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10] 청천벽력(靑天霹靂)도 훗날 다시 그리워지리니.
우리는 삶에서 개인과 가정, 그리고 사회에서 순탄하게 살아가면서 행복을 느끼는 도중에 생각지도 않은 일이나,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로 인하여 개인이나 가족이 힘든 나락으로 빠져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요람에서 태어나 무덤까지 가면서, 큰일을 겪지 않고 산다면 이보다 더 행복하고 고마운 일이 있을까마는 사람의 삶이 순탄치만 않아서 본의 아닌 일로 인하여 크게 낙담하고 상심하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겠지요.
얼마 전 잘 알고 지내던 한참 나이인 지인의 부음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평소 건강관리도 잘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는 분이었는데 갑작스러운 부음에 정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었습니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흔히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다.”라고 표현하는데 이를 사자성어로 ’청천벽력(靑天霹靂)‘이라 표현합니다.
이 말의 사전적 의미는 ‘뜻밖의 재난이나 변고를 당했다.’라는 말인데 이 말의 어원을 살펴봤습니다.
중국 남송(南宋) 시대의 대표적인 시인이었던 육유(陸游)는 병참과 보급 일을 맡아 하는 육재(陸宰)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부친이 군사 일을 맡아 보는 관리였지만, 그의 집에는 병서뿐만 아니라 경서와 시문을 엮은 책들이 많아 어린 시절부터 육유는 집에 있는 책들을 두루 섭렵하며 문무에 통달하여 실력이 있었지만, 그는 여러 차례 과거시험에 낙방하게 됩니다.
그러나 뒤늦게 급제를 하였지만, 곧바로 관직에 나가지 못하고 소위 요즘 말하는 백수로 지내고 있었는데, 그에게는 과거 운도 없었지만, 관운도 따라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 이유는 당신의 재상이었던 진회(秦檜)가 “이 사람은 주전론자(主戰論者)입니다. 나라를 위태롭게 할 위인이므로 관직을 주어서는 아니 됩니다.”라고 왕에게 주청했던 것입니다.
당시의 남송(南宋)은 여진족이 세운 금(金)나라의 지배를 받고 있었는데 육유는 이민족에 대해 끝까지 대항하여 싸울 것을 주장한 주전파였기에 더욱 관직을 주지 않았던 이유였습니다.
그는 결국 입신양명(立身揚名)의 꿈을 접고 고향에 내려가 시를 짓는 일에만 몰두하였으며, 33세부터 85세까지 약 50년간 무려 1만 수(首)에 달하는 시를 남겨, 중국 역대 시인 중 가장 많은 작품을 남기는 기록을 세웠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노년에 이르러 육유는 병마로 누워 있던 어느 날 문득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순식간에 시 한 수를 짓게 되는데 그 시의 끝 구절에 ’푸른 하늘에서 벽력이 날리는 듯하다(靑川飛霹靂)’라는 오언절구(五言絶句) 중 “아! 내가 갑자기 죽을병에 걸리다니…,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구나.”라는 문장에서 ‘청천병력(靑天霹靂)’이라는 말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말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큰 병을 얻어 죽음을 맞이하게 되거나 길을 가다 멀쩡한 도로에서 넘어지거나 건물이 무너져 생각지도 않은 나쁜 일을 당했을 때 이런 말을 쓰게 되었던 것이지요.
당시 85세가 된 나이라면 장수한 나이였지만 노년에 병에 걸려 죽음을 눈앞에 두자 죽음을 두려워하고 청천벽력이라는 말을 시(詩로) 표현했으니 예나 지금이나 모든 사람에게는 죽음이 쉽게 받아들일 가벼운 일은 아닌 듯합니다.
어린 시절 제가 살던 동네에서는 하늘은 파란데 비가 내리면 ‘호랑이 장가간다.’라고 하면서 비를 피했는데 이 비를 ‘여우비’라고 부릅니다.
사람의 삶이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평탄하게 가는 것도 좋겠지만, 요즘은 학자들도 적당한 스트레스가 오히려 삶에 활력이 되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학설도 제기하는데 어느 것이 자신에게 맞는 삶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삶이 내 뜻대로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러시아의 대문호 ‘푸시킨’이란 시인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픔의 날을 견디면 기쁨의 날이 찾아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늘 괴로운 법, 모든 것은 순간이며, 지나가는 것이나 지나간 것은 훗날 다시 그리워지리니…”.
모든 것은 지나가면, 좋았던 일도, 나빴던 일도 그리워지는 것이 맞는 말일 수도 있음을 인정하면서 바람에 떨어져 흩날리는 낙엽을 보면서, 이 일 또한 훗날 그리움으로 변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주말이 시작되면서 아침 기온이 영하의 기온까지 떨어진다니 건강이나마 잘 챙겨서 앞으로 남은 우리 삶에 청천벽력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삶이기를 소망해봅니다. (sonpoleon)
#청천벽력 #무덤에서요람까지평탄한삶 #여우비 #입신양명 #삶이그대를속일지라도 #붉은소국
첫댓글 블랙샤크님도
건강 잘 챙기시고 감기 조심 하세요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기에
살아갈 수가
있는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