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도착
서윤후
양생 중인 바닥을 갖고 싶다
지금은 도착에 대해 생각 중이니까
기다리는 동안 어떤 무지가 될래?
약속에 늦는 사람은 내 기다림을 완성시킬 수 있다
이것은 불시착일 수도 있고
게워낼 수 없는 주소일 수도 있다면
천장을 하늘이라 여길 만큼
어둡고 깊은 곳에 나는 먼저 와 있었다
매일 시동 거는 꿈을 꾸고
매일 난분분한 바닥을 짐작했으며
떨어지는 법을 배운 적 없이 추락을 쌓고
들이닥친 빛 한 줌이
내가 누비던 바닥을 훤히 비췄을 땐
내 손바닥 자국을 누더기로 쓴
악인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 아니라서
먼저 갈게, 말하고 여태껏 기다리게 된 진동하는 심장
나는 몇 시간째 양생 중인 바닥을 보고 있다
우리 산업의 도착은 콘크리트 재질
끝없는 나락 속에도
콘크리트 입장을 앞둔 사랑의 반죽이 있고
누가 나를 낳았던 깊은 지하에도
휘갈긴 우중충한 사랑이었고
그 후로 나는 도착하지 않는 생각이다
흐르러진 벚나무 보며 걷다가
양생 중인 바닥에 발을 푹 담그고는
신발 밑창을 다시 콘크리트 바닥에 긁으며 나아가는
사람의 운세가 되고 싶다
약속에 늦게 나타난 사람에게 이런 이야길 하자
자꾸 머리를 조아리며 미안하다고 말하고
그가 나를 근처 스키야끼집이나 우동집에 데려가면
나는 양생 중인 바닥을 잊고 만다
그건 내가 지워지는 재료로 만들어졌다는 뜻
아무도 도착할 수 없는 바닥이 될래?
식당 앞에는 끝없는 줄이
끝없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