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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프란치스코 교황은 113년 전 소설을 두 번이나 추천했을까?
로버트 휴 벤슨이 1907년 발표한 『세상의 주인』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두 번이나 추천하면서 다시금 전 세계 독자들에게 화제가 되었다. 세계 대통령으로 등극한 미국 정치인과 교황의 대결을 그리고 있는 이 책은『1984』와 『멋진 신세계』,『반지의 제왕』에 큰 영향을 끼친 숨겨진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벤슨이 100년 전에 상상한 미래 세계는 소름 끼칠 만큼 오늘의 세상과 닮아 있다. 그래서 작품을 집필했던 20세기 초보다 오늘날 우리들에게 더 시의적절한 메시지를 전한다. 지금 세상이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과연 인간은 이 세상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이 소설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1984』『멋진 신세계』『반지의 제왕』『나니아 연대기』에 큰 영향을 준 숨겨진 걸작
★ 1907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
★ 세계 최고 권위자 4인의 작품 해설 독점 수록
★ 현대 디스토피아 소설 장르의 시초
★ 전 세계 292개 판본 출간★ 한국 최초 완역판
프란치스코 교황이 두 번이나 추천한 소설
“이 책을 여러분들이 꼭 좀 읽어 봤으면 좋겠습니다.”
110년 전에 출간된 SF소설이 누군가의 한마디로 전 세계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미국, 유럽, 남미 등 전 세계 각지에서 292개 판본이 쏟아져 나왔다. 100여 년 동안 기억 속에서 사라졌던 이 책이 갑자기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바로 12억 가톨릭 신자들의 정신적 지도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추천 때문이다.
2015년 1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필리핀 방문 일정을 마치고(필리핀은 한국 다음 행선지였다) 로마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과 긴 시간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세상의 변화하는 방향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서양 문화가 전 세계의 지배적인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사상의 획일화가 심해지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더욱 큰 문제를 일으킬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어느 독일 기자가 이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해 달라고 요청하자 교황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죄송하지만 책 홍보를 좀 하겠습니다. 저자는 당시에 이미 사상의 식민지화를 예견하고 책에서 묘사했습니다. 제목은 『세상의 주인』이라고 하고, 저자는 벤슨이라는 사람인데……. 한번 읽어 보세요. 읽어 보면 내가 하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게 될 겁니다.”
그런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 책을 언급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교황에 선출되던 해인 2013년 11월 일반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론에서 서양의 미성숙한 진보주의가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고 걱정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세상의 주인』은 마치 예언서 같은 책입니다. 마치 저자가 세상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보고 썼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도 여러 번 언급
프란치스코 교황만 이 책을 높이 평가한 것은 아니다.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도 추기경 시절인 1992년 밀라노 가톨릭 대학교 강연에서 미국 주도의 세계화를 비판하며 『세상의 주인』을 언급한다.
“세속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단일체제 사회가 어떻게 우리의 정신을 파괴하는지를 보여주고 경고하는 소설입니다.”
[인사이드 더 바티칸]에 따르면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으로 선출된 이후에도 여러 차례 이 책을 언급했다고 한다. 사실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프란치스코 교황은 매우 상반된 성향을 가지고 있다. 2019년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영화 [두 교황]에서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프란치스코 교황(베르골리오 추기경)에게 “당신의 스타일과 방법은 나와는 완전히 달라요. 나는 당신이 하는 말이나 생각, 행동, 대부분에 동의하지 않소”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세상의 주인』에 대해서만큼은 두 교황의 생각이 일치했던 것 같다. 우리 시대의 위기를 본질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읽어야 할 책으로 두 교황 모두 『세상의 주인』을 선택한 것이다. 이쯤 되면 이 책에 어떤 통찰이나 교훈이 담겨 있는 게 분명하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두 교황이 110년 전에 나온 이 소설을 추천한 것일까?
『1984』 『멋진 신세계』 『반지의 제왕』에 큰 영향을 준 숨겨진 걸작
『세상의 주인』을 쓴 로버트 휴 벤슨은 큰 신부님(몬시뇰) 칭호를 받은 로마가톨릭 사제이면서 당시 영국 사회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었다.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종교학과 문학을 공부한 후 1895년 영국 성공회 사제 서품을 받고 종교인의 길로 들어선다. 그의 아버지는 영국 성공회 최고위직인 캔터베리 대주교였다. 그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캔터베리 대주교가 되리라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약 10년 후 벤슨은 영국과 유럽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의 주인공이 되었다. 1904년 성공회를 떠나 로마 가톨릭교로 개종을 한 것이다. 그의 영향으로 지식인들 사이에서 로마가톨릭으로 개종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졌다. 영국 사회에서 차지하는 그의 영향력을 짐작하게 하는 사건이다.
그는 사목활동 틈틈이 작품을 썼는데, 『세상의 주인』은 그가 발표한 50여 편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큰 화제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산업화와 기술 발전, 경제 성장 등으로 미래를 낙관하는 소설이 대부분이던 시절에 찬물을 끼얹는 디스토피아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세상의 주인』은 조지 오웰의 『1984』,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보다 30년 앞서 발표된 최초의 디스토피아 미래 소설로 평가받는다.
『세상의 주인』은 단순히 시기만 앞선 작품이 아니라 실제로 『1984』나 『멋진 신세계』『반지의 제왕』,『나니아 연대기』등이 탄생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세상의 주인』에 등장하는 3대 세력(아메리카 공화국, 유럽 연합, 동방 제국)은 조지 오웰의 『1984』에서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이스트아시아’의 3대 제국으로 등장한다. 벤슨은 전통적 신극(Theodrama: 하느님이 연출한 드라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제시했고, 다른 작가들 역시 신극적 상상력에 관심을 갖기를 바랐다. 이 역시 주요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과 C. 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가 나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SF 소설의 거장 H. G. 웰스는 『세상의 주인』의 설정을 반대로 차용하여 『다가올 세상』이라는 작품을 발표했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내 책이 큰 파문을 일으키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벤슨이 이 작품을 쓸 당시는 무신론, 마르크시즘, 세계 정부, 우생학이 인류를 유토피아로 이끌 것이라는 믿음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1905년 러시아혁명이 일어나 총파업과 격렬한 시위가 전 세계를 혼돈으로 몰아넣고, 1906년 영국 역사상 처음으로 사회주의 정부가 들어선 격동의 시기이기도 했다. 벤슨 역시 이런 시대 변화 속에서 개인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이 작품을 통해 당대 사회 전반적인 인식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었던 그는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책이 큰 파문을 일으키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 점에 대해 어떠한 비판도 달게 받을 각오가 되어 있다. 그러나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글을 쓰는 것 말고는 내가 생각하는 원칙을 표현할 방법이 달리 없었다.’
그가 이 작품을 통해 묻고 싶었던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었다.
‘인간이 언젠가 모든 문제의 답을 찾고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 즉 맹목적인 인본주의가 옳은가?’
『세상의 주인』에서 예견한 대로 맹목적인 인본주의는 오늘날 더 강력해졌으며 더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문학 평론가 조지프 피어스도 『세상의 주인』을 『1984』나 『멋진 신세계』와 비교하면서 벤슨의 작품이 예언적인 측면에서는 두 작품을 능가한다고 평가한다. 두 작품이 다루는 독재정치는 오늘날 독자들에게 과거 역사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남아 있다면 벤슨이 그린 소설 속 악몽은 10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 눈앞에서 현실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인간은 이 세상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는가?
-우리 시대의 진짜 위기를 돌아보게 만드는 날카로운 통찰
벤슨이 100년 전에 상상한 미래 세계는 소름 끼칠 만큼 지금 세상과 닮아 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교통수단과 초고속 통신, 대량 살상 무기 같은 기술적 진보에 대한 예언도 놀랍지만 핵심은 그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초자연성을 부정하고 인간성을 최고의 가치로 신봉하고, 물질주의를 추구하는 정신적 변화에 대한 예측이 놀랍도록 정확하다.
이야기의 큰 줄기는 전 세계를 하나로 통일하고 막강한 권력을 쥔 인본주의 세력에 맞서는 소수의 가톨릭교 신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미국 버몬트 주 상원의원 출신으로 놀라운 연설 능력과 언어 감각을 지닌 줄리안 펠센버그가 전쟁 직전의 위기에 처한 동방과 서방의 화합을 이끌어 내며 세계 정치 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한다. 그는 시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세계 대통령으로 등극한다. 사람들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이루어진 세계 평화에 열광하며 인간의 위대한 능력을 찬양한다. 그런데 비극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펠센버그는 세계 평화를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새로운 정치 질서를 내세우고 이에 반기를 드는 세력을 가차 없이 억압한다. 그에게 저항하는 유일한 세력은 퍼시 프랭클린 신부가 이끄는 힘 잃은 소수의 가톨릭 신자들뿐이다. 이 소설 속 미래 사회는 극단적인 물질주의와 인간 중심주의가 지배하고 있다. 안락사를 보편화하고 무신론을 당연시하며, 인간의 무한한 능력을 찬양하고, 신을 믿는 사람들을 미개인 취급한다. 새로운 정치 지도자는 사상적 통합을 강조하며 종교인들을 탄압하기 시작하고, 시민들은 이에 동조하여 폭력과 광기로 반응한다. 급기야 지배 세력은 가톨릭 신자들을 제거하기 위해 엄청난 음모를 꾸미게 된다.
이처럼 위대한 가치를 표방하는 사상들이 어떻게 변질되며, 그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소설은 흥미진진하게 드러낸다. 정부 관료나, 평범한 시민이나, 인본주의 운동에 동참한 변절한 성직자들은 모두 일시적인 감정과 헛된 열망에 사로잡혀 펠센버그에게 빠져들었다. 펠센버그가 지도자의 자리에 오르고 난 뒤 벌어지는 온갖 사건들은 세상의 주인은 누구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과연 인간은 세상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을까? 세상의 주인이 되기 위해 진정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 책은 지나친 물질주의와 맹목적인 인본주의가 초래할 거대한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두 명의 교황이 『세상의 주인』을 여러 번 추천한 것도 어쩌면 이러한 이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런 면에서 벤슨이 이 작품을 집필했던 20세기 초보다 오히려 오늘날 우리에게 더 시의적절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전 세계 292개 판본, 한국어로는 처음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이 책은 다양한 언어로 292개의 판본이 존재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번에 처음 소개된다. 한국어판 『세상의 주인』은 콜린 오브라이언 미국 가톨릭 주교회 공보실장의 서문을 비롯해 마크 보스코 미국 조지타운 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를 포함한 세 명의 로버트 휴 벤슨 권위자들이 쓴 해설 세 편을 수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장 아끼는 책으로 알려지면서 문학계에서도 다시금 주목 받고 있는 『세상의 주인』을 다양한 관점에서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지적인 매력과 시대를 초월한 통찰이 담긴 이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이면 두 교황이 왜 이 소설을 예언서로 받아들였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아울러 책 정가의 5퍼센트는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에 기부되어 우리 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 소중하게 쓰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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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내가 하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
세속적인 가치들이 세상을 지배하게 되면 한 번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공포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세상의 주인』은 점점 그렇게 변해 가는 오늘날의 세상에 닥칠 파국을 경고하는 책입니다.
-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
세상이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문학적 재능과 사상적 깊이, 미학적 균형감이 빛나는 작품이다.
- 뉴욕타임스
현대를 사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 마크 보스코 (조지타운 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세상의 주인』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장 아끼는 책이다. 그는 이 책을 마치 예언서로 생각하는 것 같다.
- 인사이드 더 바티칸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나 조지 오웰의 『1984』는 문학적으로는 뛰어나지만 예언적인 작품은 아니다. 『세상의 주인』에서 묘사한 악몽 같은 세상은 지금 바로 눈앞에서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 조지프 피어스 (아퀴나스 대학교 종교문화연구소 소장)
예언적 지혜는 예술 작품으로 표현되었을 때 가장 절실하게 와 닿는다. 『세상의 주인』만큼 우리 시대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작품은 아마 없을 것이다.
- 제임스 D. 콘리 (미국 네브래스카주 링컨 교구 주교)
벤슨이 100년 전에 상상한 미래 세계는 소름 끼칠 만큼 지금 세상과 닮아 있다. 벤슨이 이 작품을 집필했던 20세기 초보다 오늘날 우리들에게 더 시의적절한 메시지를 전한다.
- 콜린 오브라이언 (미국 가톨릭 주교회 공보실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