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 짖는 소리 >
박수원
우리의 꼬이는 연습은 한 올 한 올의 매듭짓기, 눈 떠도 눈을 감아도 한결같은 눈흘김이다 그것이 시초다, 네가 먼저 온 날은 망설인 내 그리메조차 떠가고 내가 먼저 온 날은 네 숨쉰 곳조차 숨겨 떠나니, 뒤틀리고 비틀어지는 무대는 삼류 극장 동시상영 영화 그 세 편의 깜냥도 안 된다
눈물 범벅된 카타르시스의 극치 그런 멜로물도 안 되고 황야의 무법자인 의리로 똘똘 뭉친 서부극 그 총잡이는 더욱 안 되고 어쩌다 부잣집 사위 된 가난한 법대생, 그의 애환에 파묻히는 감정이입은 값싼 연민일 뿐이다
매듭보다 풀기 힘든 사는 일 꼬이는 일,
햇살 덮기 위해 모함하는 칡덩굴 같은 꼬임에 몰두하다간고개마다 풀어야 하는 덩굴손, 산더미를 방불케 한다 손 뻗어 사는 동안 뼈마디 성한 곳 어디에도 없다던 그 불평 그 영광으로 옆집 개 짖는 소리에 발 얹어 짖어대 보면, 무도회장 다니다 고독사한 프랑스 단편영화 노신사 그 춤추는 발자국처럼 리듬에 맞춰 짖어대 보면
짖는다는 것은
나부터 먼저 꾸짖는 연습, 나부터 먼저 깨우는 연습이다
엉거주춤 기던 덩굴손이 유난히 뻗쳐대는
한밤중이다
멀리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에
은밀히 매듭짓다 은밀히 제쳐놓고
발 아닌 손부터 내미는 주연들의 화해만 클로즈업
조연은 옆에서 거울 비추며 입김만 불뿐, 후 후 후
< 인간과문학 > 2023.봄호 _이 계절에 만난 시인 _박수원 시인편, 작품론 _이경교 교수 <개 짖는 소리> 외 4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