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3년간 159경기에 출장 279안타 19홈런 211타점 131도루에 타율
0.489를 기록했던 스즈키의 진가를 아는 사람은 오직 미와다뿐이었다.
아무도 스즈키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
오릭스는 1순위로 간사이가쿠엔대의 다구치(田口壯)를 지명했다.
사람들의 관심은 오치아이(落合英二. 주니치 1위), 다카무라(高村祐. 긴
테쓰 1위), 우에다(上田佳範. 니혼햄 1위), 가와모토(河本育之. 롯데 2
위), 다케시타(竹下潤. 세이부 1위), 신타니(新谷博. 세이부 2위), 가네
모토(金本知憲. 히로시마 4위) 등에 쏠려있었다.
오릭스 미와다 스카우트는 아이치현 고교대회에서 메이덴고의 에이스 이토
(伊藤榮祐)를 살펴보던중 우연히 좌익수로 출전한 스즈키(당시 2학년)를
처음 보게 되었다.
첫인상은 그저 그랬다. 센바츠(봄 고시엔)에 나갔지만 4타수1안타를 기록
하는데 그쳤다.
3학년이 되어 고시엔에 연속 참가한 스즈키는 팀의 에이스로 나섰으나 1차
전서 대회 준우승팀 마츠야마상고에 패했다. 당연히 다른 팀 스카우트들
의 눈에 들리는 만무.
그러나 미와다 스카우트는 집요하게 스즈키를 살폈다. 초여름 메이덴고를
방문한 그는 스즈키의 달라진 모습을 보고 놀랐다.
트레이닝을 통해 체력이 많이 향상되어 있었고 배팅파워도 수준급이었다.
"저 친구를 외야수로 키우고 싶다".
미와다의 확고한 신념이 일본 야구의 역사를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미와다는 98년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지명한 아라가키 투수가 오릭스행
을 거부하자 고민끝에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스즈키 이치로.
NPB(일본야구기구) 등록 이름은 가다카나로 이치로다. 이치로 이후 많은
선수들이 가다카나 이름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1973년 10월22일생의 우투좌타.
180cm 71kg 혈액형은 B형. 92년 프로에 데뷔해 2군인 웨스턴리그서
0.366의 타율로 수위타자에 올랐다.
하지만 1군성적은 40게임 출장 95타수24안타 타율 0.253. 홈런은 하나
도 치지 못했다.
이듬해에는 오히려 최악의 성적.
43게임에 타율은 고작 0.188 홈런 1 타점 3 도루 0에 그쳤다. 그의 이
름 석자가 빛을 발한 것은 94년.
이른바 ‘후리코타법(시계추 흔들이타법)’을 구사하며 130경기서 210안
타를 쳐냈다.
역대 한 시즌 최다안타 1위의 신기록. 타율은 0.385로 대망의 수위타자
에 등극했다.
69경기 최다연속출루를 달성했고, 97년에는 216타석연속무삼진의 알토란
기록도 낳았다.
99년까지 통산 846경기에 출장 1125안타 106홈런 456타점 178도루를 기
록하고 있다.
이치로는 94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연속 수위타자에 올랐다.
당연히 일본 신기록이다.
그는 올시즌 재일동포 장훈(張勳)이 갖고 있던 최다 수위타자(7회) 타이에
도 바짝 다가서 있다.
6월19일 현재 53경기에 출장 타율 0.388(76안타)로 2위 마쓰이(松井稼頭
央.
세이부)의 0.360을 크게 앞서고 있다. 대이변이 없는 한 올해도 퍼시픽리
그 수위타자는 이치로의 몫이다.
그러나 이치로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바로 ‘꿈의 4할’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 6월10일 고베그린스타디움 전광
판에는 이치로의 타율이 4할임을 알리는 불이 켜진바 있었다.
니혼햄과의 경기서 그는 8회말 시미즈(淸水章夫)로부터 중전안타를 뽑아
내 당시 0.401의 타율을 기록한 것. ‘꿈의 4할’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
었다.
1936년 일본 프로야구가 개막된 이래 4할타자는 단 한명도 없다.
한신의 외국인 선수였던 바스의 기록(0.389)이 최고의 성적으로 남아있
다.
이치로가 94년 기록한 0.385는 역대 2위의 기록이면서 퍼시픽리그 최고
의 성적.
그는 올 9월의 시드니올림픽 참가 제의를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뤄야할 기
록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있는 까닭에 4할을 섣불리 논하기가 뭐하지만 그의
목표는 뚜렸하다.
7년연속 수위타자, 4할타자, 최고 연봉, 미모의 아나운서와 결혼, FA후
MLB정복….
신화를 만들어 가는 그의 모습에서 진한 프로의 향기를 느낀다.
[2000.6.22]
스즈키 이치로의 일본에서의 타격기록은 아래와 같다.
년도-경기-타수-안타-홈런-타점-도루-타율-연봉(만엔)
1992---40---95---24---0---5---3---.253---430
1993---43---64---12---1---3---0---.188---800
1994--130--546--210--13--54--29--.385---800
1995--130--524--179--25--80--49--.342--8,000
1996--130--542--193--16--84--35--.356--16,000
1997--135--536--185--17--91--39--.345--26,000
1998--135--506--181--13--71--11--.358--43,000
1999--103--411--141--21--68--12--.343--50,000
2000--105--395--153--12--73--21--.387--53,000
통산---951-3619-1278-118-529-199-.353-198,030
1991
11월 드래프트에서 오릭스 블루웨이브로부터 4순위 지명.
1992
2군에서 프로생활 시작. 2군에서 58경기에 출장해서 타율 .366을 기록. 1
군에서는 40경기에 출장해서 타율 .253을 기록.
1993
1군과 2군을 오갔다. 2군에서는 48경기에 출장해서 타율 .371 , 8홈런
을 기록. 1군에선 64타석 타율 .188 , 1홈런을 기록.
1994
130경기에 출장해서 타율 .385 , 13홈런 , 54타점 , 최고출루율인 .445
의 성적을 기록함. 리그 MVP수상. 수위타자 타이틀을 처음으로 획득. 또
한 일본기록인 한시즌 최다안타 210안타, 69경기 연속출루(5월21일부터 8
월26일까지)를 기록함.
1995
타율 .342 , 25홈런(자신시즌 최다) , 80타점으로 2년연속 리그 MVP수
상. 2년연속 수위타자. 처음으로 타점왕이 되다. 또한 자신의 시즌 최다
인 49도루로 도루왕이 되다. 홈런 2위.
1996
타율 .356으로 3년 연속 수위타자에 오름. 3년 연속 최고 출루율 .422를
기록. 또한 3년연속 리그 MVP로 선출됨.
1997
135경기(자신시즌 최다)에 출장해 타율 .345로 4년 연속 수위타자에 오
름. 4월 16일부터 6월 25일까지 216타석 무삼진을 기록. 4년 연속 올스타
게임 출장. 4년연속 골드 글러브상 수상.
1998
타율 .358로 5년 연속 수위타자에 오름. 5년연속 올스타게임 출장. 5년연
속 골드 글러브상을 수상함.
1999
8월 후반의 시합도중에 사구로 인해 우측 손목이 골절 되어 남은 시합을
결장한다. 그러나 타율 .343을 기록해 6년연속 수위타자 타이틀을 획득.
네번째의 최고 출루율 .412를 기록하며 6년 연속 올스타 선정, 6년연속
골드 글러브상 수상한다. 또 도꾜돔에서 열린 4월 20일의 일본햄 화이터즈
전에서 통산 1000안타를 기록했으며 7월 6일의 세이부 라이온즈전에서는
통산 100홈런을 기록했다.
2000
오릭스 블루웨이브에서 자신의 최고기록인 .387를 기록해 7년연속 수위타
자가 되면서 자신이 가진 일본 신기록을 바꿨다. 그러나 8월 28일 시합도
중 오른쪽 갈비뼈에 타박상을 입어서 시즌 최종일까지 시합에 결장한다.
다섯번째의 최고 출루율 .460을 기록. 7년 연속 베스트나인선정. 7년연
속 골드글러브상을 수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