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용인의 옛 이름 용구(龍駒), 처인(處仁)등도 중국에 있는 지명을 어느 한 시기 이곳으로 옮겨 온것이라 추정된다. 이런 연유는 중국 지명 사전을 찾아 보면, 용구, 처인, 양지등과 유사한 한자 지명을 쉽게 찿을 수 있다.
지명이란 우리들이 살아가는 터전이기에 앞서, 유구한 역사와 선조들의 숨결이 물씬 풍기는 그 자체가 삶의 여정이며, 우리들 마음속 깊은 곳에 간직한 어머니 품속같은 고향이기도 하다.
내가 이곳으로 이사온 후, 지역에 대한 나의 무지를 충족시키기 위해 몇 년 동안을 지도 한장과 나침반를 들고 산(山)과 들(野)로 나 다니기를 얼마나 노심초사 했던가 반추해 본다.
기나긴 세월 이름없는 민초부터 사대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선조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니, 마을 이름과 관계된 혈연체인 동족촌의 생성과 소멸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오늘에 이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곳 용인에서 이방인은 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에서 각종 지지류와 지도를 참고 삼아, “용인지명가” 라는 제목으로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산수에 얽힌 이야기를 한시로 풀어 보았다.
여기에 인용한 용인지명가는 한자(한자지명)로 작시된 것을 의역한 것이다.
고려 때 용구라 부르던 작은 고을을 육백년이 지난 지금은 용인시라 부르는데 태종 임금께서 두 개의 고을을 합쳐 용인의 지명이 태어났구나.
용인의 북쪽에는 광악산이 있으니 광채가 솟아오르는 형상을 보고 광교라 말하더니, 일명 서봉산이라고도 부르고, 용인의 남쪽에는 경기도의 중심이고, 아홉 폭 병풍을 펼친 모습을 보고, 구봉산이라 한다네.
동서남북 네 방위에 시루봉이 있고,동쪽에는 호랑이, 제비, 배, 구리 고개 있으며,서쪽에는 매미, 양, 개, 옷나무 고개 있으니, 용인 고을은 옛부터 사방팔방 시루와 고개마루가 있어 삼재를 막아 주니 민심이 풍족하다네. 동쪽에 있는 고안 사보 비화 행군리의 아래는 드넓은 평야인데,서쪽에는 신갈 상갈 하갈을 적시며 남쪽으로 갈내가 유유히 흐른다.
청덕리 약수물은 숫내의 발원지 되어 죽전을 지나 탄천에 이르고, 평창리 태봉산 물은 제일리 추계를 거쳐 오천에 이른다.
백학봉 아래는 천년의 학이 깃들은 마을이 있고, 광교산 아래는 봉황의 서기가 감도는 서봉마을이 있다.문수산의 남쪽에는 원삼면이 자리잡고, 부아산의 서쪽에는 기흥읍이 승천한다.
산이름 정수가 있다면, 수리고개 있고, 마을이름 소학이 있으매, 별학이 있도다.
칡마을과 칡천은 서로 마주보고, 죽전은 북쪽에서 분당을 대하고, 죽산은 남에서 용인과 안성의 경계로구나. 오산을 마주보고 동쪽에 일산 자리하고, 밤고개 북쪽에는 잣고개 있구나.
태화산 봉우리는 높고, 묵리 여덟 골짜기는 굽이 굽이 깊은데, 광교산은 우뚝하고 미륵뜰은 드넓은 평야로구나. 동쪽에는 부아암, 서쪽에는 호랑이골, 북쪽에는 해곡동, 남쪽에는 매바위 고개라네. 상반과 불당은 지명은 틀리지만 한 골짜기 한 마을인데.
진목과 통삼은 같은 마을 같지만 두 마을이라네.물이름 딴 비룡소, 용내, 용바위, 용머리 있고,마을이름 용내, 갈내, 서쪽내, 구슬내 있다네.
임금님이 드셨다던 어정 동쪽에 고개는 메주고개이고, 백암의 서쪽에는 구봉산 두무재고개가 있다네. 내기마을 서쪽에 누운바위 있으매, 대나무밭 동쪽에는 대지고개 높다랗다.
금령역 양지 쪽은 소학동이요, 항근이 음지 쪽은 용덕 저수지라. 동쪽에 곱든고개 있고, 서쪽에 메주고개 있다. 동쪽 마을은 식금리, 서쪽 마을은 영덕리, 남쪽 마을은 원암리, 북쪽 마을은 고기리라 용인의 경계라네.
구봉산은 기호지방에서 높은산이고, 형제봉은 두 고을 사이에 솟았구나.
남쪽에는 묵리 국사봉있고, 북쪽에도 운학리에 국사봉이 있다네.
문수산 남쪽에는 절골 뜰이 있는데, 형제봉의 북쪽에는 장장포로 물이 흐르는 구나.
도를 전하여 만수를 누리더니 옛 양지현이요, 덕을 숭상하면 부를 얻어 모두가 경상이로세.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냇가 있으니 이름하여 미륵내이고, 서북쪽의 물이 동쪽으로 흘러 들어 청미천으로 들어가니 천하의 명당이로세. 보개산에서 발원하여 서남쪽으로 흘러 갈천을 거치는 냇가는 오산천이고, 금령역 남쪽 물은 경안천을 따라 북류하는 냇가를 금학천이라 부르네.
광교산 물은 북류하여 성남의 탄천으로 흐르는데,장장포로 곡류하는 물은 정평천이라 부르네. 굴암산 물은 남류하여 진위천에 다다르고, 그전을 어비천이라 한다네.
어비와 청미 두 하천을 의지하며 옥토를 이루고, 경기도에서 제일 살기 좋은 땅은 용인이라네. 오색의 단풍에 물든 광교산의 서기 어린 자태가이끼 낀 할미성 돌담 위에 둥근 가을달이 내려 비취는해동청 밝은 하늘에는 새털 구름이 이지러지는데.
삼지창 모양 산봉우리 위에는 저녁노을이 나그네의 옷깃을 부여잡고갯가에는 강태공들이 한가로이 낙싯대를 드리우며,밤하늘의 별처럼 횃불을 밝히는구나. 본 용인지명가는 2002년도 문화관광부 무대공연작품으로 선정, 용인대 이오규 교수의 작곡 겸 노래(전통가곡)로 만들어져 국악관현악단의 연주로 시민들에게 선 보이기도 한적이 있다.
사단법인 누리전통문화보존회 김명회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