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pan /Google
지난 며칠 동안 원자력 공부를 좀 했습니다.
기본 개념과 찬반 논쟁 글들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일본의 선택에 대한 의문, 그리고 비판적 의견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위험한 발전소를, 그 발전소에 가장 큰 위협을 주는 자연 재난, 즉 지진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자기네 나라에 그렇게 많이 세울 생각을 했을까...
대재앙으로 폐허가 된 후쿠시마 일대의 모습을 날마다 TV 로 보다 보면 일본이 이제 마치 동남아 어느 나라와 같은 후진국이 되었다는 착시 현상을 느낍니다. 전후 40년대 후반 ~ 50년대 전반의 일본으로 돌아가기나 한 것처럼 말이지요. `잿더미의 기적'이라고 불리던 나라가, 비록 현재 일부 지역에 한해서지만, 다시 잿더미로 변한 것입니다.
일본의 원자력 선택은 바로 그 `잿더미의 기적' 연장선상에서 이뤄졌습니다. 급속한 경제 성장 과정에서 만난 오일 쇼크를 극복할 수 있는 `불가피한' (그러나 보다 싼 코스트로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대안으로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게 된 것이지요.
원전은 연료인 우라늄 채굴에서부터 발전소에서 사용을 다한 뒤 폐기하기에 이르기까지 거의 영원히 조심에 조심을 거듭해야 하고 (무려 60~70만년 동안), 지금까지 개발된 안전을 위한 최첨단 기술과 설계로 짓고 운영을 하더라도 절대로 100% 안전이 보장될 수 없는 (이번 사고로 이 주장에 이의를 전혀 제기할 수 없게 됨) `재앙 덩어리'입니다.
이 재앙 덩어리, 재난의 판도라 상자를 일본, 유럽, 미국,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캐나다,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한국에서 앞다퉈 짓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인가. 갈수록 모자라는 에너지원, 갈수록 비싸지는 석유 값에 그 탓을 돌릴 수 있겠지요. 정부나 원전에 찬성하는 관련 업자, 연구자들은...
약 25년 전 한국의 남쪽 어느 바닷가 지방에 원전이 건설되고 가동이 시작된 뒤 인근 마을에서 `무뇌아' 가 태어나 운동 단체들이 원전 반대 여론을 일으키고 있을 때, 제가 어떤 일을 하고 있었는데 저는 `찬성' 쪽에 섰습니다. 현장 주변에 살지 않는 저로서는 더 낮은 비용으로 `지구 온난화의 주범 CO2 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 에너지' 라는 데 솔깃했던 거지요.
사실 미국, 일본, 그리고 유럽 선진국도 그러는데 그 나라들보다 자원이나 여러 여건이 훨씬 더 열악한 한국이 먹고 살아 가려면 원전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아마 일본에서 저런 끔찍한 사고가 났더라도 원전에 대한 한국 내 인식은 빠른 시일내 크게 바뀌기는 어렵겠지요... 현실 문제가 있으니까요. 당장은 대안이 없는 게 사실입니다.
일본은 이런 경제성과 무공해(?) 논리 외에 대지진 과학 기술 지식과 노하우를 과신한 측면도 있었을 것입니다. 지진에 가장 취약한 나라이긴 하지만 지진 대책만큼은 세계 최강이라는 자신감으로 밀어 부쳤을 가능성이 높은 거지요.
지금 그 `벌'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미리 말하지만, 그 `벌'이란 일본에만 국한된 게 아니고 원전만이 해결책이라며 수많은 `첨성대 (원전의 냉각 탑)'를 바닷가, 호숫가에 줄줄이 세워 놓은 모든 나라들에 해당되는데, 그 벌이 현실화하는 건 시간과 재난의 종류와 운의 문제일 뿐이라 하겠습니다.
원전에 관한 일본의 `원죄'를 특별히 오늘 얘기하는 것은 지진 때문입니다. 원전을 설계할 때 안전을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하는 자연 재난이 지진이란 건 이제 초등학생도 알고 있는 사실이지요. 그 다음이 허리케인, 잠재적 활화산, 토네이도 순... 그리고 자연적인 것이 아니고 `인재'에 의한 것으로 9.11 이후 테러 공격이 새로 추가됐지요.
이런 점에서 미국과 한국이 가장 바빠지게 된 나라입니다. 원전 재앙은 이제 `이론적 수준'에서 `매우 현실적인 수준'으로 그 위험의 단계가 급격히 상승했기 때문... 테러(전쟁) 공격 가능성이 가장 크고, 따라서 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하는 나라가 바로 미국과 한국이지 않습니까?
발전용 핵과 폭탄용 핵은 `젖소가 마시는 물'과 `독사가 마시는 물'의 차이 만큼 큰 것으로 그동안 얘기(주장)돼 왔었지요. 한 쪽은 우유를 만들고 다른 한 쪽은 독을 만드는... 그러나 일본의 대참사는 그것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거짓말'임을 잿더미 화면과 그 이상의 재난에 대한 우려로 웅변하고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위험하긴 마찬가지며 방사능 물질의 너무나 긴 `수명'으로 인해 후손 대대로 그 `판도라의 상자'를 살얼음 밟듯 지니고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론자들은 지난 수십년 동안 이렇게 말해 왔지요. "원전의 위험은 일반 발전소가 배출하는 CO2 에 의한 대기오염보다 더 크다." 그리고 그들은 또 이렇게 호소했습니다. "Don't replace something bad with something even worse!" (나쁜 것을 그보다 오히려 더 나쁜 것으로 대체하지 말라!)
문제는 우라늄 매장량이 어차피 60~70년 후면 바닥 난다는 사실입니다. 그 짧은 기간 동안 현재 살고 있는 세대를 위해 에너지를 낭비하느라 우후죽순처럼 원전을 짓다가 크나큰 재난을 한 나라는 이미 당하고 있고 다른 여러 나라들도 그것이 자기 땅에서 터질 수도 있다는 공포에 떨게 된 것이지요.
오늘 아침 신문에 관련 칼럼을 쓴 사람의 `There are no risk-free, cost-free solutions.' (위험하지 않고 돈도 들지 않는 해결책은 없다) 라는 말은 틀리지 않지만 원전에 관한 한 그 합리화를 위한 논리로 이용되어서는 안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완전하게 안전하지 않은 시설, 그것도 잘못될 경우 인류 사회에 큰 재앙을 몰고 올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설은 추가 건설 중단은 물론 기존의 것들도 빠른 시일 안에 용도 폐기를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일단, 교과서적인 답변이 있지요. 대체 에너지 개발... 하지만 이 쏠루션만으로는 시간과 비용 문제가 있어서 충분치 않다고 봅니다. 그래서 제가 이번 사고 이전부터 늘 생각해 오던 것이 생활의 변화, 발상의 전환이지요.
느리게 사는 겁니다. 대중 교통 수단을 더 늘리고 자전거 같은 청정 vehicle (탈것) 사용을 생활화하는 게 그 예지요. 그 다음엔 욕심을 줄여야 합니다. 먹는 것, 입는 것, 사는 것을 비롯해 우리가 과소비하는 것들을 획기적으로 줄여 나가야만 합니다. 따라서 전기 요금이 지금처럼 싸서는 안되고 휘발유 값도 더 올라야 하지요.
한때 세계 최고 부국의 국민이 `극빈자'로 전세계 텔레비젼에 비치고 그들로부터 구호를 받고 있는 요즘의 위기, 공포는 에너지 사용 문제를 심각하게 다시 생각케 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생활의 패턴과 속도를 예전의 것 비슷한 방향으로 돌리는 변화, 자발적이 아니라면 타율에 의할지라도 그것은 곧 현실화할 수밖에 없는 명제로 보입니다.
언제부터 그렇게 되느냐는 오로지 시간의 문제일 뿐...
첫댓글 원자력발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아주 좋은글인거 같군요...우리 모두 지구를 위한 최선책을 찾아야 겠네요..
컴퓨터의 내장 칩처럼, 인간에 내장돼 있는 탐욕을 없앨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은 본질적으로 바퀴벌레나 하루살이와 크게 다를 수 없습니다. 전혀 과장이 아닙니다. 인간은 인간 다음으로 지능이 좋다는 침팬지가 상상할 수도 없는 문명을 이룩했습니다. 그러나 그 문명을 일순간에 파괴할 수도 있는 탐욕에서 또한 인간을 따라 올 생물은 없습니다. 고르바초프의 선언 이래 공산주의는 종언을 고한 것으로 돼있습니다. 지금 세상에 공산주의의 부활을 바라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탐욕을 제어하려는 사회 시스템의 모색은 더욱 절실해졌습니다. 블루베리님이 글 마지막 부분에서 언급한 내용도 그중 하나겠지요.
지금 인류가 갖고 있는 부는 1인당 평균치로 환산한다면, 인간을 인간답게 살아가게 하는데 전혀 부족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나 수많은 질곡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지진이나, 리비아 정부의 민간인 살육 등이 다 그런 예입니다. 인간사회란 게 진정으로 데어서 죽는 사람 따로, 얼어서 죽는 사람이 따로 있어야만 하나요. 그렇다면 장차 인류에 희망은 없습니다. 기독교건 이슬람교건 불교건 토속 신앙이건 영성을 회복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겁니다. 물론 조 머시기 목사처럼 가증스런 소리를 하는 사람이 말하는 영성은 아니겠고요...
한국의 도시를 가득 메우고 있는 차들을 보면 참으로 한숨이 나옵니다. 이 좁은 땅에 골목골목 차가 안 다니는 곳이 없고, 틈만 있으면 여지없이 주차가 되 있습니다. 아이들과 걸어다닐 공간이 너무 부족하고, 아파트 단지 내에서조차 비극적 교통사고가 나기도 합니다. 이 북적거리는 공간과, 그것을 채우기 위한 에너지에 대한 아우성들을 보며 종종 이런 생각을 합니다. 진정 우리는 옛날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일까? 내일 지구가 망한다 해도 우리의 이런 부조리한 삶을 멈출 수는 없는 것이겠지? 인간이 조금 더 현명하다면 지구의 warning sign을 빨리 깨닫고 모든 살아있는 것들과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