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머리재식당에서 장어탕을 11,000원을 받는다. 1시 20분을 지난다. 모두들 내려오고 있다. 나이드신 어른들이 길을 다 차지하고 내려온다. 나이 든 여자들의 교태어린 오빠 소리가 천박하다. 나도 저런 모습에 끼어 있을거다. 가슴을 펴고 허리를 세우고 걷는다. 증심사에 들르고 약사암에서 새인봉을 쳐다 본 다음 새인봉에서 잠깐 놀다 옛 고흥동초 아이들 만나러 가면 적당하겠다. 그들이 6시에 퇴근하여 풍암동에 오려면 7시 가까이 될 것이다. 시간 여유가 많다. 절에 들어가는 걸 포기하고 당산나무쪽으로 오른다. 청풍쉼터에 끼리끼리 나이먹은 분들이 앉아 있다. 몇은 김밥을 먹고 있다. 겉옷을 벗어 배낭에 넣고 당산나무를 찍고 부지런히 걷는다. 중머리재까지 한시간이 걸렸다. 2시 반이 지나지 않았는데 쉬지 않고 바로 장불재로 간다. 장불재에도 아무도 없다. 표지석을 찍고 입석대로 오른다. 한시간 반이 지났다. 이러다간 서석대까지 두시간이 걸리지 않겠다. 입석대를 뻔하게 찍고 돌기둥이 넘어져 있는 사이로 들어간다. 윗쪽이다. 배낭에서 소주를 꺼내 마시고 폭삭 주저 앉는다. 부자같은 이들이 올라간다. 햇볕을 받으며 뿌연 남쪽을 내려다보며 논다. 아랫쪽에 다시 내려가 입석대를 한번 더 본다. 서석대로 오르는 다리가 잘 버텨준다. 소주가 힘을 내주어서일까? 부자가 내려가자 서석대는 조용하다. BAC 인증을 또 한다. 서석대 전망대에서 혼자 논다. 아직 해가 지려면 멀었다. 중봉으로 걸어 용추봉으로 내려가는데 앞쪽 능선들이 검어진다. 용추봉 시내 조망 바위에 서 본다. 암반 위 소나무에 앉아 남은 소주를 다 비운다. 꽃 떨어진 억새를 보며 나무 아래서 한참 앉아 있어도 아직 하늘은 붉어지지 않는다. 5시가 되어 간다. 한시간이 걸려 내려가면 아이들 만날 시각에 늦을 수도 있겠다. 중머리재에 내려오니 서인봉으로 해가 져 간다. 몇이 쉼터에 앉아 있다. 산에서 자려는 이들일까? 뛰듯이 내려와 정류장에 닿으니 5시 50분이다. 9번을 타고 내려와 45번을 바꿔 타는데 시내에서 퇴근시간에 걸려 많이 느리다. 7시가 다 되어 마포선장에 도착하니 동석이가 와 자릴 잡아놨다. 둘이 마시고 있는데 3학년 때와는 다르게 키가 훤칠해진 상욱이가 온다. 그의 형 상훈이와도 통화하고 나중에 형제를 함께 만나기로 한다. 술을 더 마시자는 걸 사양하다 맥주집에 가 한잔 더하고 나 혼자 먼저 나와 집으로 비틀거리며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