이름으로 규정하기보다는 그냥 그런 것이라는 입장에서 바라보았다. 물론 내가 인간인지라 인간적인 관점을 100% 제거할 수는 없지만, 사견을 최소화하였다. 세상을 무던히 바라보는 과정에서 난 자유로움을 느끼고 현재의 나에 대한 편안함을 맛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모든 활동이 내 삶을 차츰 숙성시키고 있음을 어렴풋이 알게 된다.
사진: Time travel24 53x72.7cm acrylic on canvas 2024 400
@‘시간여행’ 1
밤하늘에 은하수가 내 눈을 찔러댈 때는 그저 보석 같고, 찬란하기만 했다. 청년 시절의 은하수는 무엇인가 내게 이야기를 하는 듯했지만, 그 말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우주 속에 모두가 그 자리에 그렇게 있음을 전해 주고 있는 것이라는 메시지였던 그것 같다. 나도 그 별들처럼 그저 이곳에서 나의 삶을 나의 시간을 살아가는 것인데,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는 듯이 고민하고 번민하고 때론 그리도 즐거워하고 뜨겁게 사랑하기도 하였다. 내 눈에 비친 별에 내가 무엇인가 감흥을 받는 것은 그저 나의 심리일뿐인데, 별이 그런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사진: Time travel26 53x72.7cm acrylic on canvas 2024 400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별들을 속에 난 그네를 타고 앞으로 뒤로 흔들거리며 무엇인가 생각을 했었다. 명확한 화두가 있지는 않았다. 단지 인생이란 무엇인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 하는 등의 어렴풋한 생각, 답도 없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는 즐기던 지난날이 생각난다. 명예 난 부가 나를 이끌어 주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그리 즐겁지도 않았다. 단지 그림은 손쉽게 그려졌고 그림을 가르치며 청년 시절을 무난히 보내고 있었으니, 그냥 내가 무엇을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떠나지 않았다.
사진: Time travel27 72.7x100cm acrylic on canvas 2024 800
@‘시간여행’ 2
그렇게 세월이 흘러가며 내게 주어진 시간을 반 이상을 족히 써버린 어느 때 하나를 알게 되었다. 삶은 어떤 운명의 테두리 안에서 이야기라는 것이다. 운명을 한계라고 말해도 적당할 듯하다. 시간적 한계, 공간적인 한계, 할 수 있는 일의 한계 등등…….
또 나의 직업이나 이상이 무엇이건 간에 생존의 필수적인 부분을 해결하는데 삶의 많은 부분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성격이 이상을 추구하고자 하는 터라 생존 활동에 대한 권태가 느껴질 때가 많았고, 사람들 속에서 나의 역할을 하느라 보내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생각과 다른 나의 행동을 알아차리게 되었는데, 생존을 위한 활동에서 대단한 즐거움과 쾌감을 느끼고 있는 나를 보았고, 또 동물이나 식물, 곤충 등 모든 생명체가 생존을 위해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 내가 무엇인가 착각을 하고 있었구나.”
사진: Time travel28, 2024,acrylic on canvas 72.7x100
삶에 특별한 이유가 있거나 또 이유가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빠져있었구나. 만약 이유가 있는 삶이 특정인에게 주어진다면 그렇지 않은 다른 삶은 좀 아닌 삶이란 말인가? 삶에 귀천이 있다는 말인가?
부끄러웠다. 그리고 난 그저 화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고, 그저 성실히 사는 여느 사람과 같은 사람이었다. 안도감이 들면서 지난날의 나의 착각에서 벗어나는 순간이었고 내 주변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순간이기도 하였다.
사진: Time travel30 72.7x100cm acrylic on canvas 2024 800
@‘시간여행’ 3
그날 이후 난 내가 사랑한 세상이 어떤 것이지 하나씩 발견하게 되었다. 꽃도 사랑스럽고, 나무도 사랑스럽고, 어린 잡초도 너무나 사랑스러워하고 있었다. 물론 우리 강아지, 나의 아들도 사랑스럽다. 잠시 다녀간 길고양이도 사랑스럽다.
겨울을 앞둔 은행잎이 안쓰럽지만, 그의 생애도 사랑스럽다. 그리고 나도 사랑스럽다. 나의 인생이 사랑스럽다. 과거에는 화가답지 못한 나의 삶에 대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내가 살아온 삶이 화가의 삶이라는 생각이 확고해진다. 한번 살아보지도 못한 인생을 어떤 이유로 규정을 짓고 그것과 다른 것을 불만스러워하는 지난날이 어리석었음을 알겠다. 머릿속에 그려놓은 어떤 것은 그저 시뮬레이션에 불과하다. 진짜 삶은 살아봐야 아는 것이고, 살아본 그 삶이 진실인 것이다. 푸른 하늘의 푸르름을 잔뜩 머금고 힘차게 씩씩하게 뻗어 나가는 숲처럼 나의 삶을 소중히 여기고 진정 사랑하며 잘 가꾸어가는 것. 그것이 삶에 과제라 생각하기도 하고 나의 모습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사진; Time travel32 33.4x45.5cm acrylic on canvas 2024 160
내 삶의 파티는 이미 시작되었고, 언제나 축복받는 크리스마스 파티와 같다. 오늘도 열정을 다해서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신나게 만들고, 행복하게 지인의 전화를 받고, 또 이 글을 적고 있다. 산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심심하지 않게 매일 새로운 일이 내 앞에 나타나고 난 그 일을 하며 머리를 쓰고, 힘을 다해보고, 때론 주변에 도움도 청하면서 하나씩 해결하는 성취감에 젖어서 살아간다..
사진: Time travel35 33.4x45.5cm acrylic on canvas 2024 160
@‘시간여행’...주어진 운명, 그리고 삶을 사랑하는 모두가 공감하는 숭고한 느낌
내게 주어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무한하지는 않다.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한순간도 머물지 않고 움직임을 더해간다. 갈등이나 욕망에 이끌렸건 편안한 산책을 하건, 목표를 위해 애썼건 간에 우리는 움직이고 있다. 밤하늘이 아득하여 명확히 잡히는 것이 없지만, 시간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가지만, 그 안에서 살아서 움직이는 이 모든 것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소중하고 소중한 순간이다.
혹자는 중요한 것은 내게 득이 되며 필요한 것이라면 소중한 것은 내가 희생을 하더라도 내 곁에 있어야 하는 마치 자식 같은 것이라고 한다. 공감한다. 시간, 살아있음, 운명처럼 다가오는 모든 일이 중요하기보다는 소중한 것이라 나의 에너지와 시간을 희생하면서 그것에 충실히 하는 것이다.
“인생은 시간여행”이다. 라는 생각에서 전시 제목을 시간여행으로 했다. 주어진 운명 안에서 삶을 사랑하는 그 고요하고 숭고한 느낌을 담아 보았다. - 하종욱
숲(forest)18, 2020 mixed media 91x116cm mixed media 2020
사진: 하종욱- Time travel16- 53x72.7cm, mixed media 2023
한편 하종욱 작가는 1996년 부산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하종욱은 낙동강 문화관, 조현옥 아트홀, 발트, 법일복합문화공간, See&Sea,BS, BGN, AP, 레이머드, 연우, 부산대학교, 해운대문화회관 등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그동안 22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중국, 일본, 독일, 호주, 뉴욕 등 국제전과 부산, 대구, 서울, 목포 등에서 단체기획전과 초대전에도 다수 참여했다.
하종욱 작가의 작품들은 부산학생교육문화회관, 장원대학교 박물관, 창신대학교에서 소장중이다.
하종욱 작가는 현재 부산미술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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