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에 하늘이 붉게 물들 무렵 퇴근한 남자는 자택에 들어왔다.
"체리..?"
평소 현관문을 열기 무섭게 쪼르르 달려와 반갑게 맞이해주던 체리가 보이지 않는다.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가자 돼지 껍데기 썩는 듯한 역한 냄새가 얼굴을 덮쳤다.
"이게 무슨 냄새지?....집이 왜 이래!?"
냉장고가 열려있었다.
각종 과일주스가 담겨있던 페트병들은 뚜껑이 열린 채 굴러다니며 바닥을 끈적하게 적셨다
비닐봉지에 쌓여있던 먹거리들은 전부 사라져있었다.
부엌의 찬장은 문짝이 뜯겨나갔고 안에 들어있던 인스턴트 커피가루가 모래시계의 모래처럼 사르르 흘러내리고 있었다.
식탁에 올려져있는 사탕이 들어있던 유리병은 산산조각이 나 있었고,
거실 어항에 있던 금붕어들은 반쯤 파먹힌 시체가 되어 둥둥 떠다녔다.
집주인의 시련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썩는 듯한 냄새의 진원지는 온 집안 벽에 덕지덕지 발라져 있는 녹색빛의 똥이었다.
오만상을 쓰던 남자는 뒷마당의 작은 정원에서 체리를 발견했다
남자는 숨이 턱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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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는 남자가 기르는 작은 실홍석이다.
2년 전, 금붕어 먹이를 사러 펫숍을 갔던 남자의 눈에 우연히 녀석이 들어왔다
수조 안에 다소곳이 앉아있던 그 조그마한 엄지실홍은 수많은 손님들 중 유난히 남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빤히 쳐다보고 있었고,
흥미가 동한 남성은 아무리 엄지라도 실홍석이라 만만치 않은 분양비를 무릅쓰고 녀석을 충동구매했다.
체리라고 이름 붙인 그 실홍석은 언제나 남자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위해 노력했다
분양된 후, 잘 먹은 덕에 금방 자실홍으로 성장한 체리는 남자가 돌아올때마다 언제나 직접 홍차를 끓여주었고
작은 체구로 할 수 있는 일은 얼마 없었지만, 항상 낑낑거리며 집안일을 돕기위해 애썼다.
남자는 그런 체리를 위해 돈쓰는게 아깝지 않았다.
남자가 나가 있는 동안 혼자 집보느라 외로울 체리를 위해 장난감을 많이 사주곤 했다.
오늘도 체리를 태우고 놀 수 있는 튼튼한 목제 장난감 마차를 선물로 사오던 참이다.
가족없이 홀로 사는 남자에겐 딸이나 다름없는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머리카락이 뜯겨있고 옷이 벗겨진 채
피멍투성이가 되어 뒷마당 정원에 쓰러져 혼절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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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판이 된 집과 의식이 없는 체리.
황급히 창고 구석에서 활성제를 꺼내와 체리를 담그고,
뒷마당에 설치된 방범용 CCTV에 찍힌 영상과 정원에 떨여져 있던 린갈의 로그를 읽은 남자가 파악한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오늘도 출근하는 남자를 배웅한 체리는 남자가 부탁한 대로 빨래를 널고
뒷마당 정원에 남자가 만들어준 작은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며 놀고 있었다.
예고 없이 울타리 너머에 실장석의 탐욕스런 얼굴이 나타났다.
"챠와!?"
"데프프.. 잠시 실례하는데스. 오마에에게 손님을 내쫓을 권한은 없는 데스"
"없는테치!"
"테츄테츄"
성체실장 한마리와 자실장 3마리
성체실장이 미리 챙겨온 듯한 작은 종이박스들을 계단처럼 쌓아 폴짝하고 울타리를 넘어온다.
아기실장들도 영차영차 하면서 어미가 만든 계단을 타고 넘어왔다.
들실장 일가가 남자와 체리의 정원에 침입했다.
"다, 당장 꺼지는 챠와! 여기는 주인님의 집인 챠와!
불청객들을 경계하는 체리.
짜악!
어미실장은 그런 체리에게 다가가 뺨을 때렸다.
"빨강 똥벌레는 닥치는 데샤! 실홍석 똥벌레 주제에 세레브한 삶을 누리다니 온 우주가 쳐웃다 자빠질일인 데샤!"
"웃기지도 않는 테챠!"
"와타시타치는 들어오면 안 되는 테치?"
"테챠!"
아기실장들은 꼬박꼬박 어미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엎어진 체리의 뺨이 벌겋게 부어오르고 눈에 눈물이 고였다.
"데프프 며칠 전부터 이 집을 유심히 지켜본 데스. 이 집에 사는 닝겐은 이 시간이면 밖에 나가 있고
똥벌레 혼자 있는데스 너를 구해줄 닝겐따윈 없는 데스"
이 들실장은 분충 실장석 치고 무척이나 영리한 개체였다
닌겐에게 달라붙어 사육실장으로 삼아달라고 요구하다가 절명한 동족들을 수도 없이 봐왔다.
닌겐과는 엮이지 말되 닌겐의 거주지에 쌓여있는 맛난 것들만 슬그머니 훔쳐서 달아나면 된다. 그렇게 위험하지만 배부른 생활을 영위해왔다.
이 대도 실장석이 남자와 체리의 집을 표적으로 정한 이유는 먹이를 훔치는 김에 실홍석을 짓밟고 싶어서였다.
자기가 낳은 아기실장들이 수천 배는 더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더러운 빨강벌레 따위가 닌겐의 비위나 맞추며 안락하게 지내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런 자실홍 따위 자신의 자들의 장난감으로 굴리는 게 바람직하다.
-찰싹!
"데샤아아아 와타시의 백옥같은 얼굴에 흠집이!!"
체리의 트윈테일이 어미실장의 얼굴을 갈겼다. 실홍석의 트윈테일은 본래 실장석을 두부처럼 썰어낼 수 있는 것이었지만
어린 자실홍인 체리의 트윈테일은 실장석의 토실토실한 얼굴에 가느다란 생체기를 남기는 게 고작이었다.
"이 똥벌레를 훈육하는 데스!"
"마마를 괴롭히지마는 테치!"
친절한 주인의 손에 곱게 자라온 체리에게 투실하고 덩치가 큰 성체실장은 감당하기 어려운 상대였다.
어미실장이 체리를 쓰러뜨려 머리를 밟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아기실장들이 테치-테치 거리며 앙증맞은 손과 발로 토닥토닥 체리를 구타한다.
"이 분충 세레브한 옷을 입고있는 테츄! 이런건 와타시가 입어야 더 예쁜 테치!"
곧이어 장녀가 체리의 붉은 실홍 드레스을 잡아당겨 벗겨낸다.
차녀는 머리에 쓰고있던 보넷을 벗겨 자기가 쓰고 구두는 막내가 차지했다.
"주인님 구해주는 챠와.."
온몸을 구타당한 체리에게는 이제 저항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어미실장은 조금 열려있던 뒷문으로 집에 들어갔고
알몸이 된 채 쓰러져 힘겹게 바둥거리던 체리의 등에 막내 아기실장이 올라탄다.
"목마놀이 테츄~"
차녀가 말의 고삐를 끌 듯 자실홍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장녀는 나뭇가지를 주워들고와 체리의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려댔다.
"이랴이랴~"
이내 목마놀이에 싫증난 아기실장들이 체리의 머리카락을 모두 잡아뜯었다.
"테프프 독라가 된 테치"
상처투성이의 자실홍을 보며 아기실장들은 재밌다는 듯 해맑게 방실방실 웃었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빵콘까지 해가면서.
그 후에도 한참동안 이 작은 요물들은 온갖 더러운 방법으로 체리를 능욕했다.
동족을 학대하는 학대파들을 몰래 지켜보며 터득한걸까.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에 빠진 체리를 구석에 던져둔 아기실장들은
체리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남자의 집의 벽에 운치로 그림을 그리다가
집에 들어갔던 어미실장이 찾아서 들고나온 맛나맛나한 간식들을 먹으면서 행복하게 테치테치 울음소리를 냈다.
"햇님이 저물기 시작한 데스. 닝겐이 돌아오기전에 슬슬 도망가는 데스"
봉투 한가득 먹을걸 쓸어담은 어미실장은 슬슬 떠날 준비를 했다.
"테프프 이 독라년은 끌고가서 운치굴 노예로 쓰고싶지만 와타시타치의 운치굴엔 이미 다른 사육실장을 잡아넣은 테치 운 좋은 줄 아는 테치"
"아, 잠깐 기다리는 데스, 감사인사를 해야하니 모두 저 기계눈을 보고 일렬로 서는 데스"
역시 머리가 좋은 개체였다. CCTV라는 기기를 이해하고있었다
CCTV를 보고선 실장석들은 큰 머리통을 살짝 기울이고 한손을 뺨에 갖다대고 한쪽 발을 살짝 들었다.
"텟츄~웅♡"
들실장 일가가 전원 같은 포즈로 CCTV 카메라를 향해 아첨을 했다
"닝겐상 잘 놀다가는 데스. 와타시타치를 찾는건 시간낭비니 포기하는 데스. 와타시는 호락호락하지 않는 데스"
"고마운 테츄~"
"음식도 두고두고 잘먹겠는 테치. 이 빨간 옷들도 잘 입겠는 테치"
"테치테치"
인간을 도발할 줄도 아는 일가였다.
울타리 구석에 있던 장독대를 발판삼아 울타리를 넘어간 들실장 일가는 일렬로 줄지어 노래를 부르며 CCTV 촬영범위 밖으로 떠나갔다.
퇴근한 남자가 뒷마당에 쓰러져 방치되어있던 체리를 발견하는 모습이 찍힌 건 그로부터 30분 후였지만
남자는 거기까지 보지않고 영상을 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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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를 담가뒀던 활성제도 체리의 의식을 돌아오게 하는 건 역부족이었다.
남자는 체리를 안아들고 동물병원으로 달려가며 생각했다.
남자는 관대한 사람이었다.
집안을 어지럽히고 먹을것만 훔쳐갔다면 배고픈 들짐승의 무지에 의한 것이라 여기고 넘어갔을것이다.
하지만 딸같은 아이를 약자라고 짓밟고 유린한 죄의 대가는 가볍지 않을 것이다.
남자는 문득 학대파라는 인간들이 왜 그리 실장석을 더 고통스럽게 괴롭히기위해 연구하는지 이해했다.
그 영악한 녹색돼지와 악마같은 새끼들을 반드시 잡을 것이다.
잡아서 결코 편하게 죽이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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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처음 써보아서 필력이 조잡한 레후
읽어줘서 감사한 레후
다음편도 빨리 올리겠는 레후
첫댓글 체리는 죽은데스? 오로롱
아직인 짜와! 죽었다고는 않나온 짜와!
분충들에게 죽는 다는것이 얼마나
자비로운 것인지 보여주세요.
다음편...! 다음편이 너무나도 시급한 다와!!
나름 머리 굴린다고 굴려서 잡히기 딱 좋은짓만 골라서 하네 30분동안 온갖 짐을 든 친실장이 새끼들을 데리고 이동가능한 거리 생각해보면... 그냥 바로 나가도 잡을듯
마지막에 꼭 포기하지말고 잡아서 학대사육실장 만들어 달라고 조롱까지 근데 전적이 있는데 저러고도 안잡힌건가.
ㅂㄷㅂㄷ...
존나빡쳐씨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피큰 ㅎㄷㄷ 아일파인쥬앤킬유!
아마아마한 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