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영양가가 풍부한
음식은 지혜이다.
나는 두 번 다시
태어난다고 하더라도 이 지혜를 사랑하는 미식가가 될 것이다.
돈과 명예와 권력보다도 더
소중하고,
이 지혜처럼 즐겁고 기쁘고
상쾌한 음식은 없다.
플라톤의 이상국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데카르트의
성찰,
칸트의
비판철학,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니체의 디오니소스
철학,
토마스 모아의
유토피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공자의
논어,
맹자의
맹자,
장자와 노자의
무위철학,
부처의
극락,
예수의 천국
등,
이
동,
서양의 맛집들에
비하면,
그 모든 맛집들은 천민들의
그것에 지나지 않는다.
지혜는 미래에서 출발하여 현재에
이르고,
지혜는 비진리에서 출발하여
진리에 이른다.
지혜는 상상에서 출발하여
지상낙원에 이르고,
지혜는 과거에서 출발하여
머나먼 미래를 산다.
지혜는 썩지도
않으며,
지혜는 낡지도
않는다.
지혜는 남녀차별도
모르며,
지혜는 인종차별도
모른다.
지혜는 국경도
없으며,
지혜는 전인류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최고급의 황금양식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지혜가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지혜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지혜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지혜가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지혜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영양만점으로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지혜가 어디
있으랴
오오,
지혜여,
호머와 셰익스피어가
사랑했던 전인류의 황금양식이여!!
오오,
도종환
시인이여,
모든
‘흔들림의 미학’의 기원인 지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