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제주를 갈 때면 가까운 해외를 가는 몽글몽글한 기분이 든다. 멀지 않은 거리지만 비행기를 타고 떠난다는 것이 매력적인 여행지다. 이미 10회 이상 다녀온 제주지만 나에게 항상 새로움을 주는 곳이다. 제주는 여름과 겨울에도 매력적이지만 짧디짧은 '봄'이라는 찰나의 계절에 어울리는 따뜻한 곳이다. 봄에 다녀온 따끈따끈한, 오감으로 느끼는 제주여행 코스를 만나보자.
오션뷰에 선셋을 더하다
제주에 가는 이유, 바로 "바다" 때문이다. 숙소를 정할 때도, 여행 포인트를 정할 때도, 드라이브를 할 때도 해안을 따라가게 된다. 그렇지만 '어디 바다'를 갈 것인가 보다 '언제' 바다를 볼 것인지 정하는 것도 제주를 즐기는 색다른 방법이다. 요즘 핫한 해시태그가 있다. 바로 #선셋맛집. 제주 역시 오조오억 개의 선셋 명소가 있다. 내가 직접 다녀온 곳은 두 곳이지만, 짧은 제주 일정에서 선셋을 본 것은 단 한 번이라 아쉬운 마음뿐이었다. (tmi: 선셋은 날씨의 운도 따라줘야 한다)
#애월더선셋
이름부터 '선셋'이므로 믿고 가는 카페다. 음료수는 평범하다. 하지만 이곳에는 선셋 사진관이 있다. 카페에서 바다로 바로 이어지는 출입구를 나서면 멋진 애월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산책로까지 멋져 보이는 오션뷰를 배경 삼아 사진을 남기고, 따뜻해진 날씨를 즐기며 커피 한잔하면 낭만 그 자체다. 하지만 이 카페의 진짜는 '선셋' 때부터 시작된다. 파랗게 물드는 카페, 그리고 이를 배경으로 찍는 사진까지. 특별한 제주를 사진에 담을 수 있다. 언덕 바로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찍는 그 사진은, 아마 당신의 인생 사진이 될지도 모른다.
#더클리프
중문색달해변은 또 다른 제주의 깊은 바다가 펼쳐지는 곳이다. 더불어 맑은 날씨에 간다면 마라도까지 훤히 보인다. 더클리프는 중문색달해변이 훤히 보이는 곳에 위치한 카페다. 발리 감성의 빈백에 누워 바다에 있는 서퍼들을 구경하고, 따뜻한 햇살도 맞으며 이국적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이곳 역시 찐(진짜)은 일몰이다. 해가질 무렵엔 '발리' 못지않은 멋짐이라는 것이 폭발한다. 테라스석이 넉넉한 곳이지만 아마도 '어떤' 자리에 앉는지가 중요하다 보니 명당을 차지하려면 약간의 눈치게임은 필수다.
색다른 제주의 맛
제주에 오면 꼭 먹어야 하는 먹거리들이 있다. 흑돼지, 해산물, 회, 갈치조림, 고기 국수 등. 3번 이상의 제주여행 경험이 있다면 이제 이런 메뉴들은 조금 시시해질지도 모르겠다. 그런 시기가 찾아왔다면 이제는 제주스러운 맛을 즐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날 것의 제주가 아닌 세련된 제주의 미를 느낄 수 있다.
#맛있는 폴부엌
먼저, 제주시 한경면에 위치한 <맛있는 폴부엌>이다. 제주와 프랑스가 만나면 생기는 일. 환상적인 맛을 자랑하는 음식점이다. 카페인 듯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부터 친절한 사장님, 그리고 맛 좋은 음식까지(사실 이태리 음식이라고 생각하면 더 쉬울 것 같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제주 맛집이다. 흔히들 이곳을 '나만 알고 싶은 제주 맛집'이라고 표현한다.
이태리 요리라고 해서 해산물을 넣은 '파스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취나물 페스토로 만든 딱새우 크림 파스타, 달래와 톳의 조화가 향긋했던 뿔소라 오일 파스타, 야들야들한 제주 문어가 들어간 문어버터오일링귀니까지. 제주산 재료로 만든 특별한 파스타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가게이니 한적한 시간에 방문해 여유롭게 식사하고, 내부 곳곳을 구경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제철회와 홈파티
요즘 대세인 녀석이 있다. 사실 '제철'과 상관없는 제철 회, '대방어'다. 제주의 끝자락 모슬포에 가면 수많은 방어 맛집이 있다. 이제껏 제주에서 돔과 고등어 회만 맛보았다면 단연 추천하고 싶은 녀석, 그 큰 수족관이 작아 보이게 만드는 싱싱한 제주의 대방어 회도 놓치면 안 된다.
나는 이 대방어 회를 편안하게 즐기고 싶어 모슬포항 대방어 맛집을 찾아 친히 테이크아웃해 숙소로 향했다. 야심 차게 잡은 제주 감성 숙소에서 대방어 회와 함께 하는 홈파티는 아주 매력적이었다. 야들야들한 대방어 회에 레몬까지 데커레이션 해주면 홈파티 준비 끝이다. 아늑한 숙소 안에서 우리끼리 즐겼던 제철 대방어 회는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 같다. 가족들과 아늑한 제주여행을 계획한다면 만족도 100%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오감으로 느끼는 제주의 미
봄이 왔으니 제주에서의 '체험'은 필수다. 체험이라고 해서 아이들만 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어 어른이들에게 더욱 인기다. 어릴 적 해보지 못한 감귤 따기, 그리고 이제는 멀어진 동물과의 교감. 이 두 가지를 '제주 카페'에서 해낼 수 있다. 번거롭게 농장을 찾거나, 동물원을 찾지 않아도 된다.
#어린왕자감귤밭
서귀포시에 위치하고 있는 자그마한 카페엔 카페보다 더 큰 감귤농장과 동물원이 있다. 초록 초록한 카페에서 인생 사진 하나 남기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다, 지겨워질 때쯤 뒷마당으로 나서면 된다. 제주 옛집에 있을 법한 닭, 돼지, 젖소는 물론 알파카, 염소, 포니까지 만날 수 있다. 당연히 먹이주기 체험도 가능하다. 어린이도 아니고 시시하게 무슨 먹이주기냐고 하겠지만, 놀다 보면 푹 빠진다. 나보다 내 손에 있는 먹이를 반기는 녀석들을 보면 처음엔 무섭다가도 이내 엄마 미소를 짓게 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근처 감귤농장에서 감귤 따기 체험도 가능하다. 1인당 6,000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내가 방문하기 전날 비가 많이 와 농장 상태가 좋지 않다며 무료로 감귤을 따갈 수 있게 해주었다. '어린 왕자' 감귤 밭이라는 카페의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동심을 찾을 수 있다. 어른이들에게 소소함만 가져다준 제주 여행이었다면 이곳을 들러 잠시나마 크게 웃고 떠드는 시간을 보내보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을 더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