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대시보드 위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운전 중 휴대폰 사용금지’라는 법적 잣대가 등장하면서 커다란 ‘핸즈프리’가 불티나게 팔렸다. 이들은 고스란히 대시보드 위에 올라와 자리를 잡았다. 너나 할 것 없이 주먹만 한 거치대를 대시보드 위에 올려놓던 시절이었다. 기다란 마이크도 운전석을 향했다. 그런 그들을 볼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커다란 거치대가 거추장스럽진 않을까, 만약의 충돌 사고 때 거치대가 흉기로 변하진 않을까.
간편한 핸즈프리 이어폰 대신 커다란 거치대가 인기를 끌면서 마이크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통화하던 운전자는 어쩔 수 없는 우리의 모습이었다.
핸즈프리가 기본사양으로 달려 나오기 시작한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대시보드에서 투박한 거치대를 몰아낸 주인공이기도 하다. 다시금 대시보드가 원래의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하기 시작했다. 애프터마켓용 핸즈프리의 낮은 통화품질도 이런 현상을 부추겼다.
이 무렵 갖가지 전자기술의 발달이 자동차를 추월하기 시작한다. 자동차는 기술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원가를 줄여야한다는 현실에 부딪혀 아쉽지만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몇 백만 원을 호가하던 순정 내비게이션이 대표적이다. 인대시 타입의 깔끔한 내비게이션은 상대적으로 값싼 애프터마켓의 거치형 내비게이션에 밀리기 시작했다. 거추장스럽지만 비용 면에서 유리하다는 장점이 컸을 것이다. 다시금 거치형 내비게이션이 대시보드를 장악하기 시작한 것이다.
커다란 내비게이션 모니터가 떡하니 올라선 대시보드는 이전 핸즈프리보다 시야를 더 가린다. 대시보드를 환하게 비추며 밤거리를 달리는 차를 볼 때마다 행여 운전자의 시선을 빼앗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한 술 더 떠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기능까지 더해져 뉴스와 드라마가 대시보드에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OEM으로 장착된 TV는 운전 중 화면을 닫아버리지만 애프터마켓용 내비게이션은 갖가지 TV 프로그램으로 무장해 운전자의 눈을 흐리곤 한다.
퇴근길, 앞서가는 차의 대시보드에 달린 커다란 모니터가 화려한 춤을 출 때마다 난 따라가기를 거부하고 차선을 바꿔 버린다. TV를 켠 채 달리는 운전자는 분명 주위가 산만할 것이다.
지난 달,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취재차 2시간 여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강박관념이 또 도졌다. 올해부터 전국 고속도로로 확대 보급되기 시작한 ‘하이패스’ 시스템 탓이다. 이 하이패스 단말기가 내비게이션의 지원군(?)으로 나서 또 다시 대시보드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하이패스는 많은 장점을 지닌다. 유료 도로에 집중되는 교통정체를 해소할 수 있고 정체로 인한 배기가스를 줄일 수도 있다. 이미 선진국에선 일반화되기 시작한 유료도로 시스템이다.
이런 하이패스의 원리는 자동차에 달린 단말기와 요금소의 수신기가 서로 무선으로 교신해 통행요금을 정산하는 방식이다. 요금소마다 차를 세우고 통행료를 지불하고 거스름돈을 받아 챙기는 번거로움 없어 편리하다.
이런 시스템은 유료도로의 입구나 출구에서 스톱&고를 융통성 있게 치러낼 수 있어 요금소 주변의 소음이나 배기가스 정화에도 도움이 된다. 차를 멈출 일이 없으니 물론 연비도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