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책이 내 성정을 아주 바꾸어 버렸고, 주여, 당신께 드리는 내 기도에 변화를 일으켰으며, 나아가 내 희망 절원까지 딴 것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이 ‘고백록’에 기록한 내용이다.
사람들이 책을 읽는 이유는 다양하다.
책은 우선 지식과 정보를 제공한다. 여가선용도 책을 펼치는 주요 이유다. 특히 일반서적이든 교회서적이든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인간답게’ 살도록 돕는 중요한 방법으로 꼽힌다.
나아가 신앙생활에 지속적인 힘을 실어주고 영적 성숙을 이끄는 대표적인 방법 또한 가톨릭 양서를 읽고 나누는 것이다. 이번 장에서는 신앙생활에서 가톨릭 양서 읽기가 어떤 힘을 주는지, 교회 내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짚어본다.
■ 가톨릭 양서 읽기의 유용성
한 사람이 무엇을 믿고 또 알고 있느냐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진다. 즉 올바로 생각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지식이 있는 믿음’이 필요하다. 가톨릭 양서를 읽는 여정은 개개인의 의식과 가치관을 하느님께 향하도록 이끌어준다.
책 읽기란 흔히 생각하듯 ‘학습’이 아니다. 독서전문가들은 책읽기는 각자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을 실현하는 힘을 키우는 과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구체적으로 사람들은 책을 읽으면서 각자의 문제를 재인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정보와 위안 등을 얻는다. 책을 통해 새로운 가치와 태도를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가 발간한 ‘매스컴 사목자료 5’에서도 독서는 ▲내면적 사색과 성찰을 이끌고 ▲창의력을 높이며 ▲소통 능력을 향상시켜주고 ▲자기실현과 치유의 가치를 지닌다고 설명한다. 특히 가톨릭 양서는 ▲개개인의 사고를 성찰과 반성으로 이끌고 ▲신앙의 감동과 기쁨을 얻게 도와주며 ▲교회 가르침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영성 성숙과 ▲치유의 은총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해 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송광택 대표는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생활이며, 나아가 영적 지도자들에게는 막중한 책무의 하나”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가톨릭 양서 읽기는 신앙 공동체를 구성하고 그 활동에 영양분을 제공하는 매개가 되기도 한다. 성당 내에 마련된 도서관과 북카페 등은 신자뿐 아니라 지역민들과 다양한 독서문화를 공유하면서 소통하는 지역공동체 소통의 장이기도 하다.
▲ 수원교구 동천성바오로본당 ‘엠마오 북카페’. 기존 성당 만남의 방을 개보수, 신자들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도 찾아올 수 있도록 ‘열린 책방’으로 꾸몄다.
■ 독서사목이란
교회의 오랜 전통은 대개 ‘책’을 매개로 성경과 문헌, 교리, 신학, 신앙 등에 관한 내용을 가르쳐왔다. 이에 따라 독서와 교회의 관련성은 오랜 역사를 이어왔다. 최근 들어 한국교회 안에서는 새로운 사목적 패러다임의 하나로 제시된 ‘독서사목’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독서사목’은 기존 도서선교를 사목적으로 적용하는 하나의 패러다임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특히 가톨릭 서적들을 통해 기존 사목을 활성화하는 것 뿐 아니라 독서 자체를 사목의 대상으로 활용, 책을 읽고 나눔으로써 신앙생활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 것을 말한다. 또 교회 서적 중 비복음적이거나 올바른 신앙생활을 저해하는 책을 선별하고 비판하는 역할 및 지역문화 발전과 건전한 독서문화운동에도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독서사목의 구체적인 방법은 미사 강론이나 소공동체 모임에서 각종 서적을 활용하거나 다양한 독서모임 운영, 권장도서 읽기 운동, 주일학교 교육 연계, 가톨릭 서적 비평과 도서관 운영 등으로 다양하게 확대된다. 넓은 의미에서 성경공부와 거룩한 독서 등도 독서사목의 한 부분이다.
▲ 한국순교복자빨마수녀회의 ‘빨마 북카페’ 모습.
■ 앞으로의 과제
교회는 다양한 방식으로 신자들에게 책 읽기를 장려해왔다. 하지만 그 깊이와 지속성에 있어서는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 특히 독서사목이 사목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연구와 인프라 구축이 지원돼야 한다. 실제 사목현장을 들여다보면 독서사목은 많은 경우 추천 혹은 권장도서 읽기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연령대별, 대상별, 관심분야별로 나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부족하다. 무엇보다 본당 사목자의 관심 정도에 따라 사목적 적용 방향이 크게 달라지는 것도 독서사목 활성화를 위해 시급히 개선해나갈 과제로 꼽힌다.
독서사목을 주제로 3년여간 포럼과 세미나 등을 진행해온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 김민수 신부는 “신자들이 신앙 서적을 자주 접하고 생활 속에서 늘 읽게 도우려면 교회 안에 독서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며 “그러나 독서문화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본당에서 사목적 차원으로 접근할 때 더욱 효과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서는 독서사목에 대한 선험적 연구 등도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가톨릭 양서 읽기가 단발적인 이벤트가 아닌 ‘가톨릭문화운동’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교회 안에서도 적극적인 독서교육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각 본당 등에서 활동하는 교리교사를 위한 독서교육 과정도 연구, 체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김용은 수녀(부산 살레시오 영성의 집 관장·미디어 리터러시 전문강사)는 “독서교육은 함께 책을 읽어가는 가운데 삶의 의미를 찾고 나누는 영성적 책 읽기 과정으로, 교리교육 안에서도 필수적인 역량”이라며 “예를 들어 독서교육을 받은 교리교사를 통해 성경 텍스트를 지각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면, 사고하는 능력과 세상을 바라보는 능력 등도 함께 성장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대인들의 생활환경과 눈높이에 맞춘 도서 기획과 홍보, 전문 인재 양성 등은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다. 또 교회 안에서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누구나 쉽게 가톨릭 양서들을 접할 수 있도록 교회 출판 문화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한국가톨릭문화원 박문수 부원장은 “최근 가톨릭교회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고 세계화가 확산되면서 교회 밖 출판사에서 발간하는 가톨릭서적들도 늘어가고 있다”며 “더욱 다양한 종류의 도서를 발간하는 것은 물론, 종교의 경계를 넘어 이른바 출판시장을 넓히는 것이 이 시대 또 다른 선교이자 사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