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 팔월
김 동 규 179
매일 마주 보면서도 그리움의 갈증은 못 내려놓고
나뭇가지 낚시에 솟구친 버들치 마른입 뻐끔거리듯
우린 눈길로 서로를 더듬다가
풀 무덤에 털썩 앉아 벌겋게 익어
땀에 흠뻑 젖은 뺨을 수건으로 닦아주며
오이 하나씩 꺼내 씹으며 갈증을 식히는 깔딱 참
뽑고 뽑고 또 뽑아도 뒤 따라 솟아올라 질긴 생명력으로
줄기차게 자라는 잡초와 줄다리기를 한다
남들처럼 제초제를 뿌리면 풀은 다 죽고 작물만 남는데
고집스러운 아내는 그렇게 독한 약을 뻔찔 뿌려대면
사람인들 멀쩡하겠냐고 극구 반대하며 저렇게
바윗돌 보다도 무거운 뙤약볕을 등에 짊어지고
시키는 사람도 없는데 잡초와 전쟁을 벌인다
마주 잡은 두툼한 손마디마다 굳은살 박인 손가락
해마다 거르지 않고 봉숭아 물들이기를 해 줬는데
마당 끝 곱게 핀 봉숭아 꽃송이송이를 여린 잎 섞어 따서
백반을 섞어 짓이겨 봉숭아 꽃소금을 만들어 놓고
보드랍고 연한 칡잎을 따고 가위와 실패도 준비한다
저녁상 물린 멍석자리 모깃불 피워놓고
전등불 밑으로 살포시 손가락 내밀면
손톱에다 봉숭아 꽃소금을 담뿍 얹어 칡잎으로 돌돌 말아 반 접어
실로 꼭꼭 묶어 한쪽 손에 네 개씩 여덟 손가락을 해준다
두 주 후에 한번 더 해주면 첫눈 올 때까지 붉은 반달이 손 끝에 아롱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니 소원했던 우리 사랑도 암팡지게 영글 생각을 하며
거칠어진 손을 어루만지며 미안하고 짠한 마음에
도톰한 손등에 사랑해요라고 썼다
첫댓글 "바윗돌 보다도 무거운 뙤약볕을 등에 짊어지고
시키는 사람도 없는데 잡초와 전쟁을 벌인다"
'바윗돌 보다도 무거운 뙤약볕을 등에 짊어지고' 이런 표현은 괄목상대할 만한 새로운 것이오 여기에 10점을 주겠소.
후반부 ,아내에게 봉숭물을 들여주는 장면에서 배틋한 부부애를 자상세하게 잘 형상화 했어요.
단 끝 줄 은 빼시오
직설적표현은 피하는 게 좋아요.
추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