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인도에서 시외버스를 7시간동안 타고 가면서 일어난 일이다.
10시에 출발하는 시외버스에 감으잡잡한 얼굴의 그녀는 정시에 탔다.
여늬 인도여자와는 달리 살도 찌지않은 날씬한 몸매를 가졌다.
그리고 인도의 여늬 여자와 같이 검은 머리를 한국의 댕기머리 처녀들
처럼 길게 땋지않고 생머리를 자랑했다.
그리고 맨 앞좌석에 앉었고 난 그옆줄 뒤좌석에 비스듬하게 앉었다.
처음 시내를 벗어날 30여분 동안은 다소곧하게 앉아 있었다.
정말 멋있고 교양 있어 보이는 처녀 같았다.
무엇하는 처녈까? 학생일까? 아니면 신부수업을 하고 있을까?
출발후 1시간여가 지나 버스가 시내를 완전히 벗어나고
시골길을 달리고 있을쯔음 그 여자는 의자팔걸이를 베게삼아 드러누웠다.
그것도 다리를 쫘악 벌리고서...이런걸 우리는 가랭이를 벌리고라고 한다.
그렇게 달리기를 30여분, 시외버스 차장(남자)이 비디오를 상영한다.
첫 프로그램은 남녀의 애정을 다룬 내용이다. 인도의 모든 영상물은 뮤지컬이다.
나로서는 무슨 말인지,무슨 멜로디인지 모르는 애정 뮤지컬인것 같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보고 있다.
그러다가도 또 신나게 깔깔대고 웃기도 한다.
정말 여느 시골의 아낙같은, 좀은 모자라는 아줌마 같다.
그 동안 몇번인지 모르지만 일어서 앉았다가,드러누웠다가 한다.
두번째 비디오는 코메디로 전 승객이 왁작지껄 웃어대니 온 차안이 웃음바다다.
나만 등신같이 웃지를 않으니 그들이 얼마나 나를 얼간이로 보았을고.
역시 처녀같은 그 여자도 웃고 깔깔댄다. 코메디니 그렇겠지.
7시간 버스여행중에 5시간을 이렇게 비디오를 곁눈질해서 보았으니
내 생애 최장의 기록 일것 같다.
난 원래 비디오를 싫어해서 지금까지 비디오 플레이어를 사본적이 없다.
그러니 5시간여의 비디오 강압 시청 고문을 당했다.
중간 휴게소에서 나는 인도 빵떢(짜파티)으로 점심요기를 하고 올라오니 그녀는 갖이고온
도시락(?)에서 빵떢을 야금야금 꺼내먹지 않는가.
이것또한 한국의 여느 아줌마와 다를바가 어디 있겠나.
종착점이 다되어가면 요즈음의 우리들은 핸드폰으로 마중온 확인을
하느라 야단들인데 이 버스안 승객들은 그런것에는 초연하고 자유롭다.
그리고 그여자도 핸드폰을 드는것을 볼수가 없다. 없으니까.
7시간의 여정이 끝이나고 난 툭툭이(사고났던 동종의 택시)를 타고
예약된 호텔로 간다.
가기전 한동안 걸어가는 그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으나 실망스럽게도
뒤도 돌아보지도 않는다.
여느 한국 여자들 같으면 그렇게 따겁게(?)준 눈총에 조금은 수줍은
미동이라도 했을텐데...
새벽에 뉴델리에서 Hydravad로 오면서 뱅골만에서 타오르는 일출을 보고,
이곳에서 아라비아해쪽으로 떨어지는 석양을 바라보니 어언 하루해가 가버렸다.
모레는 나에게 행운의 검은 인연의 매듭을 매어주었던 Theni에 살고있는
묵두말라를 만나러 가야겠다.
그녀와 남편에게 줄 "Be the Reds"를 가져 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