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위스키를 가장 좋아하십니까?"
얼마 전 위스키의 본고장인 스코틀랜드에서 한 애주가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답을 주지 못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회사 회식이나 모임에서 각종 위스키를 마시면서도 위스키 취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적은 없었습니다. 아마 상당수의 한국 애주가들이 같은 처지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린 왜 이런 것일까요.
현지의 애주가는 발렌타인 17년산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퇴근한 뒤 바닐라와 오크, 스모키한 풍미가 어우러진 17년산 한 잔을 마시면 하루의 피로가 풀린답니다. 그는 "그 맛은 너무나 훌륭해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했습니다.
놀랐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한국에서는 발렌타인뿐만 아니라 대부분 위스키의 17년산은 '미성년자' 취급을 받습니다. 12년산은 위스키 취급조차 못 받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21년산이나 30년산 정도는 되어야 마실 만한 위스키로 인정받는 게 한국의 현실입니다.
더군다나 맛이라니. 위스키를 떠올리면 독하다, 목구멍이 따갑다는 정도의 기억밖에 없다 보니 그의 말을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무척 진지한 표정의 그에게 차마 이런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습니다. 만약 그가 한국에서 벌어진 '위스키 수난의 역사'를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오크통에서 12~17년이라는 긴 시간을 견딘 위스키는 한국에서 겨우 한 달도 숙성되지 못한 맥주와 섞여 '폭탄주'를 만드는 용도로 생을 마감합니다. 21년과 30년산 또는 그 이상 나이(연산)의 위스키도 '원샷'과 '술잔 돌리기'를 선호하는 술 문화 때문에 순식간에 바닥을 드러내거나 결국 '폭탄주' 뇌관으로 전락한다는 말까지 덧붙인다면….
현지의 애주가를 만난 이후 스코틀랜드의 유서 깊은 위스키 증류소들을 돌아보았습니다. 위스키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보고, 전문가의 지도에 따라 다양한 위스키를 시음했습니다.
그제야 그 애주가의 말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참 맛있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하는 위스키도 여럿 만났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한국에서 이미 마셔 본 종류였습니다. 왜 진작 한국에서는 이런 맛을 느끼지 못했을까요.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위스키를 마시는 정해진 방법은 없습니다. 물론 한국의 창의적인 폭탄주 문화도 존중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위스키를 만드는 과정과 오랜 시간에 걸친 각고의 노력에 대해 제대로 알고 난 뒤 맛을 본다면
예전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는 말을 다시 한번 되뇌어 봅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