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 유가로 인한 에너지문제와 자동차에 의한 환경오염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광주전남녹색연합과 대전충남녹색연합, 인천녹색연합의 활동가와 자전거 소모임 회원들로 구성된 `자전거유럽연수단’이 지난 2006년 11월19일부터 30일까지 세계 최고의 자전거 도시인 네덜란드의 그로닝겐, 암스텔담, 독일의 뮌스터, 프라이브르그를 직접 돌아봤다. 이에 생생한 현장 소식과 사례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암스테르담- 자전거 전용 신호등까지 설치
▲ 암스테르담 시에서 자전거는 도로교통의 보조적 수단이 아니라 주요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인간과 환경을 배려한 교통정책이다.
11월20일 네덜란드 수도인 암스테르담(Amsterdam)에 들어서니 마침 퇴근시간과 맞물려 우리나라 주말 고속도로와 간선도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 펼쳐졌다. 고속도로를 달려온 수많은 차들이 1~2차선의 시내를 통과하느라 늘어서 있는 것이었다.
우리와 다른 것이 있다면 온통 자전거의 행렬로 비가 내리는 날임에도 자전거는 빠르고 당당하게 질주하고 있었다. 차도를 가로질러 가는 자전거와 보행자도 보이는 등 언뜻 보기엔 무질서해 보였지만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자전거신호등을 철저하게 지키고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자전거와 보행자를 배려하는 그들만의 질서가 있었다.
암스테르담 시에서 자전거는 도로교통의 보조적 교통수단이 아니라 주요 교통수단의 역할을 담당하여 출근, 통학, 업무 등 교통 기본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자전거 이용의 활성화로 도시 어느 곳에서나 자전거도로와 자전거 주차시설, 자전거 이용자를 볼 수 있으며 자전거전용 신호등까지 설치되어 있다. 인구 80만명이 54만대의 자전거를 보유하고 자전거 수송분담률이 약 33%에 달하고 있으며 도심지역에서는 53%의 높은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 자전거를 이용하여 다른 교통수단으로 환승하는 사람들도 약 60%에 이르고 있다.
암스테르담 교통의 핵심은 중앙역이다. 도시 내 교통이 중앙역을 중심으로 철도, 지하철, 트램(전차), 버스 등 대중교통망이 잘 연결돼 있고 도로 또한 방사환상형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모든 도로에는 자전거 도로가 설치되어 있다. 특히 시내 중심부는 자동차의 통행을 금지시키거나 제한시키고 자전거와 보행자의 통행을 가장 우선으로 하고 있다. 보행자를 제일 우선 배려하고 그 다음 자전거, 트램, 자동차 순이다.
특히 인상적인 모습은 도심지역 도로를 벽돌로 설치하여 차량의 속도를 줄이도록 하거나 운행을 억제시켜 자가용을 길들이는 모습이었다. 자가용의 속도와 통행량을 통제하면서 한편으론 편리한 대중교통과 자전거 교통을 제공하는 암스테르담의 교통정책은 그렇게 복잡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인간과 환경을 배려할 줄 아는 암스텔담의 교통정책은 너무 당연한 것이었다.
그로닝겐-자전거·대중교통 위해 설계된 도시
▲ 그로닝겐 시의 자전거 정책은 중앙역 시스템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자전거 이동이 쉽고(왼쪽) 기차에 자전거를 싣는 것도 어렵지 않다.
네덜란드에서 두 번째로 방문한 도시는 암스테르담에서 북동방향으로 200km 떨어져 있는 번잡하지 않고 조용한 분위기의 그로닝겐(Groningen 인구18만명)이었다. 그로닝겐시는 네덜란드에서도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위해 설계된 대표적인 도시다.
그로닝겐의 교통정책은 크게 두 가지로 특징지어진다. 하나는 자전거와 대중교통의 이용을 최우선에 두고 있다는 것과 자동차 교통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그로닝겐시는 도심을 몇 개의 구역으로 나누어 차량 운전자들이 한 구역에서 다른 구역으로 직접 통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자동차로 다른 구역으로 가려면 도심순환도로를 이용해서 한참을 돌아가야 하지만 자전거는 도심의 구역에 관계 없이 어디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다.
또한 도심에서도 자동차 운행을 줄이기 위해 ‘카-프리 존(Car Free Zone 자동차 금지 구역)’을 지정하여 허가받은 일부 차량을 제외하고는 차량통행을 제한하고 있었다. 그래서 도심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중앙역에 내려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고 시스템은 잘 연계되어 있다. 자전거는 중앙역 플랫폼까지 쉽게 들어갈 수 있고 기차에 자전거를 싣는 것도 어렵지 않다.
중앙역 광장에는 대규모 자전거 주차시설 증축 공사가 한참 진행중이었다. 우리의 역광장 모습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버스터미널도 중앙역과 바로 연결되어 있어 환승이 매우 편리하게 되어 있고 굴절버스와 일반버스 등으로 운영되는 버스 시스템도 배차 및 안내, 환승 등 모든 것이 편리하게 되어 있다.
자전거 이용자들을 위한 배려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곳곳에 자전거이정표를 설치하여 길을 알려주고 있으며 자전거 주차시설은 자전거도난방지의 역할뿐 아니라 고장 수리도 겸하고 있다.
계단이 있는 주차시설에는 어김없이 자전거를 쉽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레일 등을 설치하고 있다. 기차 등 대중교통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교차로에서 자동차보다 자전거 전용신호가 우선이며 자동차와 보행자가 신호대기하고 있는 사이에 자전거는 원하는 방향 어디로든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그 뿐 아니라 눈이 내리면 차도는 미처 눈을 치우지 못해도 자전거도로는 우선적으로 눈을 치우고 소금을 뿌려 아침 일찍 자전거로 출근하는 데에 지장이 없도록 하고 있으며 자전거도로전용 제설차량까지 있다는 소리에 방문단의 부러움을 샀다.
이러한 그로닝겐의 교통정책과 도시환경은 그로닝겐 시민 50%, 학생 80%가 자전거로 출근 및 통학하는 결과로 드러난다.
무엇보다 도심지역은 자가용 통행 억제 및 자전거와 대중교통 활성화를 통해 도심 기능과 지역 경제를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로닝겐의 자전거는 지역사회를 새롭게 발전시키고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정리=홍상미 <광주전남녹색연합 간사>,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생태도시국장>,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자연생태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