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M 포장지를 이용해 만든 백
1. 테라사이클(TerraCycle)
지렁이 배설물 비료…과자 포장지·팩으로책가방·장난감 만들어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의 구내식당.
"어느 책에서 봤는데, 지렁이 배설물이 비료로 최고래."
"식사 중에 웬 배설물? 밥맛 떨어지게."
"미안. 그렇다고 그 많은 음식 다 남겨? 버리면 쓰레긴데…."
"아깝긴 한데…. 아까 지렁이 배설물이 최고 비료랬지? 이 음식, 지렁이한테 먹이면 어떨까? 먹인 만큼 비료를 만들 거 아냐?"
"오호, 음식물 쓰레기도 없애고, 비료도 만드니, 꿩 먹고 알 먹고네!"
프린스턴 대학교 1학년생 톰 재키(Tom Szaky)는 이 장난 같은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한다. 그 결과 2001년 탄생한 것이 테라사이클(TerraCycle)이란 회사. 이 사업, 돈은 될까?
2005년에 46만달러이던 매출이 2008년 420만달러로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비즈니스위크, 타임, NBC 등 미 주요 언론이 이 회사의 성공을 앞다퉈 소개했다. 그런데 이 회사를 소개할 때 빠지지 않는 수식어가 있다. '주목해야 할 업사이클(upcycle) 기업'이란다. 업사이클? 리사이클(recycle·재활용)은 들어봤는데 업사이클은 뭘까?
우리가 아는 리사이클(재활용)은 사실 업사이클과 다운사이클(downcycle)로 나뉜다. 재활용을 통해 제품 가치가 높아졌다면 업사이클이고, 반대로 낮아졌다면 다운사이클이다. 지금까지의 재활용은 대부분 후자다. 페트병 재활용을 예로 들어보자. 다양한 종류의 페트병을 구분 없이 수거해 한데 섞는다. 그 결과 만들어진 것은 이전보다 질 떨어지는 '잡종' 플라스틱이다.
그렇다면, 기존보다 가치를 높이는 업사이클을 테라사이클은 어떻게 했을까?
지렁이 배설물 비료는 시장에 내놓자마자 날개 돋친 듯 팔렸다.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이나, 홈디포(Home Depot) 같은 대형 유통업체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품질과 가격경쟁력이 뛰어났기 때문. 주요 원료가 음식물 쓰레기요, 주 노동력은 24시간 일하는 붉은 지렁이들이니 다른 천연비료보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 포장용기 역시 남다르다. 펩시, 코크, 스프라이트, 환타병 등이 자유롭게 포장용기로 활용된다.
2008년 테라사이클은 지렁이 비료사업에 이어 또 다른 금맥을 발견했다. 바로 과자 포장지와 음료수 팩이었다. '카프리썬(Capri Sun)' 주스 팩을 이어붙여서 책가방을 만들고, 오레오(Oreo) 쿠키 포장지를 엮어 장난감 연(鳶)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180종류의 제품들이 타겟(Target) 이나 월마트(Walmart) 같은 매장에서 판매된다. 그런 걸 누가 사냐고? 카프리썬 주스와 오레오 쿠키의 주요 소비자인 아이들이 주 고객이다.
과자나 음료수 포장지를 엮어 제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뭘까? 필요한 포장 쓰레기만 골라내는 작업이다. 그렇다면 쓰레기더미를 뒤져 다시 분리수거를 해야 할까? 아니다. 테라사이클의 방법은 깔끔하고 기발하다. 예전 구멍가게에선 빈 병을 모아오는 꼬맹이들에게 하나에 얼마씩 돈을 쳐줬다. 테라사이클도 이와 비슷한 방법을 쓴다. 단 인터넷을 활용해 수거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카프리썬 음료 팩은 하나에 0.02달러. 포장지를 수집할 사람은 테라사이클 사이트에 가입해야 한다. 500개 이상 모이면 박스에 담는다. 배송비는 테라사이클에서 부담한다. 그렇게 모인 음료 팩이 현재 4800만 개 정도다.
포장지 수집에 참여하는 이들은 대부분 어린아이들이다. 아이들은 돈 벌어 좋고, 테라사이클은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원자재를 모아 좋고, 환경 보호는 덤이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2. 리사이클매치(RecycleMatch)
중매 잘 서면 천당 간다, 쓰레기도 마찬가지다
'중매 잘 서면 천당 간다'는 말이 있다. 쓰레기도 마찬가지. 쓰레기 정보 중개만 잘해도 돈이 된다. 미국 휴스턴의 리사이클매치(RecycleMatch)가 대표적 기업. 쓰레기를 가진 사람과 저렴하게 원자재 찾는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고 있다. 2009년 7월부터 사업을 시작했으니 1년 갓 넘은 신생 사업체다. 그러나 회사는 일취월장하고 있다.
건물 리모델링을 마친 한 회사에 골칫거리가 생겼다. 멀쩡한 유리 40장이 주범. 쓸 데는 없고, 깨부숴 버리기는 아깝고. 고민하던 회사는 리사이클매치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그런데 웬걸? 유리를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선다. 그중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화가에게 유리를 넘겼다. 작품용 유리를 찾던 화가는 가격도 품질도 안성맞춤이라며 좋아한다. 유리를 판 회사는 쓰레기도 없애면서 돈 벌고, 화가는 저렴한 가격에 유리 사고, 리사이클매치는 거래 성사로 수수료 벌고, 환경까지 보호되니, 이야말로 1석4조가 아닐 수 없다.
리사이클매치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정보 공유가 잘 되도록 돕는 일이다. 리사이클매치는 온라인 사이트에 중개시장을 열었다. 판매자는 물품을 카테고리별로 분류해서 등록하지만, 백문이 불여일견! 구매자를 위해 사진 정보까지 함께 올려야 한다.
검색을 했는데 물품이 없다면? 구매자가 원하는 물품에 대한 정보를 올려 판매자를 역으로 찾는다.
허름한 헌책방은 가라… 문화공간이 답이다
시애틀의 작은 커피숍 스타벅스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이유는? 커피가 아니라 문화를 팔아서다. 편안한 의자, 무료 인터넷, 아름다운 음악이 만드는 내 집 같은 공간. 쓰레기 비즈니스도 스타벅스처럼 문화 공간으로 승부하는 기업이 있다. 일본의 헌책방 체인점인 북오프(Book Off)이다.
1991년 일본 불황의 신호탄이 울렸던 그 해,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던 소비자들이 헌책방을 찾았다. 하지만 그 당시 헌책방, 어땠을까? 퀴퀴한 냄새와 허름한 분위기, 미로처럼 쌓여 있는 책들. 이 속에서 원하는 책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운 좋게 찾아낸 책도 어찌나 지저분한지.
'허름한 헌책방은 가라.' 북오프의 모토다. 이 회사는 '친구와 함께 찾는 문화공간'이라는 컨셉트에 맞춰 환한 조명, 넓은 통로와 깔끔한 서가를 준비했다. 일반 서점과 다를 바 없는 공간에 소비자는 감동했다. 책은 또 어떤가? 알파벳 순으로 가지런히 진열된 책들. 그중 어느 책을 펼쳐봐도 책 표지부터 마지막까지 새 책인 양 깨끗하다. 더럽고 냄새 나는 책은 그 어디에도 없다.
문제는 책이다. 어떻게 다양한 헌책을 모을 수 있었을까? 헌책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먼저 '헌책 삽니다'가 아닌 '당신의 책을 팔아주세요'라는 역발상의 카피를 내세웠다. 직원들은 매장에서 책을 팔 때 "팔고 싶으신 책이 있다면 가져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인사를 빼먹지 않는다. 헌책을 팔겠다는 고객이 있으면 집까지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북오프는 4년 만에 100호점을 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전해보다 20% 늘어난 605억 엔의 매출을 올렸다. 한국, 미국, 캐나다까지 진출해 10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4. 플립스왑(Flip Swap)
서랍 속에 잠든 휴대폰, 국경만 넘어도 몸값 껑충
미국에선 매년 1억 5000대의 새 휴대폰이 팔린다. 소비자들은 짧게는 6개월, 길어야 1년 6개월 후면 새 휴대폰을 구매한다. 그래서 휴대폰 수억대가 책상 서랍 속에서 잠들거나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2004년 미국에 설립된 플립스왑(Flip Swap)은 서랍 속 잠든 휴대폰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찾았다. 안 쓰는 휴대폰을 사들여 정비한 후 중국, 남아메리카, 남아프리카 국가에 판매한다. 중고 휴대폰 중 재활용 가능한 것이 98%에 달한다니 그냥 썩혔더라면 너무 아까웠을 자원이다.
플립스왑에도 꽤나 괜찮은 비즈니스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1840%의 매출 성장률을 보였고 2008년 한 해 11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중고 휴대폰은 어떻게 모을까? 온라인 장터를 통해 거래한다. 홈페이지에서 모델명을 검색하는 즉시 얼마에 팔 수 있는지 가격 확인이 가능하다. 판매를 결정했다면 연락처를 입력한 뒤 휴대폰을 우편으로 플립스왑에 보낸다. 배송비는 플립스왑이 부담한다. 2~3주 뒤면 돈을 받을 수 있다. 판매자는 휴대폰 값을 직접 받는 대신 자신의 이름으로 자선단체에 기부할 수 있다.
플립스왑은 오프라인 휴대폰 판매점들과도 연계해 중고 휴대폰을 모은다. 6000여개 휴대폰 판매점과 제휴하고 있다. 제휴점은 소비자의 중고 휴대폰을 받아 플립스왑이 제공한 프로그램에 따라 중고 가격을 책정한다. 그 가격만큼 판매점의 신형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는 포인트로 전환해 준다. 판매점은 수거한 중고 휴대폰을 플립스왑에 보내고 포인트에 해당하는 돈을 받는다. 이들 매장도 판매 실적이 20% 정도 향상됐다.
자, 지금 주위를 돌아보자. 쓰레기가 눈에 띄는가? 쓰레기통에 던지기 전에 한 번만 유심히 보자. 쓰레기가 당신에게 속삭일지도 모른다.
"내가 아직도 현금이 아닌 쓰레기로 보이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