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박람회에 갔었습니다. 신형 장비가 뭐가 나왔을까. 약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갔죠. 아. 그런데 경기가 안 좋아서인가요. 골프와 관련된 부스가 적어진 반면 건강 용품이 상당수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뭉툭하니 거위 발처럼 생긴 골프 양말. 스윙 교정용 장갑, 어른들 발 건강을 생각한 지압 신발, 심지어는 골프 홈쇼핑 채널 아르바이트 생들의 피켓 퍼레이드까지요.
눈이 나쁜 저는, 안경을 벗을 수 있게 해준다는 시력 교정용 안경 판매대 앞에서는 몇 번을 만져보며 망설였습니다. 3만원 짜리 안경을 ‘어디가선 5만원 줘야 한다’는 말에 쏠려 살까말까 한참 동안 진지하게 고민도 했답니다. 결국 검은 플라스틱 판넬만 있으면 구멍을 뚫어 직접 만들어보리라 생각하고 마음을 접었습니다.
하지만 그 옆 부스의 ‘모기 퇴치기’에서는 발걸음을 뗄 수 없었습니다. 그 이름하야 ‘Mosquito Expeller’. 이 놈을 켜두면 근처 3m는 모기가 전혀 접근을 못한답니다. 모기가 싫어하는 초음파를 내쏘는 기계라나요. 야외에 나갈 때는 2단, 집에서 잠잘 때는 1단이구요. 손목시계에 들어가는 3v 전지 하나만 일년에 그것도 단 한 번 갈아끼우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는 말에 거금 1만원을 주고 사버렸습니다.
여름 내내 모기를 상대로 모기향에다 홈매트로 전쟁해야 하는 저로서는 정말 필요한 무기였습니다. 모기 역시 진화하는 생물체인지라, 요즘엔 향과 매트에도 잘 안 죽더라고요. 하지만 아쉬운 건 이걸 시험하려면 내년 여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겁니다. 그때까지 안 잃어버리고 있을지 걱정입니다.
골프 박람회에서 모기 퇴치기를 샀다면 웃을 일입니다만, 왜 그런 제품을 거기서 팔았는지 생각해보면 약간 씁쓸합니다. 골프와 관련된 시장이나 업자가 그만큼 줄었다는 뜻일까요. 외국의 골프 박람회는 신형 드라이버나 아이언들이 등장해 용품의 최신 경향을 짚어보는 자리가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대표 용품업체들이 나와서 홍보에 열중하기도 하고요. 골프의 최첨단 기술을 알 수 있는 자리가 된다고 할까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런저런 만병통치약이 범람하는, 시골 5일 장터나 만물상회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니면, 우리나라 골프장에 그만큼 모기가 많다는 뜻일까요? 물건을 파는 셀러의 말이 걸작이었습니다. “여기에 벌써 5년째 와서 파는데 반품해 가신 분들 한 분도 없어요. 그만큼 성능에는 책임집니다.” 설마요, 누가 반품을.
첫댓글 남화영 선배님 뵐수도 있었겠네요.^^..전 어린이용 골프셋트(?) 샀어요...삼만오천원에.드라이브아이언퍼가방볼 이렇게 되어 있더군요...2살짜리 조카주려고 산건데...골프 폼을 잡아보라구 했더니...아주 하키(?)를 잘 하더군요. 다행이 볼이 부드러운거라..주변에 깨지는건 없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