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깨끗한 자연조건에서 탄생
사용 곡물 따라 원액 두 종류 구분
보리로 만든 '몰트'가 맛의 핵심
중고 오크통에서 숙성 '향' 더해
위스키 연산, 처음부터 설계·결정
각 나이별로 특유의 풍미 존재
오래되고 비싸다고 더 맛있진 않아
취향에 맞춰 즐기는 것이 '정답'
술의 뼈대를 이루는 성분은 에틸알코올(C2H5OH)이다. 탄소(C) 두 개와 수소(H) 6개, 산소(O) 한 개가 묘한 형태로 결합, 마시면 취하는 물질이 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재 지구 상에 선보인 모든 술은 에틸알코올에 무엇인가가 첨가된 것이다. 즉, 인간이 에틸알코올 성분을 얻기 위해 어떠한 재료와 방법을 사용하고, 얼마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느냐에 따라 술의 종류와 가치가 결정되는 것이다.
다른 술에 비해 고가에 판매되며 '생명의 물'이라는 찬사까지 받는 위스키는 과연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 일본에서도 위스키를 제조하지만 유독 스코틀랜드에서 생산된 스카치 위스키가 위스키의 대명사처럼 불리며 애주가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스카치 위스키는 자연과 시간의 선물 발렌타인. 시바스 리갈, 로얄 살루트, 더 글렌리벳, 임페리얼 등 한국인에게 친근한 스카치 위스키의 고향인 스코틀랜드. 지난 4월 말,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 북쪽에 자리한 스페이사이드의 광활한 구릉 지대는 '히스'라는 노란색 꽃 물결로 뒤덮여 있었다. 들판에는 어린 보리 싹의 초록색 행진이 이어졌으며 '캐시미어'의 고장답게 어디를 가더라도 양 떼 무리가 초원을 노니는 한가로운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구릉 아래 계곡에서는 맑고 힘찬 물줄기가 '위스키의 젖줄'로 불리는 스페이 강으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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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몰트 위스키 원액을 제조하는 데 사용되는 보리와 발아 보리, 발효를 위해 분쇄한 보리(사진 위쪽부터). |
기온은 한국에 비해 다소 낮았지만 공기는 더없이 신선하고 향기로웠다. 고층 건물과 요란한 경적 소리 등 부산한 도시의 모습 대신 오래된 성이 줄지어 선 고즈넉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분위기는 중세 시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
세계적인 주류 그룹인 페르노리카의 국제홍보대사 이안 로건은 "스코틀랜드의 이런 자연조건이 스카치 위스키 풍미의 비밀이다"고 말했다. 자연이 준 선물이라도 했다. 현지 토박이인 그의 수수께끼 같은 말을 이해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스코틀랜드에 산재한 100여 개의 증류소 가운데 가장 오래된 데다 발렌타인 위스키의 맛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원액을 생산하는 글렌버기 증류소. 시바스 리갈과 로얄 살루트를 만드는 시바스 브라더스가 보물처럼 여기는 스트라스아일라 증류소. 그리고 더 글렌리벳 위스키를 상징하는 글렌리벳 증류소를 돌아보면서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각 증류소에서 위스키 원액을 만드는 초기 공정은 다른 술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나같이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스코틀랜드의 증류소가 가장 먼저 하는 작업은 원료가 되는 곡물을 분쇄한 뒤 효모와 스페이사이드의 천연수를 섞어 발효시키는 것. 이 공정에서는 부산의 '금정산성 막걸리' 작업장에서 나는 것과 유사한 발효 냄새가 진동했다. 이에 앞서 원료 곡물을 건조하는 과정에 히스 등이 탄화한 이탄(피트)을 태워 보리에 거친 연기 냄새를 배게 만든다.
스카치 위스키는 사용하는 곡물 종류에 따라 크게 두 종류로 구분된다.
싹을 틔운 보리만으로 만든 몰트(malt), 밀·옥수수로 만든 그레인(grain)이 그것이다, 이후 여러 가지의 몰트와 그레인 원액을 혼합해 만든 위스키는 블렌디드 위스키로 불린다. 최근 한국에서도 더 글렌리벳 등 싱글 몰트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아직은 블렌디드 위스키 선호도가 뚜렷하다. 몰트 원액이 스카치 맛의 핵심으로 꼽히며, 그레인 원액은 주로 몰트와 혼합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각 브랜드마다 몰트 증류소에 지극한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발효 과정이 끝나면 건더기를 걸러낸 액체를 증류기로 옮겨 끓인다.
위스키 브랜드에 따라 증류기의 모양은 조금씩 다르다. 몰트 증류소는 몸통은 넓고 목이 길어 호롱불과 유사한 구리로 만든 재래식 단식 증류기를 사용한다. 통상 높이는 10m 내외, 아랫부분의 지름은 6m가량이다. 증류 원액이 통과해야 하는 수직 파이프의 길이에 따라 위스키의 맛이 가벼워지기도 하고 무거워지기도 한다. 대부분은 증류를 끝낸 원액을 다시 한 번 증류해 순도를 높인다. 그레인 증류소는 현대화된 공장형 연속식 증류기를 통해 한 번만 증류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원액은 오크통에 담겨 보관 창고로 옮긴 뒤 숙성 과정을 거친다. 오크통은 새것보다는 스페인의 셰리 와인이나 미국의 버번위스키 등을 담았던 중고를 가져와 사용한다. 참나무 자체의 맛과 버번, 셰리의 맛이 오랜 세월 동안 원액과 어우러져 스카치 위스키의 풍미를 결정한다는 게 현지 전문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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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선호하는 발렌타인 위스키의 원액을 생산하는 글렌버기 증류소의 시음 키트. |
시바스브라더스의 피터 무어 이사는 "스페이사이드 지역은 기온 패턴이 들쭉날쭉하지 않고 해마다 일정하기 때문에 위스키 원액 숙성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결국 스코틀랜드의 모든 자연이 한데 어우러져 위스키를 만들어내는 셈"이라고 말했다.
■위스키에 대한 오해와 진실 그렇다면 위스키의 나이(연산)는 어떻게 결정할까. 동일한 오크통의 원액을 12년 동안 묵히면 12년산, 30년 동안 계속 묵히면 30년산이 되는 것일까. 심지어 어떤 이는 17년산 위스키를 집에 4년간 보관하면 21년산이 되는 것 아니냐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각 위스키 브랜드는 처음부터 각 나이에 어울리는 위스키의 풍미를 설계해 결정한다. 그리고 그 풍미를 동일하게 유지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인다.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는 마스터 블렌더가,
몰트위스키는 증류소의 마스터 디스틸러(증류 기술자)가
각각 최고의 자산으로 꼽히는 것은 이런 이유다.
결국 오래되고 비싼 위스키가 반드시 좋은 맛을 내는 것이 아니라
각 나이별로 특유의 풍미를 갖고 있다는 말이다.
소비자는 자신이 취향에 맞는 위스키를 선택해 즐기면 되는 것이다.
위스키의 풍미를 극대화시켜 즐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페르노리카의 전문가들은 일반 스트레이트 잔보다 넓은 튤립 형태의 시음 잔을 사용해 위스키에 담긴 향을 천천히 즐긴 뒤 조금씩 마셔 혀로 음미하라고 조언했다. 물과 1대1 정도로 섞어 마셔도 고유한 풍미를 잘 느낄 수 있다. 진저에일 등에 섞어 얼음을 넣어 가볍게 즐기는 방법도 추천했다.
글렌리벳 증류소의 마스터 디스틸러인 알란 윈체스터는
"예를 들어 21년산을 마신다면 21년 전에 나는 무엇을 했을까,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위스키에 담긴 시간의 역사를
음미해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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