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 폭우로 유독 부산 지역의 피해가 컸는데, 꼭 비의 양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비가 많이 내리기는 했습니다.
지난 23일 밤. 부산에는 시간당 8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고, 밀물 시간과 겹치면서 도심은 물바다로 변했습니다.
불과 세 시간 동안 부산에 200mm가 넘는 비가 내렸습니다.
문제는 부산시의 대응입니다.
호우경보가 발효된 1시간 38분 뒤에야 부산시는 재난 문자를 처음 발송했습니다.
곳곳에서 침수피해로 이미 도시 기능이 마비된 뒤였습니다.
첫 재난 문자 발송 당시 초량 제1지하차도 상황입니다.
사망자가 나왔던 곳이죠.
CCTV 화면을 보면, 순식간에 지하차도에 물이 불어납니다.
지하차도에 갇힌 운전자들이 경찰에 구조를 요청한지 40분 뒤에야 119구조대가 구조 작업을 벌였습니다.
관할 구청도 그제서야 지하차도가 잠긴 사실을 인지했고, 부산시는 뒤늦게 밤 11시 25분, 두 번째 재난문자를 전송합니다.
교통통제지침과 재난 매뉴얼만 지켰어도 인명피해를 막거나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부산시의 재난 대응, 무엇이 문제였는지 보다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강예슬 기자입니다.
[리포트]
길이 175m 초량 1지하차도엔 분당 20톤의 물을 퍼낼 수 있는 펌프가 3대 있습니다.
그런데 지형적 특성과 용량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배수시설이 없는 주변 물까지 저지대로 모이면 기록적 폭우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겁니다.
[추태호/부산대 토목공학과 교수 : "긴급하게 리얼타임(실시간)에 가깝게 대응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게 첫 번째고요. 강우량 자체가 설계용수량 강우량을 초과한 거 같아요."]
이같은 '돌발성 집중호우'에 대비해 행정안전부는 지난 2009년부터 '우수저류시설'을 설치했습니다.
'아스팔트가 넓어진만큼 빗물 침투도 많아지자 저류시설을 만들어 침수 피해를 막는다'는 취집니다.
부산의 우수저류시설 8곳은 모두 해운대구 등 동부산에만 있습니다.
사고 발생 지역을 비롯해, 원도심에는 한 곳도 없습니다.
예산 때문입니다.
[부산시 관계자/음성변조 : "드물게 맞은 큰 폭우기 때문에, 그런 큰 대응할 수 있는 그런 시설들은 우리나라가 아직까지 경제력이 안 되잖아요. 그런 정도로 하려면 어마머한 물통을 다 설치해도 (모자라고)..."]
행정안전부가 지난 2월 마련한 '지하차도 침수 대응 지침'도 전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지침에 따르면 호우경보 발효 시, 부산에선 초량 1지하차도를 비롯해 지하차도 30여 곳 통행이 즉시, 통제돼야 합니다.
하지만 그 시각, 통제된 지하차도는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특히 부산시는 2014년 '우장춘로 지하차도' 침수 사망 사고 이후 자체적으로 '지하차도 침수 대응 지침'을 만들었지만 모르는 자치단체가 수두룩합니다.
[부산 동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오래돼서요…. 옛날에 근무도 안 해서 모르니까 찾아봐야 하거든요."]
경찰은 지하차도 대응 지침 준수 여부 등을 점검한 뒤 담당 공무원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할 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강예슬입니다.
촬영기자:최진백/영상편집:김종수/그래픽:조윤주
강예슬 기자 (yes365@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