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다 『서민의 기생충 콘서트』
202010410 의생명융합학부 권아현
우리는 기생충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까? 아마도 대부분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기생충을 박멸해야할 존재, 해충과 동급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나도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매체에선 기생충을 공포의 대상으로 표현한다. 예를 들어서 2012년에 개봉한 영화인 『연가시』에서는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로서 다가왔다. 또한 뉴스에서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기생충에 대해서 주로 얘기해 준다. 이런 내용의 매체에 우리가 노출되어 있어서 기생충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인 것은 당연할 수 밖에 없다. 구토나 설사, 심하면 죽음에 이를 수 있게 하는 기생충은 해로운 게 맞다. 하지만 숙주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오히려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는 기생충도 존재한다. 이 책은 기생충을 착한 기생충, 독특한 기생충, 나쁜 기생충 3가지로 분류하여 소개함으로써 기생충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도록 도와준다.
첫 번째로 착한 기생충들에는 원포자충, 시모토아 엑시구아, 요코가와흡중, 구충, 분선충, 람블편모충, 왜소조충이 있다. 이 중 시모토아 엑시구아의 사례가 매우 흥미롭다. 이 기생충은 숙주인 도미류 물고기의 혀에 구멍을 뚫고 피를 빨아먹고 결국 피가 부족해진 물고기의 혀는 썩어서 떨어져 나간다. 작가는 시모토아 엑시구아를 독창적으로 표현한다. 누구나 잘못을 할 수 있으며 자신이 한 실수에 대해 충분히 사과하고 그에 걸맞는 책임을 지는 게 중요하다. 시모토아 엑시구아는 자신의 실수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으므로 책임감의 귀재라고 표현한다. 도덕적인 교훈을 기생충한테서 찾아내어서 표현하다니 독창적이지 않은가? 자신이 없애버린 혀의 역할을 대신하는 걸 보고선 나는 ‘자기 무덤 자기가 팠네’라고 생각했는데 이것보다 작가의 표현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독특한 기생충이라고 분류한 것에는 싱가무스, 고래회충, 이전고환극구흡충, 동양안충, 머릿니, 유극악구충, 질편모충, 포충이 있다. 이 책에 나온 기생충 중 유일하게 알고 있었던 기생충이 머릿니이다. 자세히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머릿니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참빗으로 빗은 기억이 있어서 머릿니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작가가 머릿니를 독특한 기생충으로 선정한 이유는 몸 안에서 살지 않고 머리에 붙어서 사는 점과 대부분의 기생충은 소식을 하는데 머릿니의 유충은 적당한 양을 섭취하지 않고 피를 너무 많이 먹어서 장이 터져 죽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욕심이 과해서 스스로 죽는 경우가 많다니 놀라웠다.
세 번째로 나쁜 기생충이라고 분류한 것에는 파울러자유아메바, 간모세선충, 크루스파동편모충, 광동주혈선충, 이질아메바, 도노반리슈만편모충이 있다. 크루스파동편모충은 대부분 수개월 내에 죽지만 일부가 수십년 동안 인체에 기생하며 심장을 갉아먹는다. 특히 인체에 들어오면 조금만 증식한 뒤 곧바로 조직 속으로 숨어버려 잘 발견되지도 않는다. 어릴 때 감염되었지만 모르고 살아가다 갑자기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증상으로는 열이 나고 근육통이 있고 피부의 발진이 생기고 한쪽 눈꺼풀이 붓는 경우가 많다. 잘 보이지 않으니 무섭고 오랜 시간 동안 서서히 죽인다니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가? 이점 때문에 나쁜 기생충으로 소개된 기생충 중에서 제일 섬뜩하다고 생각했다.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이 기생충 퇴치 약물을 개발한 연구자들에게 돌아간 것에서 알 수 있듯이 21세기는 기생충 시대이다. 허나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기생충학에 대한 인식이 적다. 의학이나 약학보다 상대적으로 저변이 좁고 인기도 떨어진다. 21세기에 이르러서 우리나라도 기생충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기생충학이 발전하기 위해선 일단 기생충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서민의 기생충 콘서트』는 기생충을 착한 기생충, 독특한 기생충, 나쁜 기생충으로써 분류하여 소개함으로써 세상에 나쁜 기생충만 존재한다는 인식을 바꿔주고 우리나라가 기생충에 대한 연구가 미미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책에서 도덕적인 교훈을 기생충의 삶에서 찾아내어 설명하는 것은 우리가 책을 읽는 과정에서 익숙하게 다가올 수 있다. 기생충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아는 게 없어서 정보를 얻고 싶을 때 이 책을 읽는다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기생충에 대해서 관심만 있고 자세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이 책을 읽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기생충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뭐가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비록 작은 움직임일지라도 일단 나부터 기생충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관심을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기생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기생충학이 발전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