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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의 제투정유님이 해 주신 손글씨입니다.)
#궁중일기 다섯째장#
오늘의 부제 : "너한테 좋은 남편이 되어 줄 수
없어."
Top을 향한 나의 머나먼 여정, 그 길은 언제나 외롭다. by
J은짱
무뚝뚝하고 자기 생각만 할 줄 알것 같던 이하민 놈.
뭐랄까?
은근히
나를 챙겨 주고 있다는게 느껴진다.
나란히 발걸음을 맞춰 걷고 있는 우리 둘.
"근데
말야, 어떻게 아지트 데려갈 기특한 생각을 다 했어?"
"그냥, 그냥, 내 심장이 그렇게
시키던데?"
"쳇! 지금 나 놀리는 것도 아니고, 됐다! 내가 너랑 무슨 말을
하냐?!"
"사실.....내색 안해도 기분 안좋았을 거 아냐.
그게 마음에 걸려서 데려가는 거다.
됐냐?!
무식하게 남 속사정도 모르고 꼬치꼬치 캐묻고 있어."
이하민?
이하민.......?!
뭐야, 그렇게 말하면 나 이빠이 감동 먹게 되잖아.
맞아. 약간은..아니, 좀 많이 기분이
그랬었어......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그 사실이 다른 사람들한테까지 알려지면 안된다는 생각에
조급했고,
기자들이 알 정도로 둘이 좋아한다는 사실에 묘했다고 해야할까?
"무슨 생각을
그렇게 멍하니 하냐? 다 왔어. 들어가."
"헉! 이..이게.....아지트야?"
"응.
왜? 아지트라 하기엔 너무 작나? 난 크기만 하던데....."
"이게 별궁이지, 무슨
아지트야!"
궁 밖에 또 다른 궁이 있다고 해야 하나......
내 처소인 유화별궁보다 더
큰 듯한 곳.
게다가 상궁복과 나인복을 입은 사람들도 눈에 보이고,
이런 곳이 아지트라니.
세상 참
불공평하다.........
"대대로 왕세자들 아지트로 사용되왔던 곳이거든?!
잔말 말고
들어가기나 해라?"
"진짜 부럽다. 나도 이런 데 하나만
있었으면............"
"갖고...싶냐?"
"당연히 갖고 싶지! 사람 갖고 놀리는
것도 아니고 장난해?"
"오케이, 접수."
"응?
뭐라고?"
"...............들어가자고."
세상은 참 불공평한 것
같다.
나는....
나는........엄마랑 단 둘이서 의지하며 살아왔는데.
우는 날 밤이 웃는 날 밤보다
더 많을 정도로,
그렇게..그렇게..살아왔는데.............
"나 잠깐만 어디 좀
갔다 올 테니까,
저 방 보이지? 저 방으로 들어가 있어라!"
"야! 야!
이하민!!!"
처음 들어와 본 곳이라 낯설기만 한 곳에
덜렁 나 혼자만 남겨둔 채
사라져버린 이하민 놈.
에휴~너한테서 뭘 기대하겠냐.
뭘 바라는 내가 잘못인 거지, 이젠
기대를 말아야지......
섬돌에다 노란빛깔을 띄는 내 고무신을 살포시
올려두고,
사랑방처럼 보이는 방 문을 조심스레 열어제꼈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컴컴한 방
안.
탁!
스위치를 눌러 형광등을 키고,
갑자기 환해진 주위 탓에 눈살을
찌푸려가며 주위를 둘러보면...
절로 입이 딱 벌어진다.
"뭐야.....진짜
부자잖아.......?!
에휴....나랑 살아온 배경부터가 틀리네,
진짜............."
무슨 도자기 매니아도 아니고,
고려청자부터 시작해서 갖가지
조선백자까지
쭈-욱 전시가 되어 있었다.
게다가 티비에서 말로만 봤던,
유명 디자이너가 만들었다는 소파에,
침대에..........
"하악! 하악! 초연님! 초연님, 오셨어요?
하...헥! 헥!
세상에 세자빈이........."
사랑방 저 멀리서부터 소리치며 달려온 나인 한
명.
초연이라고 부르며 말을 하다가,
방에 있는 사람이 나라는 걸 알고 말을
멈춰버리는..........
나인 한 명.
"초연이라는 사람이 여길 자주
오나요?"
"예? 예....한...이..이틀에 한 번 꼬...꼴로............
마마! 죽을 죄를
지었사옵니다.....주..죽여 주십시오............."
내게 놀라서 떨리는
목소리로
죽여달라고 말을 하는 나인 한 명.
내가 뭘 어쨌기에........권력이란 이렇게 무서운
걸까?
"아니에요, 그만 나가보세요. 함부로 뛰어다니지
말고요."
"비..빈궁마마, 화...황공하옵니다."
나와 같이 있기가 두려운
듯, 황급히 사랑방을 빠져나간다.
민초연........
민초연이라는 애도 여길 왔었구나.
것도 이틀에 한
번 꼴로.........................
안좋은 내 기분을 떨쳐버리라고
데려왔다며........
근데 어떡해?
내 슬픈 향기가, 나를 다시 적시려고 해.
네 아지트란 곳까지 그
아일 데려올 만큼.......
그 아이를 사랑하는 거.......니?
들리지 않을 말로
속으로 조심스레 되뇌이는 나다.
이하민 놈 옆에서 평생을 있는다면,
내 슬픈 향기가 더욱 더 진해져,
나
말고 다른 누군가에게까지도 그런 향기를 줄 것만 같다는........
그런 생각이
든다.
드르륵-
때마침 등장한 이하민 놈.
손에는 칵테일 음료 두 잔을
들고서.
"거기 앉아서 명상하냐? 이리로 와 봐."
"응?
으..응..."
"나 팔 떨어지겠다. 이 잔도 좀
들고."
"알았어........."
"마셔봐. 내가 며칠 전에 아는 사람한테서 만드는 법
배운 거니까.
네가 처음으로 마시는 거야."
영광이네.
네가 만들어 준 칵테일
음료, 내가 처음 마셔서 영광이네.
처음이자 마지막이겠지?
너에게 있어 '처음'이란 단어, 이제는 쓸 일이
없겠지...?
내겐....내겐 말이야..........
드르륵-
들어왔던 문과
정 반대편에 있는 또 다른 문을 미는 이하민 놈.
문을 열고 보이는 세상은,
현실과 동떨어진다고
해야할까...?
인터뷰가 오래 걸린 터라 밤이었는데,
까만 밤하늘에 아름답게 자수되어져
있는 샛노란 별들.
별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작은 연못.
그 연못 주위를 빙 둘러싸며 지천으로 널려 있는 각양각색의
꽃들.
"멋있지 않아? 세상이 너무 싫을 때면 오는 내 아지트야.
뭐야~ 풋! 너 벌써 내
아지트에 반해버린 거냐?"
응.
나 한 번밖에 보지 못한 네 아지트에
반했나봐.
시선을 뗄래아 뗄 수가 없네.
"그냥 들을라면 듣고, 말라면
말아라."
"................................."
"하늘에 별이
참 예쁘지 않냐?
처음에 왕세자가 되서 여기 처음 들어와 본 날도 밤이었거든.
내가 이 문 열고 처음으로 보이는게
별이었는데,
그 다음부터 이 곳에 푹 빠져버렸다는게 아니겠어?
크큭."
"................................."
"세상에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다 다르듯이,
별들도 똑같은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밝게 빛나는 별이 있으면,
주위를
둘러보면 꼭 희미하게 꺼질 듯이 빛나는 별도
있었어."
"................................."
"난.....왠지......희미하게
꺼질 듯이 빛나는 별이
좋..더라......."
그게......
그게............
그
희미하게 꺼질 듯이 빛나는 별이라는 게.................
민초연이라는
애...인거니?
"너한테 좋은 남편이 되어 줄 수
없어."
"...............알고 있어."
조그맣게 소리내어 본
말.
알고 있어.
나도 그 쯤이야 알고 있어.
사랑이라는 감정이 쉽게 변하는
게 아니잖아?
민초연이란 아이를 사랑하는 니 마음을 알아버린 이상,
너에게 바람피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기대하지 않을게...
너가 나를 바라봐주길, 사랑해주길 기대하지
않을게...
그치만 저번처럼, 저번처럼 아프게 하지는 말아주라.
사랑받지 못하는 슬픔은 나 혼자서 삭힐
테니까,
아픈 말..아픈 행동으로..
더 날 아프게 만들지는
말아주라...........
"나 때문에 너가 욕 많이 들을지도 몰라.
나 때문에 왕실
윗분들한테 찍힐지도 모르고,
나 때문에 다치거나, 우는 시간이 많을 지도
몰라."
"................................."
"그래서 좋은
남편이 되어주지 못한다는 거야.
내 말 알아들었으면 좋겠다."
"........니가 좋은 남편이 되어주지
못할 거라는 거,
처음 만난 순간부터 느꼈었던 거야."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한
나.
목이 마름에 손에 들고 있던 칵테일 주스를 들이키는데,
달콤하면서도 뒷맛이
쌉싸름한게.........
꼭 지금 내 기분 같았다.
"기대하지 않아. 니가 잘 대해줄
거라는 거.
그니까...그니까...
니가 못해주는 것만큼 내가
채워줄게."
묘한 내 말에 놀란 듯 눈을 크게
떠보이는
이하민...놈............
"좋은 아내, 좋은
친구...
내가 다 되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내 생각엔, 이게 내 운명인 거
같아서..............."
잠시 아무런 말이 없던 이하민 놈.
그러더니 내게
물어온다.
"만약에, 진짜 만약에 말인데...
내가 너를 좋아하게
된다면...........
그것도 운명.........일까?"
".....응.
그렇겠.....지?"
그렇겠.....지?
근데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인 거
알아.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는 거, 알고 있는걸.....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그게 우리
운명인......걸.................
다시금 입을 조용히 다물어 버리는 이하민
놈.
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훌훌 털어낸다.
".........이제
가자."
"뭐야, 벌써?"
"어른들이 우리 기다리실 거 아니야. 빨리
가야지."
너가 언제부터 어른들 생각을 그렇게 했니?
쳇, 할 말 다 끝났으니까 일어나는
건 또 뭐냐구.....
서운한 마음에 이하민 놈을 흘깃
째려봐주고,
하늘.......연못.........꽃.........정겨운 풍경들을 둘러봐
주었다.
드르륵-
황홀했던 풍경들은 이제 사라졌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건,
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현실세계.
그리고 나를 덮고 있는 내 슬픈
향기까지도.........
..........
..........
..........
..........
..........
그
시각, 궁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는 왕실 어른들.
힘든 인터뷰 시간이 끝나서인지 하나같이 피곤한
기색들이다.
"왜 하민 왕세자와 빈궁이 보이질 않는
겐가?"
사라진 왕세자와 세자빈이 걱정되어
운전을 한 기사에게 물어보시는
대비마마.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왕세자 저하께옵서는 빈궁마마와 함께 갈 곳이 있다
하옵니다."
"후후후, 그래요? 주상, 그 둘이 그새 정이 들었나 봅니다."
"그러게
말이옵니다, 어마마마.
이제 왕세자도 철이 들었으면 좋겠사옵니다."
"철이야, 언젠간 들게 되
있습니다.
그보다도 왕세자의 비뚤어진 마음을 빈궁이 돌려놔주었으면 좋겠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사옵니다, 어마마마.
인터뷰 할 때처럼 왕세자를 보호해주고 감싸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빈궁은
그럴 겝니다.
날씨가 찹니다, 주상. 들어가십시다."
단 세 사람만을
제외하곤,
거기 있던 상궁들과 나인들, 하물며 무수리들까지도 즐거운 표정이었다.
특히나 대비마마와 주상
전하께서는
왕세자와 빈궁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내심 생각하는 눈치였다.
"잘
된거......겠지?"
무척이나 슬픈 얼굴빛을 띄고 있는 유민군.
유민군은 주위 사람들은
듣지 못할 중얼거림을 하고 있었다.
"현민 세자는 나를 보고 처소로 들어가도록
하세요.
알았습니까?"
"예, 어마마마."
잔뜩 굳은 얼굴로
현민이와 함께
교태전(중궁전)으로 들어가는 중전마마.
"대체 너는 무얼 한
게야!
무엇이든 경쟁하고, 또 경쟁해서 쟁취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게야!"
"...........소자도
어쩔 수 없었사옵니다.
어쨋거나 현 왕세자자리는 이하민 자식의 것이고,
명색이 은비는 이하민 놈의 부인이 된 것이
아니옵니까."
현민 세자와 들어간 중전마마의 높은 언성은,
교태전 담장 너머까지 크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왕세자 자리를 빼앗아야 할
것이다.
알겠느냐?"
".....명심하겠사옵니다, 어마마마."
"지금부터라도
빈궁과 잘 지내야 할 것이다.
빈궁과 그 망나니 자식을 떼어놔야 할 것이야,
명심하거라."
"깊이......마음 속
깊이.............새기겠사옵니다."
한 동안 골똘히 생각하더니,
언성을 낮춘
목소리로 현민 세자에게 말을 건네는 중전마마.
"내일부터 빈궁은 왕실 학교에 가게 될
것이다.
내가 같은 반에 넣어줄 터이니 그리 알고 친하게 지내거라."
"그리 하겠사옵니다,
어마마마."
"어차피 그 아이는 망나니 세자와 함께 있으면 평생 슬플 수밖에 없다.
니가 그 아이를
지켜주고 싶다면,
망나니 세자로부터 그 아이를 떼어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알아들었느냐?"
"..........예,
어마마마."
현민 세자에게 불같이 화를 내던 중전마마는
이내 기운이 모두 소진된
것인지,
힘없이 손을 흔들며 나가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조심스레 나가는
현민세자.
그 뒤로 들리는 건 중전마마의 긴
한숨소리였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넌 왕세자가 되어야 한다.
설령 나처럼 평생 후회할 짓을
하더라도,
그렇게 해서라도 이룰 수만 있다면 넌 그리 해야 할
것이야.............
..........
..........
..........
..........
..........
유화별당이라고
쓰인 팻말이 놓인 곳까지
데려다 준 이하민 놈.
"잘 들어가, 내일 문후 인사는 빼먹지
말자."
"너나 일찍 일어나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친히 납셔서 데리고 가
줄게."
"치, 그 약속 안지키기만 해봐라! 들어가!"
이하민 놈에게 손을
크게 흔들어 준 뒤,
별당 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나였다.
저 멀리서 축 처진 어깨로 어딘 가를 향해
걸어가는
유민군을 보게 되었다.
"..유민아! 유민아! 헥!
헥!"
"어? 은비구나, 은비구나..... 어디갔다 왔어?"
"아~왕세자 놈 별궁에 갔다
왔어. 어디 안 좋은 일 있었어?"
"아...아냐... 힘들겠다, 너 아프잖아. 빨리
들어가."
"......응? 응.....아, 알았어. 그럼 나
들어갈게!"
유민이에게 무슨 일이냐고 더 묻고 싶었다.
하지만 더
물어보면,
그 아이의 아픈 상처를 다시 들쑤셔내게 될 까봐...
무슨 일인지도 모른 채 발걸음을
돌렸다.
..........
..........
..........
..........
..........
아침이
되자마자,
아니, 새벽이라고 해야하나?
눈이 탁! 떠졌다.
이하민 놈이 오겠다고 했던 말이 괜스레
생각나서...
드르륵-
별당 문을 활짝
열어제끼니,
"아니! 빈궁마마! 벌써 기침하셨사옵니까?"
"응. 이하민 놈이
나 데리러 온다고 했었거든.
언니, 나 빨리 좀 꾸며주라."
어제와는 다르게 일찍, 그것도
먼저 일어난 나를 보고
놀라워하는 박상궁 언니.
언니는 곧, 내 옷을 내왔고...
내온 옷이 한복이
아니다......???
"어? 언니, 이게 뭐야?"
"빈궁마마, 어제
인터뷰를 했으니 이제부터 학교를 다니셔야 하옵니다."
"정말? 잘됐다. 나 진짜 학교 가고
싶었는데..."
기뻤다.
다시 학교란 곳을 갈 수 있어서.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학교를 가지 않고 궁에만 있으니 좀이 쑤시는 느낌.
"헌데 마마, 그
학교가... 왕실 주최 학교이옵니다."
"왕실 주최 학교?"
"그 학교에는 세 부류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사옵니다."
".......혹시 왕실 사람들이랑 귀족들이 다니는
학교야?"
그런 건 싫은데.
그냥 평범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다니는
학교엘...
그런 학교엘 가고 싶은 거였는데.
나도 평범해지고 싶으니까.
평범한 사람들 속에 있고
싶으니까.
"그 분들은 세 부류 중에 한 부류에
속하십니다."
"........그럼 나머지 두 부류는?"
"다른 한 부류는 국가적으로
특출한 능력이 있는 학생들이옵니다.
또한 나머지 한 부류는, 기초
수급자.....학생들이옵니다."
기초 수급자.....?
후, 그래도 복지 제도가 좋은
나라네.........
그치만 그런 학생들이 평범하지 않은 틈바구니 속에서,
그 속에서 잘 자랄 수
있을까?
학교엘 간다고 설레고 좋았던 기분은 다 날아가버렸다.
다시 시무룩해진
나.
주섬주섬 교복을 입으려 하는데.......
"언니, 교복은
이쁘네....."
"최신 유행에 맞췄으니까요, 마마."
허리라인이 잘 드러난
상의.
짧게 줄여서 허벅지의 반까지 내려오는 치마.
상의의 블라우스는 흰 색이었고, 자잘한 리본?? ?탑沮?
있었으며,
조끼와 치마는 진한 군청색이었다.
치마의 포인트는 치마 하단부에 있는 흰
라인이랄까?
"오늘은 고데기로 웨이브를 주었사옵니다, 마마.
마음에
드시옵니까?"
"응, 교복하고 잘 어울리네."
박상궁 언니가 건네 준 경대를
통해 들여다 본 나.
교복하고 살짝 웨이브져서 길게 내려뜨린 머리하고는
정말 매치가 잘 되었다 말할 수
있었다.
그 때였다.
드르륵-
문이
열렸고,
"너 기다리다가 지각하면 니가 책임질꺼야?!"
"쳇, 넌 노크란
것도 모르냐?"
"노크할 데가 어딨냐? 창호지에다가
노크하리?"
그렇지.......
여기는 미닫이 문이지, 접이식 문이
아니니깐.....
그치만 한 번쯤 나 들어갈게! 이런 말을 남겨도 되는
거잖아!!!
"박상궁, 다 된 거지?"
"예, 왕세자 저하. 차비를
마쳤사옵니다."
"알았어. 야! 따라나와!"
갑자기 내 손목을 잡은 이하민
놈.
엉겁결에 일어서게 된 나는
성큼성큼 걸어가는 이하민 놈에게 손목을 잡혀
종종걸음으로 쫓아가게
되었다.
"이하민! 너 진짜 죽을래! 이 손 안놔?!"
"시끄러워. 지각한
벌이야."
"지각은 무슨?! 내가 오늘 얼마나 일찍 일어났는데!"
"몇 시에
일어났는데?"
"응? 아...그니깐 그게..............."
몇
시에 일어났냐고 물으며
갑작스레 발걸음을 멈춰서서,
내 얼굴 가까이에 얼굴을 마주대고 물어보는
녀석.
당황한 나는 말을 못하고 더듬거릴 수밖에 없었고,
"쿡,
거짓말쟁이."
"아, 아냐! 진짜란 말이야!
나 오늘은 시간 맞출라고 혼자서 일어났단
말이야!
박상궁 언니도 놀라워했다구!!!"
"거짓말쟁이, 입 닫아.
시끄러워."
"아! 아니라니깐!
............................"
무어라 더 변명을 하려
했지만,
다시금 멈춰서서 이번에는
자신의 검지 손가락을 내 입에다 가려
쉿!이라는 표현을 해 버리는 놈
때문에
나는 입을 닫아버릴 수밖에 없었다.
조용히 이하민 놈에게 손목을 붇잡힌
채,
자경전(대비전)까지 와 버린 나.
"고해."
"예, 왕세자
저하. 대비마마, 왕세자 저하 내외분 드셨사옵니다."
저번에 봤던 이상궁 언니한테
싸가지
없게 반말을 내뱉는 이하민 놈.
그런 그가 얄미워 살짝 흘겼다가,
정통으로 눈이 마주쳐 눈길을
피해버렸다.
"들라 해라."
"예- 드시지요, 저하,
마마."
이상궁 언니에게 살짝 고개를 숙인 뒤,
이하민 놈을 따라 들어온
나.
여전히 손목은 붙잡힌 채로.
"우리 왕세자와 빈궁이 함께 오다니,
후후후.
주상, 날로 발전해 가는 사이가 아닙니까."
"그러게 말이옵니다, 어마마마. 소자 아주
흐뭇하옵니다."
이하민 놈에게 잡힌 손목을 보시곤,
우리 사이가 친하다며 매우 기뻐하시는
대비마마, 주상전하.
어른들께서 좋아하시니 나도 즐거워졌다.
고개를 살며시 들어 주위를
쳐다보니,
중전마마께서는 무언가가 언짢으신지
양 미간을 찌푸리며 굳은 표정으로 앉아계셨다.
현민이는 나와
이하민 놈이 잡은 손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고.
유민이 쪽을 돌아보니,
나를 계속 보고
있었는지...
아니면 그 순간 나와 눈이 마주친 건지...
나와 마주치자, 반달 모양으로 접히는
눈웃음이
내겐 슬퍼만 보였다.
왜........그런 거지?
"호호호, 여하튼
빈궁, 오늘부터 학교를 가게 되셨다면서요."
"예, 대비마마."
"왕실 후원 학교라 시설도
좋고, 아이들도 참할 것입니다."
".........................예,
대비마마."
대비마마, 대비마마...
시설은 필요가 없사옵니다.
참한
아이들도.........필요가 없사옵니다.
제게 필요한 것은,
제게 필요한 것은 평범함이옵니다,
마마.
세상과 함께 하고픈 평범함이옵니다...............
"어마마마, 아이들이
학교에 늦겠사옵니다."
"후후, 그러게요. 내 정신 좀 보세요.
다들 물러나 보세요. 학교에 잘
다녀오시구요."
"허면 물러가겠사옵니다, 대비마마."
"그러세요, 왕세자. 빈궁도 잘
가시고요.
학교에 다녀오고 나서 내게 소감을 말해주셔야 합니다?"
"그리하겠사옵니다,
대비마마."
..........
..........
..........
..........
..........
어제
탔던 왕실 차를 타고,
학교에 등교했다.
저 멀리서 보이는 아이들과
'왕실 학교'라고 크게 써 있는 학교
팻말.
어떻게 내가 타고 있는 차가 왕실 차인 줄 알았는지,
신기한 듯 구경하는
아이들.
내심
내게 세자빈이라고 손가락질 할 줄 알았다.
질투하면서 괜히 째려보고, 욕할 줄로만 알았다.
그렇지만 내 예상을 깨는
아이들의 반응.
"쟤가 이조판서 대감님 댁 딸이라면서?"
"그러게, 좋겠다,
정말."
"야, 그러면 뭘하냐? 고생길이 훤한데."
"하긴. 근데 쟤, 예지고등학교
다녔었는데 거기서 간판이었대."
"정말? 그럼 우리 이제 간판 바뀌겠네?"
"빨리 얼굴
보고 싶다. 차 때문에 자세히 안보여......."
고생길이 훤하다는 그 말이,
내 가슴에
깊이 와 닿았다.
아마도 그럴 꺼 같기에,
남편한테 사랑받으며, 남편에게 사랑을 주면서 사는
그런 아내의
역할은 내게 주어지지 않을 것 같기에.
"뭐하냐? 내려라."
"으..응?
아, 알았어."
철컥-
차 문을 열고 내렸다.
나를 보더니 모두 놀란 듯한
표정.
"꺄! 어떡해, 어떡해. 드디어 우리 학교 간판이
바뀌는구나!"
"졸라 예뻐. 뻑가겠다, 진짜. 눈 큰 것좀 봐봐."
"야, 눈만 예쁘냐?
입술도 환상이다......"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생기냐................."
차에서 내린 나를 보고 튀어나오는
각양각색의
반응들.
주위를 둘러싼 학생들 때문에
인상을 찡그리고 있던 이하민 놈은,
이내 입술을 떼고 말을
한다.
"씨발, 안꺼지냐? 넌 1학년 1반이다.
들어가라."
"알았어."
"참! 너 이현민 자식이랑 같은 반이다. 괜히 바람피지
말고."
"현민이랑......???"
"오늘 그 자식은 일 있어서 학교에
늦는단다.
나중에 만나더라도 바람피다 들키면 죽는다."
"얼씨구? 너나
잘하세요!"
나와 이하민 놈의 대화 중간 중간에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들.
그
소리들 때문에 묻혀서 잘 들리지 않았던 대화를 끝마치고,
주위를 둘러보니...
"꺄~아!
어떡해! 우리 반이래! 우리 반!"
"나도 같은 반 하고
싶었는데............"
"웬일이니! 웬일이니!"
정작 이 학교를
다니게 된 사람은 난데,
나보다 저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듯 싶다.
학교에 와 보니, 이 아이들도 예지고등학교 친구들과
다를 바 없을 듯하고,
아직까지는 괜찮은
듯..........싶다.
드르륵-
일반 교실로 와서 앞문을 열었다.
순식간에
내게로 쏠리는 이목.
"아..안녕? 나는 새로 전학 온, 하은비라고
해."
"어떡해! 쟤 우리반이었어? 완전 짱이다........."
"그러게, 나 지금
날아갈 거 같아!"
시끌시끌-
난 한마디 밖에 안했는데 열마디 이상을
하는
1-1반 아이들, 아니 이제 내 친구들이 되나.....?
"난 어디 앉아야 하는
거야?"
"1분단 맨 끝 창가 자리에 앉으면 돼."
"아,
고마워."
앞에 있는 여학생에게 내 자리를 물어 보았다.
1분단 창가쪽
자리라.........
하늘을 쳐다보며 공상에 빠질 수 있는 좋은 자리라 말하고
싶다.
책상을 책걸이에 걸어놓고,
자리에 조용히 앉으니 빙- 나를 둘러싸는
아이들.
"너 전학교에서 간판이었다며?"
"응?
아....응."
"이번에도 간판할 생각 없니? 난 했음
좋겠는데."
"하하하........그..그래."
술렁술렁-
내게
다가와서 대장(?)격인 아이가
간판이 될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았다.
얼떨결에 알겠다고 대답한 나.
갑자기
술렁대는 아이들.
내게 말은 건낸 아이의 옆에 있던 아이가
갑자기 내 손을 터-억 잡더니
하는 말.
"안녕? 내 이름은 손지수야.
드디어 우리 학교 간판이 바뀌게 되었구나. 진짜
기쁘다."
"....으.,응, 내 이름은 하은비야."
"알고 있어! 너도 알지? 우리 학교
간판."
"아니? 나 여기 오늘 처음이라서 잘
모르는데............"
그러자, 나에게 보내어지는 수많은 동정의 눈빛들.
왜
그러지?
이 학교 간판이란 아이가 대체 누구길래.....???
"여태까지 우리 학교 간판은
민초연이었어.
너도 알지....않나? 왕세자 저하랑.................."
".......알고
있어. 그만 설명해도 돼."
그 아이가 간판이었구나.
예쁘장하게 생겼다고 했더니, 이렇게
유명한 아이였구나.
좋겠네, 사랑받는다는 거 좋은 건데.
난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건데.
"난 걔 정말 싫어. 걔, 이중인격인 것도 알고
있어?"
"이중.....인격?"
"왕세자 저하 앞에서는 존나 착한 척
해대고,
저하 없을 때는 우리한테 완전 싸가지 없게
대해."
"....................................."
"우리가
모임 같은 거 안끼워주려고 하기만 하면,
저하한테 쪼르르 달려가서 눈물 글썽이고, 재수
털린다니깐?"
"이하민 놈이....................무서워?"
"당연하지!
명색이 왕세잔데!
그래서 민초연 년이 싫어도 억지로 친한 척 하는 건라구!"
그러자, 내
주위에 있는 아이들은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게 제일 먼저 말을 붙여 왔던 애가 하는
말.
"내 이름은 안현지라고 해.
내 생각엔, 너, 민초연을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직 내가 보고 느낀 게 아니니까.
단지 이 아이들 입에서 나온 말들이니까.
내가
확실한 증거물을 본 것이 아니니까.
드르륵-
앞 문이 열렸고,
왕실 후원
학교라 그런지 생활한복을 입은
여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은비학생,
왔습니까?"
"네, 선생님. 저 여기있어요."
"자기소개는
했나요?"
".....네. 선생님께서 오시기 전에................"
"그러면,
곧바로 조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뭐랄까.
이번에 만난 담임
선생님은,
차갑고 무뚝뚝한 선생님이었다.
대충 조회가 끝나고, 아이들은 미술실을 가야 한다며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친한 친구가 없는 터라,
혼자서 터덜터덜 아이들을
따라
미술실을 향해가고 있을 무렵이었다.
"씨발, 야! 니 년이 뭔데 우리한테 깝치고
지랄이야?
봐주는 데도 한계가 있어, 병신아.
너도 이제 한물 간 거라고?
알아?"
"................................."
상대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내 예상엔 싸움이 난 듯 싶다.
아니, 한 사람의 일방적인 구타라고나
할까....?
퍽, 퍼벅,
짝
"으윽.........."
"우리 학교 간판은 오늘부로
하은비야.
더 이상 우리 학교는 너같이 나대는 년을 받아들여줄 수 없다고.
빽 믿고 지랄하는 모양인데, 그만 날뛰도록
해."
느낌이 이상했다.
간판이 나라고 하며 말할 때,
어쩐지 구타를 당하는
아이가 민초연일 것 같은
느낌.
"잠깐만...미안.........잠깐만......."
그
장면을 가만히 둘러서 지켜보는 아이들.
아이들 사이를 헤집고 가운데로 나와 서면,
많이 맞은 듯 부어
있는 볼에 터진 입가,
헝클어진 머리와 발자국이 나 있는 교복을 입은 민초연.
씩씩거리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안현지.
"현지야, 그만 해. 응? 괜히 그러다가 혼나면
어쩌려구."
"그러게. 잘나신 민초연 뒷빽님께서 혹시라도 오시면 어쩔까?
쿡, 고자질쟁이님. 그만 좀
일러바치시지?"
"..................................."
"푸훗,
얘들아, 가자. 은비 너도 빨리 와."
현지가 뒤돌아 다시 미술실로 향하려던
무렵이었다.
급한 듯한 발걸음으로 우리를 향해 빠르게 다가오는...
한
사람...
이하민.
짝!
갑자기 내려쳐진 손에 의해
돌아간 내
고개.
"씨발, 씨발........
넌 안 그런 앤줄 알았더니 역시 똑같은
거냐..................
민초연, 업혀. 하은비, 다시는 내 눈에 띄지
마라."
"......? 잠깐만! 잠깐만, 이하민!"
무언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는 듯하다.
하필 왜 그 곳에 서 있었던 걸까.
왜 중간으로 나와 서있었던 걸까.
아무래도
이하민 놈이 오해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도................
그래도 나한테
물어는 봤었어야지.
어떻게 된 상황이냐고 물어는 봤었어야지.
다짜고짜 때리는 게
어딨어..........
민초연을 업고 사라진 이하민 놈.
빙 둘러싼 아이들은 내게
안쓰러운 눈길을 보낸다.
"은비야, 괜찮아?"
"미안해...은비야,
미안해.....괜히 나 때문에............"
"어떡해......진짜, 왕세자 저하
너무하신다.......어떡해......."
아이들이 뭐라 웅얼거리는데 들리지
않는다.
이하민 놈에게 맞았다는 충격으로
멍해진 나.
어제 쓰러진 이후로 완전히 다 내려가지
않은,
아니 간신히 돌아다닐 정도인 몸을 이끌고,
인터뷰장을 향했던
나였다.
그 후로 곧바로 이하민 놈의 별궁으로 향했었고,
다시 새벽에 일찍 일어나 문후
인사를 올렸었다.
피곤하고 지친 내 몸.
비틀거리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눈가가 무거워진다.
점점 감기는 두 눈에서 쉴새없이 떨어지는 눈물
방울들.
결국엔 정신을................
정신을 잃고야
만다................................
..........
..........
..........
..........
..........
"하은비!!!!!!"
모든
상황을 끝까지 지켜 본 사람.
차마 나설 수 없어서 뒤에서 애태워야 했던 사람.
그 사람이 은비의 이름을
불렀다.
Top을 향한 나의 머나먼 여정, 그 길은 언제나 외롭다. by
J은짱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3일이나 소설을 올리지
않다니.......ㅠ_ㅠ
소설이 길다보니까 쓰기가 어렵다는...
게다가 어제는 축제여서 곧바로
잤다는...-ㅇ-;;
원래 이모티콘을 잘 쓰는 저인데 이제는 소설에 이모티콘 안쓰는게 적응된 거 같아요.
그치만
현민이의 캐릭터 잡기가 너무 어려운 거 같다는...ㅠ^ㅠ
(옹알이 냐옹이님, 코멘 쌩유합니다~♡)
('백묘'의 슈퍼맨캬님이 해 주신 손글씨입니다.)
첫댓글 우아우아!재미써요! 얼른...담편으로 ..!!
찐빵파는소녀님, 처음 뵙는 분이네요^^;; 코멘 달아주셔서 쌩유하구요. 재밌다고 해주셔서 감사해요^^;;
왕세자 뭐냐?,,,ㅠㅠ 은비 불쌍해,,,작가님 건필하세요~화이팅~
옹알이 냐옹이님, 항상 코멘 달아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왕세자의 행동이....약간 어이없는 듯.......ㅠ_ㅠ
건필하도록 하세요