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은 트럭을 탔다
윤제림
1
그해 오월 광주 사진에는 부처님 오신 날
광고탑과 현수막이 보인다
오셨을까? 안 오셨을까?
의견은 둘로 갈릴 것이다
―오셨다면 그 난리가 났겠어요?
―오신 것 봤어요.
2
사실은 그렇다, 그분은 다녀가셨다
황금가사는 무등산 깊숙이 숨겨두고
서둘러 변복을 하고
머리띠를 두르고 총을 잡았다
당신이 본 사진 속 그 사람이다
웃통을 벗어부치고 깃발을 흔들었다
피묻은 청년을 들쳐 업고 달렸다
가두방송을 하고 구호를 외쳤다
당신이 들었던 그 목소리다
겨우 총성이 멎고, 집으로 혹은 다른 세상으로
모두 흩어지고 난 아침엔
비를 들고 광장을 쓸었다
3
여러 큰 절에서 연꽃 처소를 마련해놓고
서로 모셔가려 했으나
부처님은 너릿재 넘어가는 트럭을 타고
굳이 이 골짜기에 와 누우셨다
화순 운주사
장씨 이씨 박씨 최씨도 따라와
말없이 앉고 서로 누웠다
그해 부처님 오신 날에는
많은 부처님이 오셨다.
*시의 출처를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임동확 시인의 Facebook에서 가져왔습니다.
윤제림
충북 제천에서 출생, 인천에서 성장. 1987년 소년중앙문학상에 동시가,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시가 당선되며 등단. 시집 「삼천리호자전거」 「미미의 집」 「황천반점」 「사랑을 놓치다」 「그는 걸어서 온다」 「새의 얼굴」 「편지에는 그냥 잘 지낸다고 쓴다」 동시집 「거북이는 오늘도 지각이다」 산문집으로 「젊음은 아이디어 택시다」 「카피는 거시기다」 「고물과 보물」 「걸어서 돌아왔지요」 등. 동국문학상, 불교문예작품상, 지훈문학상, 권태응문학상, 영랑시문학상 수상. 서울예술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첫댓글 선생님이 올리시는 시들은 참 많은 생각들을 하게합니다.
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